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법인세 인하의 필요성을 시사한 지 사흘 만에 법인세율을 더 인하해야 한다는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세제개선 건의서가 제출되면서 '법인세 깎아주기' 논란은 또다시 쟁점화될 전망입니다.
특히 정부의 세액공제 등 각종 감면 금액이 3년 만에 3.8배 급증하는 등 상위 10대 기업을 대상으로 지난해에만 10조4000억원을 깎아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감면액 대부분은 삼성전자, 기아자동차, 현대자동차에 집중됐습니다.
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1일 서울 명동 뱅커스 클럽에서 열린 '역대 경제 부총리·장관 정책 간담회’ 자리에서 최 부총리는 역동성 저하를 운운하며 '세제 개편'의 필요성을 거듭 밝혔습니다. 지난주 금요일 세수 부족으로 인한 조기경보를 발령한 지 5일 만에 추가 감세 정책 가능성이 시사되고 있는 겁니다.
세법개정 예고…법인세 깎아주기 비판
정부와 일부 정치권에서는 상속세·가업상속세제·금융투자소득세 완화와 법인세율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입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6월30일 서울시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특히 법인세와 관련해서는 최 부총리가 후보자 시절 때부터 "추가로 낮출 필요성이 있다"는 견해를 밝혀 온 만큼, 추가 감면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기업 밸류업이라는 이름하에 법인세 감면 혜택 추진을 예고해 왔습니다.
지난달 27일 '편집인 포럼'을 통해서는 7월 말 세법개정안을 언급하는 등 "과거부터 우리 법인세가 글로벌 경쟁에 비해 높은지 논란 있었다"며 법인세 인하의 필요성을 거듭 드러낸 바 있습니다.
최 부총리 발언 이후 경총도 3일 후인 지난달 30일 "법인세제를 과감하게 개편해야 한다"며 각종 세제개선 건의가 담긴 내용을 기재부에 제출한 상태입니다.
야당의 입김은 매섭습니다. 최고위원 출마선언을 한 한준호 민주당 의원은 "고물가·고금리에 국민의 생활은 점점 팍팍해져 가는데, 재벌 법인세는 깎아주다 국세수입에 구멍이 나 민생예산 집행에도 차질을 빚을 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인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법인세가 심각하다. 지난해 5월까지 43조6000억원이 걷혔다. 올해 5월까지는 28조3000억원"이라며 "무려 15조3000억원이나 모자란다. 윤석열 정부의 대기업 부자 감세의 부작용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날을 세웠습니다.
2일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밝힌 '2020년~2023년 상위 10대 기업 세금감면액 및 법인세 비용' 분석을 보면, 10대 기업의 세액공제 등 각종 감면 금액은 3년만에 3.8배 증가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영업실적 부진?…"세금감면이 이유"
이날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밝힌 '2020년~2023년 상위 10대 기업 세금감면액 및 법인세 비용' 분석을 보면, 10대 기업의 법인세 납부 기준인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은 지난 2020년 46조9000억원에서 2021년 98조2000억원, 2022년 80조1000억원, 2023년 55조4000억원입니다.
그러나 세액공제 등 각종 감면금액은 2020년 2조7000억원에서 2021년 5조9000억원, 2022년 6조6000억원, 2023년 10조4000억원으로 급증했습니다. 최근 3년으로 따질 경우에는 3.8배 증가한 규모입니다.
더욱이 지난해 세금감면액 10조4000억원 중 대다수는 삼성전자(6조7000억원, 64.6%)와 기아차(1조5000억원, 14.5%), 현대차(1조4000억원, 13.4%)에 집중됐습니다. 이는 전체 감면액의 92.5%에 달하는 수준입니다.
이상민 연구위원은 "결국 2022년·2023년 세수결손·법인세수 감소는 기업실적이 저조한 것 뿐만 아니라 정부의 세법 개정으로 감면액을 크게 증대시킨 결과"라며 "이러한 감면액은 상위 3개 기업에 집중됐다"고 꼬집었습니다.
실제 2020년 상위 10대 기업의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 46조9000억원보다 지난해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은 55조4000억원으로 기업의 이익은 증가했으나 같은 기간 세금감면액이 2조7000억원에서 10조4000억원으로 증가, 법인세 비용은 11조9000억원에서 오히려 8조1000억원으로 감소했다는 설명입니다.
2일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밝힌 '2020년~2023년 상위 10대 기업 세금감면액 및 법인세 비용' 분석을 보면, 지난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11조5000억원 적자로 나타났지만 영업외 손익이 29조원 흑자로 집계됐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익금불산입' 혜택에 '법인세' 수익까지
삼성전자를 보면 지난해 영업이익이 -11조5000억원 적자로 나타났지만 영업외 손익이 29조원 흑자로 집계됐습니다. 법인세 납부기준이 되는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은 17조5000억원입니다. 해외자회사에서 큰 폭으로 배당하는 등 비영업이익이 급증했기 때문이라는 게 이 위원의 분석입니다.
해외자회사 수입배당금 익금불산입은 국내 자본 리쇼어링을 촉진하기 위한 조치로 해외에 자회사를 둔 법인들의 배당이익에 과세하지 않는 제도입니다. 하지만 주요 재벌기업들의 배당수익만 폭증하고 낙수효과는커녕, 수출목적 해외 계열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증여의제 배제 규정까지 더해 조세 회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해외자회사 익금불산입 등 정부의 세법 개정으로 지난해 법인세 비용은 -7조9000억원이 빠지면서 오히려 법인세 수익이 발생한 셈입니다.
이상민 위원은 "결국 삼성전자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영업이익이 25조원이나 발생했던 22년과 동일한 25조4000원이 됐다"며 "삼성전자에 법인세 수익을 안겨준 결과, 2023년에도 22년과 동일한 당기순이익 규모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은 "시민단체 발표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의 대기업 감세 혜택으로 작년 한 해 삼성전자 및 5대 주요기업 배당금 거래세를 20번 이상 감면 받았다"며 "유전감세 무전과세가 초래한 국가재정 펑크는 설상가상 정부의 세제 기조와 과세 대상마저 일관적이지 못 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안도걸 민주당 의원은 무분별한 부자감세를 제한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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