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철이 만들어진 지 3000년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시간 동안 철광석에 있는 산소를 떼어내 이산화탄소를 발생해왔는데, 이를 바꾸기 위해 수소를 활용해 철을 만들 겁니다. 그 기술을 개발해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신철기 시대'를 앞장설 것 입니다."
지난 24일 방문한 포스코의 경북 포항제철소. 천시열 포스코 포항제철소장은 전세계 철강산업의 역사와 미래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습니다. 포스코그룹은 화석연료 대신 수소를 사용해 철을 생산하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개발할 계획입니다. 이로써 철강 본업의 경쟁력을 재건할 계획인 겁니다.
글로벌 철강업체들은 현재 탄소중립을 목표로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하거나 전기로를 도입하며 탄소 저감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고로(용광로)를 통한 제철은 석탄이나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가 철광석과 화학반응하면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킵니다. 수소환원제철은 화석연료를 사용하지않고 수소를 쓰는데 이 때 화학작용으로 물이 발생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 수소환원제철은 철강 제조과정에서 탄소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겁니다.
제철을 하기 위해 쓰이는 석탄과 천연가스, 수소의 공통점은 철광석에서 산소를 떼어내는 환원제의 역할을 한다는 점입니다. 수소환원제철의 핵심은 바로 수소에 의해 철광석의 환원반응이 일어나는 설비인 ‘환원로’에 있습니다. 전통적인 제철공정에서 이 환원로의 역할은 고로가 담당합니다.
포스코 ESF 설비 기계 모습. (사진=포스코)
고로 조업은 철광석과 석탄을 가공해 고로에 넣고 뜨거운 공기를 불어넣으면서 이뤄집니다. 석탄이 연소되면서 발생되는 일산화탄소 가스가 철광석에 붙어있는 산소를 떼어내는 환원반응을 일으키는 겁니다. 이와 함께 고로 내부의 열이 철광석을 녹이는 용융반응을 일으키며 쇳물이 생산됩니다.
하지만 수소환원제철 공정에서는 환원반응과 용융반응이 고로가 아닌 환원로와 전기로라는 두 가지 설비에서 각각 분리돼 일어납니다. 먼저 환원로에서 철광석을 고온으로 가열된 수소와 접촉시켜 고체인 철(Direct Reduced Iron·DRI)을 제조합니다. 이후 이 철을 전기로에 넣어서 녹이면 쇳물이 생산되는 겁니다.
이 기술의 핵심은 환원로인데 아직까지 전 세계적으로 100% 수소만을 사용해 DRI를 생산하는 환원로가 상용화되지 않았습니다. 현재 기술로는 석탄이나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중 발생하는 수소를 일부 활용해 DRI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포스코의 파이낵스(FINEX) 기술도 석탄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소가 철광석의 환원에 약 25%만 사용되고 있습니다. 포스코의 파이낵스는 환원제로 수소 25%, 일산화탄소 75%를 사용합니다. 때문에 포스코는 수소를 100%까지 사용하는 하이렉스(HyREX)라는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 포스코는 하이렉스 공정의 최적 전기용융로(Electric Smelting Furnace·ESF) 개발을 위한 ESF 시험설비를 지난 4월 가동하고 총 15톤(t)의 주철을 처음 뽑아냈습니다. 하이렉스 기술 완성의 토대가 마련된 겁니다.
기존 전기로는 철스크랩(고철)을 녹여 제품을 생산해 탄소 발생을 저감할 수 있으나, 고로 대비 제품 품질이 낮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에 철강사들은 고로와 전기로의 장점을 갖춘 ESF를 개발해 고품질 제품을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처음 공개된 포스코 전기용융로 시험설비(Pilot ESF)는 시간당 최대 1톤(t)의 용선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지난해 7월 제작해 올해 1월 완공됐습니다.
포스코는 이같이 기술개발 속도를 내 30만t 규모의 하이렉스 시험설비를 도입하고 오는 2030년까지 상용화 기술을 완성한다는 목표입니다. 궁극적으로 포스코는 국내 철강산업이 2050년엔 탄소중립 목표에 도달한다는 전략입니다.
포스코가 지난 4월 ESF 설비를 통해 처음 출선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포스코)
포항=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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