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폐지 그리고 7년)②(단독)입법 공백 속 '정인이법'으로 형량 47% 증가
2023년 7월 영아살해죄 폐지 후 정인이법 적용
법원, 보호의무 위반에 방점…집행유예도 '급감'
전문가들 "처벌 강화만으로는 사건 해결 안된다”
"신생아 사망 사건 원인은 원치 않는 임신과 출산"
"안전한 임신중지 위한 제도적 지원 등 시급하다"
2026-02-24 06:00:00 2026-02-24 06:00:00
* 용어 설명: '낙태'는 인공적인 방법을 동원해 태아를 자궁으로부터 분리·사산시키는 행동을 뜻합니다. 해당 행위를 처벌하는 '낙태죄'는 2019년 4월 헌법재판소로부터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았고, 2021년 1월1일부터 효력이 상실됐습니다. 대신 의료적 시술을 통해 태아를 사산시키는 것엔 '임신중절'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의료적 시술을 받더라도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국가의 보장 의무를 포함한 권리·정책적 개념을 강조할 땐 '임신중지'라는 말을 권장합니다. 이에 <뉴스토마토>는 이번 기획기사에서 형법상 죄명을 지칭할 땐 낙태죄를, 시술을 의미할 경우엔 임신중절을, 권리를 강조하려는 맥락에선 임신중지라는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뉴스토마토 신다인기자·정주현 수습기자] 낙태죄 효력이 상실됐지만, 입법 공백 속에서 임신중지에 실패한 여성들은 여전히 형사재판에 넘겨지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엔 이들에 대한 형량도 눈에 띄게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원치 않게 태어난 신생아를 방치해 사망케 할 경우 기존 영아살해죄 대신 '정인이법'이 새로 적용돼 가중 처벌되는 탓입니다. 전문가들은 처벌을 강화하기보다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합니다. 
  
정인이법 후 '집행유예' 급감… 평균 형량은 47.4% 증가
 
<뉴스토마토>가 낙태죄 효력이 상실된 2021년 1월1일부터 올해 1월30일까지 선고된 신생아 사망 사건 판결 20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 2023년 7월을 기점으로 피고인들에 대한 형량이 상승하는 흐름이 뚜렷하게 확인됐습니다. 공교롭게도 이 시점은 영아살해죄를 폐지하는 형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때이기도 합니다. 
 
영아살해죄는 '양육할 수 없음을 예상하거나 참작할 만한 동기로 인해 분만 중 또는 분만 직후의 영아를 살해한 때'에 적용,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했습니다. 또 '영아를 유기한 자'에 대해선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렸습니다. 하지만 사형,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하는 일반 살인죄보다 법정 최고 형량이 낮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더구나 2023년 5월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이 드러나면서 영아를 살해 또는 유기한 자는 일반 살인·유기죄로 처벌을 받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2019년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것도 간접적 영향을 끼쳤습니다. 낙태죄가 없어지자 '원치 않는 임신을 했을 땐 중절 수술을 할 수 있으니 영아 살해를 봐주면 안 된다'는 인식이 는 겁니다.
 
영아 2명을 살해한 뒤 시신을 수년간 냉장고에 보관해 온 혐의로 구속된 친모 고모씨가 2023년 6월30일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결국 영아살해죄가 폐지된 이후 신생아 사망사건에는 살인죄보다 법정형이 높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 이른바 정인이법이 적용됩니다. 이 법은 아동을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사형,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등 처벌을 대폭 강화한 게 핵심입니다. 그 결과 임신중지에 실패해 아동을 방치·사망케 한 피고인에 대해선 집행유예 선고가 줄고, 평균 형량도 절반 가까이 늘었습니다.
 
실제로 <뉴스토마토>가 전수 조사한 신생아 사망 사건 판결문 20건 중 영아살해죄가 적용된 12건의 절반인 6건은 집행유예가 선고됐습니다. 6건은 모두 2023년 7월 영아살해죄가 폐지되기 전에 선고가 나온 겁니다. 반면 2023년 7월 이후, 그러니까 아동학대살해·아동학대치사죄가 적용된 이후 선고된 7건 중 집행유예는 단 1건에 그쳤습니다. 나머지 1건은 일반 살인죄가 적용된 경우입니다. 이 역시도 집행유예가 나왔습니다. 
 
실형의 평균 형량도 높아졌습니다. 영아살해죄가 존치했을 당시 사건의 실형 평균은 32.57개월(약 2년8개월)이었습니다. 그러나 아동학대살해·아동학대치사죄가 적용된 사건의 평균 형량은 48개월(4년)이었습니다. 47.4% 증가한 셈입니다. 부모가 '보호 의무'를 저버린 것에 대해선 살인죄보다 엄중하게 판단한 결과입니다.
 
법원 판단, '출산 직후'의 특수성 → '보호의무 위반'으로 
 
이처럼 혐의가 달라지자 재판부의 판단 기준도 변했습니다. 영아살해 혐의가 적용됐을 때 재판부는 출산 직후의 특수성과 산모의 환경 등을 고려해 판결했습니다. 2022년 9월 화장실에서 분만한 생모가 도망한 영아살해 미수사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면서 "피고인이 양육을 포기했다고 이를 마냥 불리한 정상으로 참작하는 경우 이는 피고인에게 양육을 강요하는 결과"라며서 "(이는) 피고인 본인의 인생은 물론 피고인의 딸인 영아의 성장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정인이법이 적용된 뒤엔 재판부가 '보호의무 위반'에 방점을 찍고 강하게 처벌하는 걸로 보입니다. 2024년 5월 미숙아를 담요에 싸 전기장판 위에 눕혀 놓고 출근했던 여성에게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젖이 나오지 않음에도 이를 대용할 만한 다른 방법은 강구하지 않았다"며 징역 6년에 처했습니다. 항소심에서도 원심 판단은 유지됐습니다. 정인이법으로 기소된 다른 사건의 경우에도 법원은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하면서 "피해자를 마땅히 보호해야 할 친모”, “병원에서 필요한 조치를 해야 했음에도 이를 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2021년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일명 '정인이법'으로 불리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가결되고 있다.(사진=뉴시스)
 
전문가들 "처벌 강화보다는 '임신중지 접근권' 높여가야"
 
전문가들은 형벌 수위를 높이는 방식으로는 신생아 사망 사건을 줄일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사건이 반복되는 이유는 '원치 않는 임신·출산'에 있는 것이지 형량이 낮기 때문은 아니라는 겁니다. 
 
장임다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생아 사망 사건에 아동학대살해·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사회적 안전망 등이 영아살해죄가 폐지되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안전한 임신중지를 보장하는 대체입법은커녕, 임신중지 의약품조차 도입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보호출산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이는 위기임신 전반을 예방하거나 지원하는 제도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국가가 사회적 책임은 이행하지 않은 채, 여성에 대한 처벌만 강화된 셈"이라고 했습니다. 
 
전민경 사단법인 온율 변호사 역시 "임신중절 기회를 놓치거나 실패한 후 분만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반복된다. 원인은 원치 않는 임신과 출산"이라며 "초기 단계에서 안전하게 임신중지를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접근성을 보장했다면 애초에 발생하지 않았을 사건'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신다인 기자 shin123@etomato.com
정주현 수습기자 giveh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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