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정은·홍연 기자]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이 장기간 우하향세를 그리는 가운데 서울 아파트 값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서울의 경우 우수 입지 아파트를 중심으로 상승거래는 물론 매도 호가도 오르는 모습이며, 전셋값도 1년 넘게 오르는 등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여기에 지방 거주자의 서울 원정 투자도 늘어나는 등 부동산 시장 장기 침체 속 서울 쏠림현상은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서울과 지방 간의 집값 양극화 현상은 앞으로 더 뚜렷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전국 아파트 매매가 하락 속 서울 '나 홀로 상승'
14일 한국부동산원의 6월 2주차 주간아파트가격동향(6월 10일 기준)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0.01% 상승에서 이번 주 보합세로 전환했습니다. 수도권에서도 인천(0.06% 유지), 경기(0.03%→0.02%)의 매매가 상승세가 주춤한 가운데 서울만이 지난주 0.09%에서 0.10%로 상승폭을 끌어올렸습니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서울의 경우 전세가격 상승세 속에 매매가격 하락 우려가 줄고 선호지역을 중심으로 매수문의가 꾸준한 상황"이라며 "간헐적인 상승거래는 물론 매도호가도 상향조정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매매가격지수·전세가격지수 변동률 동향 (그래프=한국부동산원)
서울에서도 성동구(0.26%)와 서초구(0.21%)의 상승세가 돋보였습니다. 성동구는 행당과 왕십리, 옥수동 아파트가, 서초구는 반포와 잠원, 서초동 선호 대단지가 상승세를 이끌었습니다.
주요 부동산 민간통계기관인 KB부동산의 동향자료에서도 서울 아파트 매매가 상승세는 눈에 띕니다. KB부동산의 주간KB아파트시장동향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전주 대비 0.01% 하락한 가운데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지난주보다 0.06% 올랐습니다.
서울의 경우 매수우위지수도 상승세입니다. 여전히 집을 팔려는 매도자가 매수자보다 많은 상황이지만, 지표 자체는 오르고 있습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매수우위지수는 지난주 42.1보다 오른 47.1을 기록했습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세도 꺾일 줄 모르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 보다 0.12% 오르면서 56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습니다.
지방 부동산 침체 늪…서울-지방 양극화 심화
서울과 달리 지방은 여전히 집값 하락세에 놓여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이번 주 지방 전체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05% 하락했습니다. 5대 광역시(-0.08%), 세종(-0.06%), 8개 도(-0.03%) 모두 전주보다 하락폭이 커졌습니다. 특히 미분양 우려가 심심찮게 제기되는 대구의 경우 지난주 -0.08% 하락에서 이번주 -0.16%로 하락폭이 상당히 커졌습니다.
지방 전세가격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지방 아파트 전세가격은 지난주보다 0.03% 떨어졌습니다. 5대광역시, 세종, 8개도 모두 하락세입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서울과 지방 간의 집값 격차가 벌어지는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예전처럼 전국적인 우상향 시절은 오지 않을 것"이라며 "서울과 지방 양극화 현상을 당분간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서울 내에서도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상승할 것이며, 수도권은 주요 지역에 한정해 하반기 소폭 상승 가능하나 일단 보합으로 전망"한다며 "지역적, 국지적 양극화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 영등포구·동작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송정은 기자)
서울 쏠림 가속화…서울 원정 투자도 늘어
부동산 시장의 서울 쏠림현상이 가속화하자 지방 거주자의 이른바 '서울 원정 투자'도 늘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작년 8월 4091건을 찍은 뒤 4개월 연속 줄면서 작년 12월에는 1790건에 그쳤지만, 올해 들어 4개월 연속 늘면서 4000건을 넘어섰습니다. 특히 지난 4월에는 4840건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4월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 중 지방 거주자 거래는 1061건으로 전체 21.9%를 차지했습니다. 외지인의 서울 아파트 매입 건수가 1000건을 넘어선 것은 작년 8월 이후 처음입니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지방 부동산 침체 요인으로는 분양 물량, 주력 매수층인 젊은 세대의 지방 이탈 현상 때문"이라며 "지방도 시차를 두고 서울과 수도권 시장을 따라갈 가능성이 있지만 과거보다는 속도가 늦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한편 이 같은 흐름에서 규제를 풀 경우 아파트 가격이 불안해질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강남구 삼성동과 청담, 대치동 그리고 송파구 잠실동 일대에 지정된 토지거래허가구역은 1년 더 연장됐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근 서울시는 아파트 위주로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는 모습이며 특히 강남3구의 회복률이 높은 수준"이라며, "6월 들어 서울 전역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상승으로 전환한 만큼 규제를 풀면 아파트 가격이 더욱 불안해질 소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송정은·홍연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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