지난 3월5일 오전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구승모 한화오션 컴플라이언스실 변호사가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고발장을 제출한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한화오션 임직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현대중공업은 7일 소속 직원들이 한화오션이 임원에 대한 경찰 고발을 주 내용으로 하는 기자설명회에서 발생한 허위사실 적시 및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지난 3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소했다고 밝혔습니다. 국수본에 고소장을 제출한 임직원들은 지난 3월 한화오션 임직원들이 언론에 공개한 수사기록 당사자들입니다.
앞서 한화오션은 지난 3월 서울 중구 한화빌딩과 경남도청 등에서 세 차례 기자설명회를 통해 10여년 전 벌어진 기밀 유출 사건에 현대중공업 임원이 개입됐다고 말하며 관련 수사기록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당시 언론에 일부 수사기록을 공개한 한화오션은 "임원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지시나 관여 없이 군사 기밀을 탈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임원 등 경영진의 개입 정황이 확인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현대중공업 고소인들은 고소장에서 "HD현대중공업의 임원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에 전혀 개입한 바 없고, 피고소인들이 공개한 수사기록 내용은 국방부검찰단을 통해 입수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일부만 의도적으로 발췌 편집한 것"이라며 "실제 진술 내용이나 취지에 명백하게 반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화오션이 기자설명회에서 제시한 문답 형태의 수사기록에는 수사관이 '피의자를 포함한 5명의 직원이 (중략) 군 실무자로부터 군사비밀을 제공 받아 열람 후 불법으로 촬영해 탐지, 수집하였으며, 이를 국내출장 복명서를 통해 열람한 사실을 보고했다. 이를 피의자, 부서장, 중역이 결재했는데, 맞습니까'로 질문하고, 그 답변에 '예'로 기록돼 있습니다.
한화오션은 해당 내용이 'HD현대중공업의 임원이 개입했다는 증거'라는 근거로 강조했습니다. 다만, 현대중공업 직원들은 악의적인 짜깁기로 보고 있습니다. 현대중공업은 한화오션이 기자설명회에서 공개하지 않고 이어진 수사기록에는 수사관이 ‘당시 문서 결재자들이 어떻게 되는가요’라고 질문하고, 피의자는 ‘과장인 저와 부서장인 모 부장, 중역인 모 수석부장님이 결재를 했습니다'라고 답변했다고 전했습니다.
현대중공업 직원들은 당시 수석부장이 임원이 아닌데도 한화오션이 이들을 임원인 것으로 둔갑시켜 마치 방위사업청의 입찰참가제한 대상이 되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했다고 비판 중입니다. 현대중공업은 사건 당시인 지난 2014년 수석부장은 직원 가운데 가장 상위 직급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이 직원들은 "2년 6개월 가까이 진행된 국군방첩사령부와 울산지방검찰청의 수사에서 이미 확인된 사실"이라며 "한화오션은 고소인을 비방할 목적으로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언론을 통해 자신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한화오션이 기자설명회를 열고 일방적으로 짜깁기한 수사기록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공개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언론에 노출시켜 해당 직원들이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며 "회사차원에서도 향후 상응하는 조치들을 취해나갈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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