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지철 부활"…범야, '김용현 낙마' 사활
충암고 인맥…2년여간 '윤석열 심기' 보좌
야권 '차지철·하나회' 맹폭…"군사정권 전철"
2024-08-14 16:46:13 2024-08-14 18:41:14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차기 국방부 장관에 김용현 대통령 경호처장을 지명하면서 범야권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입틀막(입을 틀어막는) 경호', '임성근 구명 배후 의혹' 등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선 그를 신임 국방부 장관으로 기용하자, 야권 안팎에선 "최악의 인사 대참사"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더욱이 윤 대통령의 '서울 충암고 1년 선배'인 그를 장관 자리에 앉히기 위해 외교·안보 라인의 연쇄 교체를 단행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야권의 공세는 더욱 거세질 전망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퇴임 대법관 훈장 수여식에 참석하고 있다. 윤 대통령 왼쪽은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된 김용현 경호처장. (사진=연합뉴스)
 
'용산 이전' 주역 '입틀막' 경호 당사자
 
박찬대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정권의 인사가 민심의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국민의 상식과 원칙에서 벗어난 인사로 핵심 국가기관들은 정상 작동이 불가능한 상태에 처했다"며 "국민이 참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고 비판했는데요. 
 
박 직무대행은 또 "윤석열정권의 차지철·장세동으로 불리는 김 처장에게 국방부 장관 자리는 군대를 망하게 할 작정이 아니라면 천부당만부당한 일"이라며 "대통령은 잘못된 인사를 즉각 철회하고, 인사 시스템과 기조 자체를 처음부터 다시 설계하길 바란다"고 직격했습니다. 
 
앞서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지난 1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어 "김 후보자는 국방·안보 분야 전문가로 합리적이고 희생적인 지휘 스타일로 군 안팎의 두터운 신망을 받았다"며 "경호처장으로 군 통수권자의 의중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기에 국방부 장관으로 적임자라 판단했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김 후보자는 대선 캠프에서 외교·안보 정책자문을 맡으면서 '충암고 친정 체제' 신호탄을 쐈습니다. 특히 대선 승리 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는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 부팀장을 맡아 윤석열정부의 '용산 시대'를 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역술인 '천공' 등과 육군 참모총장공관과 서울사무소를 사전 답사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에는 초대 경호처장을 맡아 2년 넘게 윤 대통령을 보좌한 최측근에 꼽히는데요. 최근에는 대통령 행사에서 항의하는 카이스트 졸업생과 정치인 등의 입을 틀어막는 이른바 '입틀막' 경호를 해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습니다. 
 
"국방부 아닌 조사실 가야"…인사청문회 난항 예고
 
이 같은 김 후보자의 이력은 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의 거센 반발을 불렀습니다. 민주당은 전날 김 후보자의 지명 직후 논평을 통해 "국민과 국회의원을 입특막하며 오직 대통령 심기 경호에만 매달려온 경호처장이 국방부 장관이 된다고 국가안보를 지킬 것으로 기대할 국민은 없다"고 일침했는데요. 
 
이어 "이종섭 전 장관이 해병대원 순직사건 회수 후 김용현 경호처장과 수차례 통화한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김용현 처장이 가야 할 곳은 국방부 청사가 아니라 특검 조사실"이라고 일갈하기도 했습니다. 
 
급기야 최고위원 후보로 나선 이언주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김용현 국방부 장관 지명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가결 시 계엄령을 선포하고 군을 동원해 무력으로 진압하려는 계획의 일환이 아닌가"라며 "윤 대통령은 박정희 군사독재정권의 전철을 밟을 망상에서 벗어나 즉각 김용현에 대한 내정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의원은 "김용현은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호위무사를 자처했던 사람으로, 그간 박정희 군사정권 시대의 차지철과 같은 역할에 충실해왔다"며 "(김 후보자는) 국방부 장관은커녕 온갖 입틀막과 패악질로 권력을 폭력적으로 부릴 때 일찌감치 경호처장에서 경질됐어야 마땅했다"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민주당 외곽에서도 김 후보자가 부적절한 인사라는 비판이 쏟아집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같은 날 최고위원회에서 "경호처장 출신 국방부 장관이라니 어이가 없다"며 "군 출신 대통령인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정권 시절에도 없었던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김 후보자가 군 인사를 좌지우지해 첩보부대 쓰리세븐(777) 사령부 지휘관과 국군방첩사령관도 충암고 출신이다"라며 "충암고는 전두환 시절 '하나회'라도 되는 것이냐"고 윤 대통령의 학연 중심 친정체제 구축을 꼬집었습니다.
 
조 대표는 "윤석열정권은 검찰과 군만 믿는 군사정권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다"며 "군사정권의 최후가 어땠는지 우리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개혁신당도 논평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또다시 오답 인사를 했다"며 "중소기업도 고과평가 하는 시대에 학연으로 하는 인사는 시대착오적이고 너무 촌스럽다. 대통령의 인사 원칙을 전반적으로 재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따라 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의 문턱을 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이는데요. 이달 말 예정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와 더불어 9월 정기국회에 앞선 정국의 최대 난맥이 될 전망입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 윤 대통령에게 야당과 협치를 하려는 할 생각이 기본적으로 없다는 것이 이번 인사로 드러났다"고 진단했는데요. 다만 그는 "여야 관계와 대통령과의 관계는 분리해서 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도 짚었는데요. 이 평론가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그런 전략으로 가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여야 새 지도부가 꾸려지면 부분적인 협치는 기대해 볼 수도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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