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HD현대중공업 노사 간 갈등이 있었던 안면인식기 설치 논란이 재점화될 기미가 보이고 있습니다. 사내 협력사들은 출입 관리를 위해 안면인식기를 다시 설치하겠다고 항의하고 있지만, 노조는 직원 감시라 주장하며 발견 즉시 철거하겠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21일 HD현대중공업 노조에 따르면 최근 사내협력사 협의회 대표가 HD현대중공업 지부에 안면인식기를 다시 설치하겠다며 항의문을 전달하고 갔다고 밝혔습니다. 노조가 안면인식기 설치를 방해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에 항의차 방문한 것입니다.
항의문에는 지난 2023년부터 사내협력사가 HD현대중공업에 안전출입시스템을 요청했는데,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다는 내용입니다. 그 이유가 현대중공업지부의 철거로 인해 정상진행이 되지 않는다며, 노조가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이라고 노조 측은 설명했습니다. 이에 노조는 "안면생체인식기 재설치를 강행할 경우 지부는 무경고 즉시 철거로 대응하겠다"며 "이후 해당 업체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감독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HD현대중공업 울산 본사 전경. (사진=뉴시스)
HD현대중공업에서는 올해 4월 사내 협력업체 근로자 출입을 확인하는 시스템 설치를 놓고 노사가 마찰이 발생한 바 있습니다. HD현대중공업 사내협력사들은 2월부터 원청인 HD현대중공업의 지원을 받아 울산조선소 작업 현장에 안면인식기를 설치하기 시작했습니다.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출퇴근과 보안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실제 결근을 했으면서도 출근한 것처럼 속여 임금을 타가거나 퇴직근로자 출입증을 다른사람에게 빌려주는 등 보안 문제가 발생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입니다.
HD현대중공업은 '조선업 원·하청 상생협약'을 통해 지난 2월부터 도입을 추진 중인 '에스크로 제도'를 확산하기 위해서도 출입 관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에스크로 제도는 원청이 특수 계좌에 인건비를 입금하면 협력업체가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제대로 지급한 게 확인된 후 계좌에서 인건비 인출을 승인하는 제도입니다.
하지만 노조들은 안면인식기가 근로자 감시·통제 수단이 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서고 있는 것입니다. 식사 카드나 작업지시서를 통해 사내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 신원과 인원을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노조는 소식지를 통해 "신체 정보를 수집하면서 대체제도를 마련하지 않고 근로계약 이행의 불이익만 강조한 것은, 노동자의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위험한 발상이며 폭력일 뿐이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에서도 노조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울산지법 민사22부는 HD현대중공업 회사 측이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방해금지 가처분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안면 인식기가 개인정보 침해 소지가 있다는 노조 주장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는 점과 실제 노사 양측이 안면 인식기 문제 해결을 위해 대안을 집중 논의한 점, 회사 측이 사내 협력업체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받은 동의서에 일부 형식상 문제가 있다고 노사 모두 인정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HD현중 관계자는 "이번 법원의 판단은 재물손괴 등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한 정당성을 인정한 것은 아니고 오히려 위법하다고 보았으나, 긴급하게 금지해야 할 필요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노조의 무단 철거에 따른 불법행위는 현재 수사기관에서 별도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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