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국민의힘 차기 당권 경쟁의 윤곽이 잡히면서 '반 한동훈 연대'가 최대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등판하면서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의 선택지는 넓어졌는데요. 윤심의 선택에 따라 전당대회 판세는 요동칠 걸로 보입니다. 친윤(친윤석열)계와 선을 그은 나경원 의원과 달리, 원 전 장관이 어떤 관계 설정을 할지가 포인트입니다. 친윤계가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에 맞서 결집할 수 있을지도 변수입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나경원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윤심은 나경원 아닌 원희룡?
20일 국민의힘 전당대회 후보 등록을 나흘 앞두고 주요 당권 주자들이 잇따라 당대표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원 전 장관과 윤상현 의원이 출사표를 던진 데 이어, 한 전 위원장도 출마를 공식화했습니다. 나 의원 역시 곧 출마를 선언할 걸로 알려졌는데요. 사실상 한동훈·나경원·원희룡 간 3파전 양상입니다.
원 전 장관의 갑작스러운 출마를 두고 '윤심'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기류 속에서 아무런 보장도 없이 나오진 않았다는 겁니다. 당심은 한 전 위원장에게 압도적으로 기울어져 있는데요.
지난 17일 공표된 <뉴스1·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6월14~15일 조사·무선전화면접·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층의 59%가 '국민의힘 당대표로 적합한 인물은 누구냐'는 질문에 한 전 위원장을 선택했습니다. 이어 원 전 장관(11%), 나 의원은(10%) 순이었는데요.
이를 두고 당 대표가 결선투표까지 가서 정해질 것이란 예측이 나옵니다. 만약 나 의원과 원 전 장관이 '느슨한 연대'로 1차 투표에서 한 전 위원장의 과반 득표를 저지한 뒤, 결선투표에서 '친한(친한동훈) 반한(반한동훈)'의 1대1 구도를 만든다면 한 전 위원장의 대표 선출을 저지할 수 있다는 겁니다.
나 의원은 계파 구도나 정치공학적 접근에 거리를 두는 입장입니다. 자신이 친윤계 지원을 받아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대항마'로 당권 도전에 나설 것이란 관측에 대해서도 "우리 당은 스스로 친윤, 비윤, 반윤 또는 친한과 반한 이런 것들과 과감히 결별했으면 한다"며 일축했는데요.
게다가 나 의원은 지난해 1월 당 대표 출마를 앞둔 시점에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해임 과정을 놓고 윤석열 대통령과 대립한 적도 있습니다. 친윤이 나 의원이 아닌 원 전 장관을 택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입니다.
반면 원 전 장관은 윤석열정부 초대 국토부 장관을 지냈고, 김건희 여사 관련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을 전면에서 방어했습니다. 그는 출마 결심을 밝히면서 "지금은 당과 정부가 한마음 한뜻으로 변화와 개혁을 이뤄내야 한다"며 '당정일체론'도 내세웠습니다. 실제 친윤(친윤석열)계의 지원 역시 그의 출마 선언에 주요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친윤 대 반윤?…친한 대 반한"
친한(친한동훈)계 인사들은 오는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예정된 한 전 위원장의 출마 선언을 앞두고 외연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정광재 전 대변인 등 일부 인사가 당직을 사퇴하고, 한 전 위원장 측에 합류하는 등 캠프 몸집을 키우려는 분위기인데요.
대통령실이 여전히 국민의힘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앞서 지난해 2월 전당대회에선 안철수 의원이 '윤·안(윤석열·안철수) 연대'를 내걸자, 대통령실은 지난해 2월 당대표 경선에 나선 "대통령과의 연대를 말하는 것 자체가 무례하고 어폐가 있다"며 안 의원을 향해 공개 경고했기도 했는데요. 전례가 있는 만큼 '윤심이 작동할 것'이란 의심은 여전합니다.
문제는 원 전 장관과 나 의원을 지지하는 친윤계가 달라, 경선 과정에서 표가 분산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친윤계가 당장 선택하기보다는 윤심이 어디로 향할지 예의주시할 것"이라며 "윤심이 원 전 장관에게 실렸다고 공개화될 경우에는 친윤이 똘똘 뭉치겠지만, 한 전 위원장만이 강력한 팬덤을 보유한 데다 국민의힘에 친윤·반윤·비윤이 모두 존재하는 만큼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차재권 부경대 교수는 "원 전 장관이 아무 사인(신호)도 없이 그냥 나오진 않았을 것"이라며 "아직은 국민의힘에 대통령의 '그립감'이 남아있다. 이번 전당대회는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윤 대통령의 존재감과 변화를 원하는 한 전 위원장 중심의 세력이 맞붙을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습니다.
이어 "원 전 장관은 윤심을 공략해 한 전 위원장을 이기는 전략을 구사할 텐데, 팽팽한 양상을 띠게 될 것 같다"면서 "윤 대통령이 삼파전으로 표가 분열되게 놔두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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