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민경연 기자] 임종룡
우리금융지주(316140) 회장의 임기가 반환점을 돌면서 리딩금융을 향해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잇단 내부통제 부실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횡령과 불법대출 등 수습하는 데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는 지적입니다.
내부통제 부실 문제 반복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에게 616억원의 대출을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중 불법대출 의혹을 받고 있는 규모는 350억원에 달합니다.
대출 서류 진위 여부 확인을 누락했거나 담보·보증 평가가 제대로 되지 않은 담보물을 근거로 대출을 취급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대출취급 심사 및 사후관리 과정에서도 본점 승인을 거치지 않고 지점에서 임의로 처리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임 회장은 지난 12일 긴급 임원회의를 열고 전임 회장의 친인척 대출에 대한 메시지를 내놓았습니다. 특히 △부당한 지시 △잘못된 업무처리 관행 △기회주의적인 일부 직원들의 처신 △여전히 허점이 있는 내부통제 시스템 등이 이번 사건의 원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임 회장이 잘못된 관행과 부당한 지시, 기회주의 등을 지적한 것은 조직 내 만연한 '줄 서기' 문화를 지적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지난 2년 간 우리은행의 금융 사고가 줄줄이 터진 바 있습니다. 지난 6월에는 우리은행 대리급 직원이 대출 신청서를 위조해 100억원을 횡령했고 지난 2022년 4월에도 700억원대 횡령사고가 적발된 바 있습니다.
임 회장으로서는 지난해 3월 취임 이후 금융당국 검사를 받고 내부통제 시스템 손질하는 데 상당한 노력을 들여야 했습니다. 금융당국이 우리금융의 내부통제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인데요. 대주주 적격성에 대한 문제는 아니지만 비은행 M&A와 신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해결하고 가야 할 문제입니다.
M&A·신사업 경영전략 발목
앞서 임 회장은 지난해 취임 직후 "1등 금융그룹을 향한 항해를 시작할 것"이라며 포부를 드러낸 바 있습니다. 취임 직후 은행권 최초로 상생금융 참여안을 밝히는 등 당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행보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금융의 실적은 여전히 민간 4대 금융지주 중 꼴지를 다투고 있습니다. 지난해 연간 기준 우리금융그룹은 당기순이익(지배지분 기준) 2조5160억원으로 목표했던 3조원을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3위인
하나금융지주(086790)와 9000억원 넘게 벌어졌습니다. 올 상반기 순이익은 1조7554억원으로 반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순위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우리금융의 실적 개선을 위해서는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가 필수적입니다. 우리금융은 증권과 보험 계열사가 없어 우리은행 의존도가 95%에 달합니다. 최근 우리금융은 한국포스증권 합병을 통해 우리투자증권을 출범시켰고, 연내 동양·ABL생명 인수를 위한 실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만 전임 회장의 친인척 대출 관련 수사 이후 당국의 제재가 이어진다면 제재 수위에 따라 M&A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앞서 700억원대 횡령 사고 당시 금감원은 우리은행에 기관경고와 8억78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 바 있습니다. 당국으로부터 기관경고 이상의 제재를 받은 금융사는 최소 1년간 금융당국의 인허가를 받을 수 없습니다.
말로만 내부통제 손질
전임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이 1000억원 규모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데요. 우리은행 관계자는 "현재까지 조사된 결과에 따라 금액을 발표한 것"이라며 "조사 진행에 따라 금액이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금융사고가 반복될 때마다 우리금융은 '내부통제 전방위 개선'을 강조했습니다. 외부 출신인 임 회장 취임 후에도 강도 높은 개혁 작업을 벌였지만 그간의 조직 문화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난해 1000억원대 파생상품 손실 사고에 대한 책임으로 강신국 전 부행장이 징계를 받고 퇴임한 바 있는데요. 강 전 부행장은 올해 3월 우리금융 자회사인 우리PE자산운용 대표이사로 다시 발탁됐습니다. 임 회장이 내부통제 부실 관련 강한 메시지를 내고 쇄신 인사를 강조한 후 단행한 인사입니다. 지난 6월 180억원 규모 지점 횡령사고의 책임을 지고 박구진 준법감시인이 사임 했지만 부행장 직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전임 준법감시인의 경우 부행장 직책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룹장보다 하부 업무를 맡고 있어 인사상의 불이익이 전혀 없다고는 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책무구조도가 도입된다면 지금이랑은 상황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책임소재가 불명확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임기 반환점을 맞이한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전임자 시기부터 이어진 내부통제 문제로 경영 드라이브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우리은행)
민경연 기자 competiti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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