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티몬·위메프발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로 인한 피해가 전방위로 퍼지고 있습니다. 판매 대금 지급이 불투명해진 기업과 소상공인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정부는 긴급경영자금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지급 대상 검토 등의 과정을 거쳐야해 상황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소비자 피해 막기 위해 기업 희생 이어져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이어진 26일 새벽 피해자들이 서울 강남구 티몬 신사옥에서 환불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티몬·위메프에서 가구 판매하면 45일 후에 정산이 되는 식이에요. 정산이 미뤄지더니 현재는 5월 판매분 대금도 덜 들어온 상황입니다."
티몬과 위메프에서 가구를 판매하고 있는 스튜디오삼익 관계자는 이같이 밝혔습니다. 가구업체들의 경우 이미 배송을 마친 경우도 많은데 이 제품들에 대한 대금 정산이 미뤄지고 있습니다. 5월 잔여 대금부터 6월, 7월 판매 대금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가구업계 선두
한샘(009240)은 티몬·위메프 미지급 대금이 64억원에 달합니다. 스튜디오삼익과 시몬스의 피해액은 10억원 이상입니다. 가구업체들은 자사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한샘은 인테리어 시공 구매자 가운데 철거를 이미 진행한 경우는 공사를 정상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시몬스, 신세계까사, 스튜디오삼익 역시 티몬·위메프에서 결제가 된 건에 한해서는 고객 피해 없도록 배송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들 기업의 경우 그나마 피해 금액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자금력은 있는 상황입니다. 영세 제조사가 직접 티몬·위메프와 거래한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합니다. 가구업계 관계자는 "방어막이 되는 대형 업체를 끼지 않은 제조사의 경우 티몬·위메프와 직접 거래하기 때문에 힘들다는 얘기를 들었다. 티몬·위메프 매출 비중이 크기 때문에 그만큼 피해도 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가구업체뿐만 아니라 티몬·위메프에서 거래했던 영세 소상공인들은 대금 미지급이 사업 영속성 여부와 맞닿아 있습니다. 한 영세 여행사의 경우 티몬에 항공권 납품으로 사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항공사에서 얼리버드로 항공권을 구매한 뒤 티몬에 판매하는 방식인데 대금 미지급으로 자금 순환이 어려워 항공권을 취소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얼리버드로 구매한 항공권보다 취소수수료가 더 비쌀 지경"이라며 "작은 업체들은 자금 여력이 마땅치 않아 이번 사태로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티몬이 지난해 4월 공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티몬이 당장 동원할 수 있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80억원에 불과합니다. 위메프의 지난해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71억원입니다. 각 기업들에 밀린 대금들을 처리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입니다.
금융당국 책임론도…정부 긴급경영자금 언급
26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금융지원센터에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 피해자들을 위한 위메프·티몬 전담 창구가 마련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은 티몬·위메프 중소 입점 업체를 위한 긴급 경영안정자금 지급 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공정위는 지난 25일 현장점검에서 티몬과 위메프 경영진을 압박하며 신속 대응을 촉구했습니다. 공정위 직원들은 재무팀과 티몬 대표이사 등에 환불 요청 관련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티몬 측은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위메프 역시 시스템 오류 등 문제로 정확한 피해 규모 산정이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공정위는 추가 자료 확보와 대응 촉구를 위해 다음 주에 추가 현장 점검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기획재정부는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범석 기재부 1차관이 주재로 '위메프·티몬의 판매대금 미정산 관련 관계부처 긴급 점검회의'를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중기부는 이번 사태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에 대해 긴급 경영안정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긴급 경영안정자금은 소상공인이 재해, 지역경제 위기, 감염병 등으로 영업에 차질이 생길 경우 행하는 대출 등을 말합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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