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국내 방송사업 매출이 2014년 이후 처음 역성장했습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국내 미디어시장의 주류로 떠오르면서 지상파와 유료방송 관련 매출이 타격을 받은 것인데요. 통신3사 무선 서비스와 결합에 강점이 있는 인터넷(IP)TV만 유일하게 성장세를 이어갔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19일 공표한 2023 회계연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방송사업매출은 2022년 대비 4.7% 감소, 총 18조9734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방송사업매출액은 10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를 기록했습니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매체별 방송사업매출 현황. (자료=방통위)
지상파 사업자들의 방송 매출이 가장 큰 폭으로 줄었습니다. 지상파는 4242억원 감소한 3조7309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플랫폼 주축들도 성장세가 꺾였습니다. SO는 5년 전인 2019년 2조원대 규모를 유지했지만, 매년 감소를 지속한 결과 지난해에는 1조7335억원으로 축소됐습니다. 전년 대비로는 3.9% 감소한 규모입니다. 위성 또한 처음으로 5000억원을 밑돌았는데요. 138억원 감소한 492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K-콘텐츠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콘텐츠를 제공하는 쪽인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군도 매출 축소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홈쇼핑PP도 마찬가지인데요. PP는 5181억원 감소한 7조1087억원, IPTV PP군인 CP는 250억원 감소한 8980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홈쇼핑PP는 2180억원 줄어든 3조4933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시장에서 매출확대를 기록한 것은 IPTV가 유일했습니다. IPTV의 매출은 매해 증가하며, 지난해에는 5조원도 돌파했습니다. 지난해 매출은 2.3% 증가한 5조72억원을 기록했습니다. 통신3사가 방송, 인터넷, 이동전화 중심 결합 정책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죠.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가 발표한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결합상품 중 방송을 포함한 결합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020년 80.6%에서 2021년 82.3%, 2022년 82.8%를 기록했습니다. 2022년 기준 방송 포함 결합상품의 계약 건수가 1657만5046건인데, 이 가운데 SO 비중이 10.8%에 불과, IPTV의 결합률이 월등히 높은 상황입니다.
넷플릭스 로고. (사진=뉴스토마토)
IPTV를 제외한 전 방송사업자 매출 규모가 줄어든 것은 OTT로 촉발된 미디어 소비 환경이 변화한 영향이 큽니다. IPTV도 성장은 했으나 성장률은 2%대로 내려앉았습니다. 매출 증가율이 2020년 11.07%, 2021년 8.24%, 2022년 5.55%를 기록하던 것과 대비되는 상황으로, OTT로 촉발된 성장 정체를 겪고 있습니다. 지난해 넷플릭스 한국법인인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의 매출액은 8233억4200만원으로, 전년 대비 6.47% 증가했습니다. 국내 OTT들은 영업손실은 지속했지만, 매출 성장세는 이뤘는데요.
CJ ENM(035760) 티빙은 지난해 매출 3264억원으로 전년 대비 31% 늘어났고, 웨이브는 3339억원으로 22% 증가했습니다. OTT 이용 인구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매출 확대로 연결된 셈입니다.
기존 방송사업자들의 영향력이 낮아지면서 방송광고매출 역시 줄어들었습니다. 지난해 2조498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9% 감소했습니다. 방송사업자들의 비용으로 꼽히는 방송프로그램 제작비는 OTT발 경쟁 격화로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제작비는 0.7% 증가한 5조6488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업계에서는 OTT가 방송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지속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OTT 오리지널 콘텐츠가 방송프로그램에 대한 직접적인 대체재 역할을 하고 있고, OTT와 유료방송 사업자 간 경쟁 압력도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2023 방송시장경쟁상황 평가 보고서도 "OTT 서비스 이용시간이 증가함에 따라 유료방송사업자에 대한 방송채널사업자의 협상력 약화 가능성뿐만 아니라, 유료방송서비스 이용의 효용이 낮아져 국내에서도 코드커팅이 본격적으로 촉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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