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박창욱 기자] 쪽방촌 거주자들은 임대주택으로 이사하는 것보다는 쪽방에 계속 살고 싶어 하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정부지원 임대주택에 가고 싶다는 비율은 줄고 있는데, 쪽방에 계속 거주하고 싶다는 비율은 늘어나고 있는 겁니다.
<뉴스토마토>는 박주민 민주당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장)실을 통해 서울시가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실시한 '서울시 쪽방 건물 및 거주민 실태조사 결과보고서'를 입수, 분석했습니다.
보고서 가운데 쪽방촌 거주자들의 '이주 희망지'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임대주택으로 이사하고 싶다'고 대답한 비율은 2014년 53.9%에서 2023년 49.6%로 4.3%포인트 줄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쪽방촌에서 그대로 살고 싶다'고 응답한 비율은 22.6%에서 33.9%로 11.3%포인트나 증가했습니다.
아울러 별도 질문을 통해 '앞으로 계속 쪽방촌에 거주할 의향이 있는지'를 물었더니 '그렇다'고 답한 비율은 2014년엔 70.7%, 2023년엔 69.1%였습니다.
거주자들이 쪽방촌에 계속 살겠다고 답한 이유를 알아보니 '마땅히 갈 곳이 없어서'라는 답변이 꾸준히 50%대를 기록했습니다. 10년간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한 답변인 겁니다 △불편함이 없어서 △교통이 편리해서 △친한 이웃들이 있어서 등의 대답도 있었습니다.
또 정부지원 임대주택 신청현황을 보면, 2014년 조사가 시작된 이래 '임대주택을 신청하지 않았다'고 답변한 비율이 70~80%대를 유지했습니다. 임대주택을 신청하지 이유로는 '보증금 등 입주 비용이 없다'는 답변이 40%대로 가장 높았습니다. △이주 후에 생활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서 △가까운 사람들과 떨어지게 돼서 △쪽방상담소 등 지원을 받기 어려워져서 등의 답변도 있었습니다.
다만 '임대주택을 신청한 적 있다'라는 응답 비율도 2014년 16.9%에서 2023년 23.4%로 6.5%포인트 증가했습니다.
서울시 회현동에 위치한 남대문 쪽방촌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쪽방촌 거주자들이 쪽방보다는 상대적으로 거주환경이 좋은 임대주택을 선호하지 않는 건 공급이 충분하지 않거나 임대주택을 신청해도 탈락하는 일이 많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정부의 정책 지원이 미흡하다는 말입니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지난해 10월 말 기준으로 서울주택도시공사(SH) 매입 임대주택을 신청한 사람 중 취약계층이 선정된 비율은 29%"라며 "선정이 된다고 하더라도 입주까지 2년가량 걸린다. 신청을 하더라도 선정이 안될 수 있고, 설사 선정된다고 하더라도 오랜 기간 기다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쪽방촌 거주자들이 '임대주택으로 가고 싶지 않다'라고 대답한 건 이처럼 임대주택 공급 부족과 정책 미비에 따른 실망감의 표현인 것 같다"고 했습니다.
서울시 영등포구 영등포 쪽방촌 거주자들이 무료 급식을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쪽방촌엔 그동안 정이 든 이웃이 많고, 쪽방의 환경에 길들여진 탓에 임대주택으로 이사하길 꺼리는 경향도 있는 걸로 보입니다. 앞서 <뉴스토마토>가 7월3일자 <
(못 떠나는 쪽방촌)①쪽방의 익숙함, 길들여진 외로움> 기사를 통해 쪽방촌의 환경에 익숙해지고 쪽방에서 지내는 동안 외로움에 길들여지면 주거환경이 훨씬 개선된 주택에 들어가더라도 힘들어하고, 결국 다시 쪽방촌으로 돌아오는 실태를 보도한 바 있습니다.
최영민 돈의동 쪽방상담소 소장은 "임대주택으로 이사를 간 쪽방촌 거주자들이 외로움을 호소하는 일이 종종 있다"면서 "밤에는 임대주택에서 자고, 낮엔 쪽방촌에 와서 지인을 만나고 놀다가 가는 사람이 있다"고 했습니다.
안창현·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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