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3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제4차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입장하며 한동훈 당 대표 후보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국민의힘의 새 수장으로 23일 선출된 한동훈 신임 대표는 당정 관계 재정립과 전당대회 후유증 극복, 대야 관계 개선 등의 난제를 떠안게 됐습니다. 당장 취임 직후부터 대통령실과 검찰의 전면전 양상으로 펼쳐진 김건희 여사 비공개 검찰 소환조사 논란과 다음 달 예정된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재표결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과제로 꼽힙니다. 특히 누차 지적돼온 수직적 당정 관계 개선이 화약고로 부상할 전망입니다. 이 과정에서 당정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게 되면 이른바 제4차 윤·한(윤석열·한동훈) 충돌도 불가피합니다. 한 대표로선 윤석열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통해 당을 쇄신하면서도, 당정 협력의 정치력을 보여줘야 하는 시험대에 선 셈입니다.
한 대표는 임기 시작과 동시에 야권의 거센 탄핵·특검 공세를 직면하게 될 전망입니다. 당장 오는 25일 본회의에선 야당이 추진하는 '방송 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법)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등 쟁점 법안을 막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또 26일에는 제2차 윤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가 예정돼 있습니다. 야당에선 검찰의 '김 여사 비공개 소환조사'를 거세게 비판하며 '김건희 특검법'의 명분을 쌓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입니다.
'운명공동체' 강조했지만…여권 투톱 '살얼음판'
이어 다음 달엔 채상병 특검법이 한 대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 대표는 야당의 현 특검법안에 대해 강하게 방어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문제는 민주당이 한 대표가 후보 시절 제안한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을 수용할 경우입니다. 하지만 대통령실과 당내 친윤(윤석열)계는 그 어떤 특검법도 수용 불가 입장입니다. 한 대표가 '제3자 추천 특검법'을 발의하고 이를 추진할 때 당과 대통령실, 당 내부 갈등은 표면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관계 설정도 어느 정도 수면위로 드러날 전망입니다. 이전 김기현 대표 체제와 같은 수직적 당정 관계로 회귀할지, 아니면 수평적 당정 관계로 전환할지 여부를 가늠해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한 대표가 김 여사 비공개 조사 논란에 '국민 눈높이'를 강조하고, 윤 대통령이 한 대표가 추진하는 특검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게 되면 당정 간 충돌은 불가피합니다. 바로 제4차 윤·한 충돌로 번지게 됩니다.
다만 한 대표가 임기 초반에는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로 각을 세우기보다는 당정 협력에 주력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한 대표가 당정 충돌, 당내 분열 양상이 심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제3자 추천 특검법' 추진에 대한 속도 조절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윤 대통령도 이날 축사에서 "우리는 한배를 탄 운명 공동체이고 우리는 하나"라며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논란을 뒤로하고 여소야대 정국에서 당정 '원팀'을 강조했습니다.
원희룡(왼쪽부터), 나경원 윤상현,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23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제4차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대 폭로전에 '심리적 분당'…'한동훈 리더십' 시험대
한 대표가 직면한 또 하나의 과제는 당내 통합입니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친윤계'와 '친한(한동훈)계'가 사사건건 대립한 가운데 특히 '김 여사 문자 무시 논란'과 관련해선 심각한 분열 양상을 띠었습니다. 또 친윤계에서 한 대표를 상대로 지난 총선 당시 비례대표 사천 의혹, 법무부 장관 시절 여론조성팀 운영 의혹 등을 제기하며 양측의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태입니다. 여기에 한 대표가 나경원 후보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관련 공소 취소 요청을 했다고 폭로하면서 여권 내에서 불만도 터져 나왔습니다. 한 대표를 둘러싼 당내 갈등은 지지자들 싸움으로 번졌습니다.
일각에선 한 대표와 국민의힘 원내지도부와의 충돌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최근 의원총회 비공개 발언 도중 '누가 당대표가 되든 원내 사안은 원내대표 중심으로 간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대표의 '제3자 추천 특검법' 추진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입니다. 당 내부에선 향후 당직 인사가 한 대표의 통합 의지를 확인할 가늠자가 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대야 관계 개선도 중요 과제입니다. 국회가 여소야대 구도인 상황에서 한 대표가 야당과의 정책 협의를 통해 입법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특히 법무부 장관 시절부터 야당과 세게 맞붙었던 한 대표가 이번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정치인의 길로 들어선 만큼 갈등을 풀어가는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다만 당내 현역 의원들의 지지세가 약한 한 대표로선 임기 초반에 민주당과 각을 세우며 대립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 대표는 이번 채상병 특검법 재의결과 관련해선 부결시키는 데 나설 것으로 보이고,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도 시간을 두고 할 가능성이 높다"며 "뒤집어서 이야기하면 한 대표가 야당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대통령실 의제하고 완벽하게 다르게 가는 것은 어렵다. 야당과의 긴장 관계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