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지방자치단체가 지급하는 상반기 전기차 보조금 물량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습니다. 하반기 보조금 접수가 시작되는 다음달 또는 8월까지 일부 지자체에선 전기차 출고가 어려운데요. 하반기 보급형 전기차가 대거 출시되는 상황에서 보조금 여부가 판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업체간 출고 경쟁이 예상됩니다.
18일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올해 전기 승용차 구매보조금 사업을 진행하는 지자체 160곳 중 20곳이 상반기 일반 접수 물량을 모두 소진했습니다.
보조금 소진 지자체 현황.(그래픽=뉴스토마토)
경기도 과천시, 남양주시, 오산시, 평택시를 비롯해 세종시, 충남 천안시, 아산시, 논산시 등 20곳은 현재 전기차 출고시 보조금을 전혀 받을 수 없습니다. 서울시의 경우 상반기 일반 접수 물량이 4262대인데 출고 가능한 잔여 대수는 1497대에 불과합니다.
전기차 보조금은 대다수 지자체가 차량 출고순으로 지급하고 있어 접수 후 2개월 내 출고가 가능한 차량만 보조금을 수령할 수 있습니다. 보조금이 소진된 지역에선 전기차 출고 가능 통보를 받는다고 해도 출고를 포기하고 다시 대기하거나 보조금 없이 차를 구매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지자체 보조금이 소진되면 국고보조금만 받고 출고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통상 지자체 보조금 사업은 상·하반기로 나눠 진행되는데요. 하지만 하반기 물량은 상반기 보다 적습니다. 또 하반기 접수시까지 보조금 공백이 발생하죠.
업계 관계자는 "지자체는 상하반기 공고 대수를 정한 뒤 접수 상황을 보고 부족한 예산을 늘리는데 해당 지역에서 얼마나 전기차가 출고될지 예측하긴 힘들어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는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출고 시점이 중요해졌습니다. 특히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전기차가 늘면서 업체 간 출고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는데요. 극심했던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도 완화하면서 1년 이상 달했던 국산 전기차들의 출고 기간도 1~2개월로 대폭 줄었습니다.
볼보 EX30.(사진=볼보자동차코리아)
당장 이달 말부터 볼보 EX30 출고가 시작됩니다. 4945만원부터 시작하는 가격에 사전예약 이틀 만에 1000대 이상을 기록했는데요. 하지만 초도 물량이 250대로 알려져 대기 순번이 긴 소비자들은 자칫 올해 보조금 수령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특히 테슬라가 모델Y와 모델3를 필두로 올해 1~5월 1만2000대를 판매하며 상반기 보조금을 쓸어갔고 하반기도 이같은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여기에
기아(000270)도 다음달부터 EV3를 출고해 이들에게 보조금 물량을 빼앗길 수 있죠.
현대차(005380) 역시 다음달 캐스퍼 일렉트릭을 출시할 예정인 만큼 하반기 보조금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보조금이 동나면 내년 보조금 지급이 시작되는 3월까지 판매는 사실상 중단됩니다. 이후 구형 모델로 분류되면 결국 재고로 쌓이게 되죠. 연말께 완성차 업체들이 할인 프로모션을 강화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출고 전쟁으로 전기차 보조금이 실제 어떤 회사로 또 어떤 자동차에 많이 몰릴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보조금이 남는 지역과 조기 소진되는 지역을 통합해서 환경부 보조금을 늘리고 지자체 보조금을 줄이면 전기차 보급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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