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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수 제약사는 수익 대부분을 의약품에 의존하기 마련이다. 새로운 현금창출원(캐시카우)을 확보하려고 화장품·건강기능식품 등에 진출하지만 정작 성과는 미미하다. <IB토마토>는 사업다각화에 나섰지만 오히려 가시밭길을 걷고 있는 제약기업들의 현황과 매출확대 전략 등을 취재했다.(편집자주)
[IB토마토 김혜선 기자]
신일제약(012790)이 현금창출원(캐시카우) 확보를 위해 화장품·건기식 사업에 진출했지만, 12년째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앞서 전담부서까지 꾸려 스킨케어 브랜드 '팜트리'를 선보였지만 여전히 매출 비중은 미미한 상황이다. 이에 신일제약은 건강기능식품의 자체 개발과 의약품 판매 채널 다각 등을 통해 신사업에도 힘을 실을 계획이다.
(사진=신일제약)
화장품·건기식 매출 '미미'…신약개발도 '주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일제약의 올해 상반기 누적 매출액은 473억원으로, 1년 전 399억원보다 18.55% 성장했다. 신일제약은 일반·전문의약품이 주력이다. 지난 2021년 618억원 수준이던 매출이 2022년(800억원) 급성장했고, 지난해(891억원)를 거쳐 올해까지 외형성장이 이어졌다.
문제는 캐시카우 확보를 위해 야심차게 진출한 화장품·건강기능식품 등의 매출이 저조하다는 점이다. 올해 상반기 신일제약의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매출 비중은 각각 2.4%(11억원), 0.7%(3억2700만원)에 그친다. 두 사업의 매출 비중을 합해도 3.1%에 불과하다.
신일제약은 2013년 화장품 사업에 진출하며 스킨케어 브랜드 '팜트리'를 출시했다. 같은해 복합 비타민을 내놓으며 건강기능식품 사업에도 도전했다. 통상 제약사들은 신약 개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사업다각화로 캐시카우를 확보한다.
그러나 신일제약의 사업다각화 전략은 12년째 제자리걸음이다.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사업에 출사표를 던진 바로 다음해인 2014년 두 사업 매출 비중은 0.8%(3억8500만원)에 그쳤다. 이후 업계에서는 경쟁력을 갖춰 매출 비중을 늘려갈 것으로 전망했지만, 2020년 2.9%, 지난해 2.6% 등 좀처럼 3%를 넘지 못했다.
신약개발도 주춤했다. 앞서 신일제약의 2018년 연구개발비율은 7.75%(43억원)였다. 그러나 바로 다음해인 2019년 5.87%(36억원)으로 급감했고, 2021년(4.65%, 29억원)부터는 4%대로 낮아지기 시작했다. 이후 2022년(5.29%, 42억원) 연구개발비율을 다시 늘려가는 듯했으나, 지난해에는 4.82%(43억원)에 그쳤다. 올해 상반기(5.31%, 25억원)에도 지난해 1분기(5.64%, 22억원)보다 소폭 줄었다.
신사업 숨 불어넣기…현금창출력 '바탕'
이 같은 상황에서도 신일제약은 신사업 확대를 지속할 계획이다. 앞서 화장품 사업과 관련해서는 전담 부서를 꾸리며 연예인 마케팅도 진행했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이후 지난해 정관에 건강기능식품 사업에 대한 내용을 추가하면서 이를 기반으로 사업 영역을 넓힐 것으로 관측된다.
신일제약에 따르면 화장품 사업을 담당하는 HMB부서 인력은 3명이며, 마케팅팀은 8명으로 구성돼 있다. 총 11명이 신제품 출시와 연예인 마케팅 활동을 이어왔다. 지난 2014년 팜트리딥스무딩핸드크림과 리제너레이팅케어앤커버크림을 발매했으며, 2016년에는 배우 한서진을 전속모델로 발탁했다. 이후 지난해 팜트리 바이탈 하얄토닝 클렌징폼을 내놓았고, 올해는 팜트리 시그니처 페이셜 로션을 출시했다. 현재는 인플루언서를 중심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다.
이 같은 활동에도 화장품 사업에 대한 뚜렷한 성과가 나지 않자 신일제약은 건강기능식품 사업에 눈을 돌렸다. 신일제약은 지난해 사업보고서 정관에 △임업 △의약품 도매업 △건강기능식품 제조 및 판매업 △각 호와 관련된 판매업, 수출임업 및 대행 등의 부대사업 일체를 추가했다. 주된 사업인 의약품 매출에 더해 전체 매출 신장을 위해서다. 앞서 신일제약은 신사업에 진출하기 시작한 2013년부터 건강기능식품 사업에 대한 내용을 추가하지 않았다.
신일제약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직접 제조는 하지 않는다"라며 "건기식 시장이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보니 향후 제약사의 전문성을 살리면서 제조를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정관에 추가했다"라고 설명했다.
신일제약의 의지만 있다면 향후 신사업 확대 전략은 무난하게 이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일반·전문의약품에서 안정적인 실적을 내다보니 현금창출력이 양호한 덕이다. 이를 기반으로 사업에 투자할 유동성 자금도 넉넉한 상태다.
실제 올 상반기 기준 신일제약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306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실질적인 현금창출력을 나타내는 영업활동현금흐름도 양수(+) 행진 중이다. 신일제약은 올해 반기 영업활동을 통해 145억원의 현금이 유입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 39억원에 비해 대폭 개선됐다. 2021년 112억원을 시작으로 2022년 137억원, 지난해 152억원을 거쳐 유입 폭이 커지고 있다.
신일제약 관계자는 "화장품과 건기식 사업 진출에 대한 초기 비용 등은 정확히 알 수 없다"라며 "다만 넉넉한 유동성을 보유했고 무리하게 투자를 진행하진 않는다"라고 밝혔다.
김혜선 기자 hsun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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