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ESG 점검)①6년마다 총파업…'S(사회)' 우수 무색
장기간 노사 갈등이 생산성 제고 발목
"정치화 말고 '윈윈' 해결책 찾아야"
2024-07-16 06:00:00 2024-07-16 07:55:56
 
[뉴스토마토 이종용·민경연 기자] 금융사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핵심 중 하나는 노사 갈등 해소입니다. 금융노조는 노조 중에서도 강성으로 꼽히는데요. 사측은 노조를 경영에서 배제하고, 노조 측에서는 한 치 양보 없는 과도한 요구를 이어가면서 긴장 관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한 협력적 노사 관계를 위해서는 양측이 한발씩 양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금융지주사, ESG 등급 우수 일색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우리·하나 등 국내 주요 금융지주는 지난 10년간 한국ESG기준원으로부터 'S' 부문에서 지속적으로 A 또는 A+ 등급을 받아왔습니다. 한국ESG기준원이 지난 2011년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ESG 평가를 시작한 이후 각 금융지주사가 A 미만 등급을 받은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KB금융(105560)은 이른바 'KB 사태'가 터진 이후 조직 내홍을 수급하는 과정에서 지난 2014년과 2015년 B+ 등급을 받은 것을 제외하고 모두 A등급 이상을 받았습니다. 하나금융지주(086790)의 경우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 시기에 노조 갈등이 심각했던 2013~2015년 B+을 받았습니다. 2019년 지주사로 재출범한 우리금융지주(316140)는 2021년부터 3년 연속 A+등급을 획득했습니다.
 
한국ESG기준원의 ESG 평가 방법론에 따르면 A 등급은 비교적 우수한 체제를 구축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A+ 등급은 매우 우수한 체제를 구축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보이고 있는 상태를 뜻합니다. 한 단계 아래인 B+ 등급은 양호한 체제를 구축하고 있으며 개선을 위한 지속적 노력이 필요한 상태입니다.
 
사회 부문 평가를 위한 지표는 인권, 안전 등 사회책임경영 이슈를 중심으로 한 대분류 9개로 구성됩니다. △리더십과 거버넌스 △노동 관행 △장 내 안전보건 △인권 △공정 운영 관행 △지속 가능한 소비 △정보 보호 및 개인정보 보호 △지역사회 참여 및 개발 △이해관계자 소통 등입니다. 이 중 '노동 관행' 항목에는 건전한 노사관계 형성과 공정하고 차별 없는 고용 등 노동자 권리에 대한 평가가 포함됩니다. 또한 지속가능한 소비 항목에 소비자와의 소통, 소비자 권익 보호 등이 중분류로 들어가 있습니다.
 
금융지주사들이 사회 부문에서 대다수 우수 등급을 받았지만 노사 갈등은 풀어야할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금융산업 현장의 실상은 노사 갈등의 연속이었습니다. 지난 2000년 지금의 산별노조 체계가 갖춰진 후 금융노조는 총 4차례 총파업을 진행했습니다. 6년마다 총파업이 벌어진 셈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국민공감 결여된 총파업 반복 
 
사측은 정부 정책에 맞춰 구조조정, 성과연봉제 도입 등 근로 방식 변경을 시도하고 노조는 야당 등과 연합하거나 국민 동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총파업에 나서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방식을 반복해왔습니다. 
 
2000년 7월11일 금융노조는 외환위기로 인한 정부 주도의 금융권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파업 투쟁을 벌였습니다. 24개 사업장, 6만5000여명이 참여했습니다. 당시 김대중 정부가 추진하던 금융산업 2차 구조조정이 금융지주사법을 매개로 한 강제 합병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금융노조는 금융지주사법 제정 유보, 강제합병 중단, 경제관료 퇴진 등 관치금융 청산을 요구사항으로 내세웠습니다. 이후 정부와 금융노조의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됨에 따라 총파업은 하루 만에 마무리됐습니다.
 
2014년 9월3일 금융노조는 '하루 총파업'에 돌입했습니다. 금융노조는 관치금융 폐지와 낙하산 인사 저지, 금융산업 재편 등 구조조정 분쇄, 정부의 노사관계 개입 반대 및 복지 축소 저지, 고용안정 및 근로조건 개선 등을 요구했습니다.
 
2016년 9월 총파업은 성과연봉제 도입을 두고 각계 노조의 반발이 거세지는 과정에서 일어났습니다. 성과연봉제 도입이 '쉬운 해고'로 이어지리라는 우려와 제대로 된 성과 지표가 없다는 점이 반대의 이유였습니다. 일선 현장 은행원들과 직접 연결된 이슈다 보니 2년 전 파업과 비교해 참가율이 높았습니다.
 
2022년 총파업에는 5.2% 임금인상과 주 4.5일 근무제 실시, 점포 폐쇄 속도 조절과 함께 산업은행 부산 이전 중단 이슈가 전면에 등장했습니다. 본점 지방 이전을 둘러싸고 산은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국책은행 직원들의 참가율이 높았습니다. 산업은행 노조원의 76%, 기업은행 노조원의 48%가 파업에 참여했습니다. 실제 단행된 파업 외에도 2012년, 2018년에도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통해 파업을 가결하는 등 노사 갈등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간 파업 양상을 보면 임금 인상률보다는 정부 정책으로 속도를 내는 성과연봉제 도입이나 본점 지방 이전 등에 반발해 노조는 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과 연합해 투쟁을 이어 나가는 방식의 반복입니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금융사 입장에서는 컨트롤할 수 없는 사람이 이사회에 진입하거나 회사 내부 정보가 외부에 공개되는 것을 본능적으로 우려한다"며 "노사 관계가 신뢰를 바탕으로 두지 않으면 ESG 경영도 안착하기 힘들다"고 지적했습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외국인들이 한국 투자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가 우리나라의 '강성 노조'라고 한다"며 "노조가 정치적인 이슈에 휘말리기보다는 노동자 보호를 우선 순위에 두고 기업과 윈윈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4대 금융지주가 ESG평가 내 '사회(S)' 부문에서 지속적으로 우수 등급을 받아 왔지만 노조와의 갈등을 비롯한 이해관계 문제는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2022년 금융노조 총파업.(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민경연 기자 competiti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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