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국민들은 '김건희 여사 문자 논란'으로 타격을 받은 국민의힘 당권 주자로 한동훈 후보를 가장 많이 꼽았습니다. 10명 중 4명가량은 이른바 '읽씹'으로 불리는 이번 논란이 한 후보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봤습니다.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을 등에 업은 원희룡 후보를 지목한 응답도 27.0%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나경원·윤상현 등 나머지 후보들은 영향이 매무 미미했습니다.
18일 공표된 <미디어토마토> 141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38.4%는 '김건희 여사와 한동훈 후보 간 문자 논란이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어느 후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지' 묻는 질문에 메시지를 전달받은 당사자인 한 후보를 지목했습니다. 김 여사의 사과 의중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한 후보에게 집중공세를 펼치고 있는 원 후보가 27.0%로 뒤를 이었습니다. 나 후보는 2.9%, 윤 후보는 1.6%에 그쳤습니다.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응답 또한 17.1%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잘 모르겠다'며 답변을 유보한 층은 13.0%였습니다.
이번 조사는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5일부터 16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입니다.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2.4%로 집계됐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문자 논란은 김 여사가 4·10 총선을 앞둔 지난 1월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후보에게 명품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보낸 메시지 내용이 뒤늦게 공개되면서 촉발됐습니다. 김 여사가 사과 의사를 밝힌 문자를 5차례 보냈지만 한 후보로부터 아무런 답이 없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른바 '읽씹'(문자를 읽었지만 답하지 않음) 논란이 일어난 겁니다.
문자 내용이 공개되자 당권을 놓고 한 후보와 다투는 경쟁자들이 일제히 포문을 열었습니다. 대국민 사과에 대한 김 여사의 의지가 확실했던 만큼 제때 사과로 이어지게 했다면 22대 총선은 참패로 끝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공격의 제1선에 선 이는 원 후보였습니다. 원 후보는 동시에 문자 공개와 연관된 것으로 의심받는 상황입니다.
반면 한 후보는 김 여사가 실제로는 사과할 의사가 없었다며, 이를 대통령실과의 채널을 통해 수차례 확인했다고 반박했습니다. 총선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비대위원장 입장에서 김 여사와의 사적 채널을 통한 소통은 부적합하다고도 했습니다. 논란이 전당대회를 진흙탕 싸움으로 이끌자 윤석열정부 초대 내각을 형성했던 두 사람이 '원(희룡)·한(동훈) 관계'가 됐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당 분위기는 험악해졌습니다.
TK 44.0% "문자 논란, 한동훈에 부정적"
조사 결과를 연령별로 보면 50대 이하까지는 이번 논란이 한 후보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지목된 상위 두 명으로 대상을 좁히면, 20대 한동훈 44.5% 대 원희룡 20.5%, 30대 한동훈 37.8% 대 원희룡 26.2%, 40대 한동훈 39.4% 대 원희룡 30.8%, 50대 한동훈 43.7% 대 원희룡 30.3%였습니다. 30대의 경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응답이 23.2%로 모든 연령 중 가장 높았습니다. 70세 이상에서도 한동훈 30.1% 대 원희룡 22.1%로, 한 후보를 보다 많이 지목했지만 "영향이 없다"는 응답도 20.8%로,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60대는 한동훈 33.3% 대 원희룡 30.3%로 팽팽했습니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인천과 충청, 영남에서 한 후보에게 부정적이었다고 바라봤습니다. 특히 보수의 심장부인 대구·경북(TK)에서 한 후보를 지목한 응답이 44.0%로, 모든 지역 중 가장 높았습니다. 경기·인천 한동훈 38.8% 대 원희룡 25.9%, 대전·충청·세종 한동훈 40.1% 대 원희룡 28.0%, 대구·경북 한동훈 44.0% 대 원희룡 29.7%, 부산·울산·경남(PK) 한동훈 36.7% 대 원희룡 25.9%였습니다. 이외 서울 한동훈 37.2% 대 원희룡 31.1%, 강원·제주 한동훈 31.7% 대 원희룡 26.6%였습니다. 다만 강원·제주의 경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응답이 31.8%로, 매우 높게 나왔습니다.
나경원(오른쪽부터), 원희룡, 한동훈, 윤상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지난 15일 충남 천안시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 대전·세종·충북·충남 합동연설회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힘 지지층, 원희룡 35.6% 대 한동훈 29.9%
정치성향별로 보면 민심의 바로미터인 중도층은 한동훈 37.9% 대 원희룡 23.6%로, 역시 이번 논란이 한 후보에게 보다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응답도 19.9%로 20% 가까이 됐습니다. 진보층은 한동훈 46.2% 대 원희룡 22.2%로, 두 배 이상 격차가 났습니다. 다만 보수층에선 원희룡 36.1% 대 한동훈 32.3%로, 오차범위 내에서 팽팽했습니다.
지지 정당별로 보면 국민의힘 지지층은 원희룡 35.6% 대 한동훈 29.9%로, 원 후보의 타격이 더 큰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응답도 21.3%로, '한동훈 대세론'에 큰 타격을 주지 못했습니다. 민주당 지지층에선 한동훈 48.9% 대 원희룡 20.1%로, 두 배 이상의 큰 격차로 한 후보에게 부정적 영향이 미쳤다고 생각했습니다.
한편 이번 조사는 2024년 6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를 기준으로 성별·연령별·지역별 가중값을 산출했고 셀가중을 적용했습니다. 그 밖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나 서치통 홈페이지(www.searchtong.com/Home)를 참조하면 됩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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