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대한민국 건국 시기에 대한 국민들 의견은 엇갈렸습니다. '임시정부 수립일인 1919년 4월11일'이란 응답이 40%대 중반을 기록한 가운데, '정부 수립일인 1948년 8월15일'이란 응답도 40%에 달하며 적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 정통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올해 광복절 기념식 또한 친일 논란 끝에 파행되는 비극으로 이어졌습니다. 현행 헌법에서는 대한민국 정부가 3·1 운동으로 건립된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15일 공표된 <미디어토마토> 145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한민국 건국이 언제 되었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44.6%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인 1919년 4월11일'이라고 답했습니다. 반면 38.2%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인 1948년 8월15일'을 택했습니다. 두 응답의 격차는 오차범위 밖입니다. '잘 모르겠다'며 응답을 유보한 층도 17.1%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이번 조사는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2일부터 13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입니다.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2.3%로 집계됐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최근 정치권에선 광복절을 앞두고 건국절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의 역사관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건국절 논란으로 비화됐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할 당시 멘토 역할을 담당했던 이종찬 광복회장은 김 관장이 지난해 12월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1948년 8월15일이 진정한 광복"이라고 한 발언을 문제 삼았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실은 건국절을 제정할 의사나 계획이 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정부 곳곳에 중용된 뉴라이트 인사들은 우리나라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전 대통령을 나라를 건국한 국부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건국절 논란은 앞서 2006년 이영훈 서울대 교수를 중심으로 한 뉴라이트계 인사들이 '1948년 건국절'을 주장하면서 불거졌습니다. 대한민국의 건국 시점은 임시정부를 수립한 1919년 4월11일이 아니라 이승만정부가 출범한 1948년 8월15일이라는 주장입니다. 특히 뉴라이트가 활개를 쳤던 이명박정부는 1948년을 기준으로 2008년 건국 60주년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이와는 달리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2년 후 2019년은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라며 1919년을 대한민국의 건국 시기로 바라봤습니다. 역사학계는 헌법 전문을 근거로 대한민국이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 있으며, 마땅히 건국 시점도 1919년 4월11일이 맞다는 입장이 중론입니다.
70세 이상-TK "1948년" 우세
조사 결과를 연령별로 보면 30대에서 50대까지는 '1919년'을, 70세 이상에선 '1948년'을 건국 시기로 인식했습니다. 30대 '1919년' 49.0% 대 '1948년' 41.1%, 40대 '1919년' 58.3% 대 '1948년' 30.6%, 50대 '1919년' 55.3% 대 '1948년' 32.5%였습니다. 반면 70세 이상에선 '1948년' 46.7% 대 '1919년' 18.4%로,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특히 70세 이상의 경우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34.9%로, 모든 연령대 중에서 가장 높았습니다. 이외 20대 '1948년' 43.3% 대 '1919년' 42.9%, 60대 '1919년' 38.7% 대 '1948년' 38.3%였습니다. 60대의 경우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23.0%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인천과 호남 등에선 '1919년'을, 대구·경북(TK)에선 '1948년'을 대한민국 건국 시기로 인식했습니다. 경기·인천 '1919년' 52.1% 대 '1948년' 31.4%, 광주·전라 '1919년' 46.0% 대 '1948년' 38.7%, 강원·제주 '1919년' 50.8% 대 '1948년' 32.0%였습니다. 반면 보수의 심장부인 대구·경북에선 '1948년' 52.1% 대 '1919년' 38.3%로, 1948년을 건국 시기로 본 응답이 절반을 넘었습니다. 이외 서울 '1919년' 45.0% 대 '1948년' 39.8%, 대전·충청·세종 '1948년' 40.2% 대 '1919년' 36.0%, 부산·울산·경남(PK) '1948년' 42.0% 대 '1919년' 35.9%였습니다. 대전·충청·세종과 부산·울산·경남에선 '잘 모르겠다'는 응답 또한 각각 23.8%, 22.1%로 20%대를 차지했습니다.
지난해 8월15일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중도층, '1919년' 45.3% 대 '1948년' 35.8%
정치성향별로 보면 민심의 풍향계로 읽히는 중도층은 '1919년' 45.3% 대 '1948년' 35.8%로 조사됐습니다. 보수층 '1948년' 51.6% 대 '1919년' 29.4%, 진보층 '1919년' 64.2% 대 '1948년' 24.4%로, 진영별로 건국 시기에 대한 의견이 확연히 달랐습니다. 지지 정당별로도 국민의힘 지지층 '1948년' 61.7% 대 '1919년' 14.9%, 민주당 지지층 '1919년' 64.3% 대 '1948년' 24.0%로 건국 시기에 대한 관점이 엇갈렸습니다.
한편 이번 조사는 2024년 7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를 기준으로 성별·연령별·지역별 가중값을 산출했고 셀가중을 적용했습니다. 그 밖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나 서치통 홈페이지(www.searchtong.com/Home)를 참조하면 됩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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