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손 회담 피했지만…채상병·25만원 '합의 실패'
'금투세 추가 협의·민생 협의 기구 운영' 등 성과
핵심 의제 가시적 성과 없어 '보여주기식' 비판도
2024-09-01 18:11:05 2024-09-01 18:11:05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1년 만에 열린 '여야 당 대표 회담' 자리에서 팽팽한 신경전 속 '협치'를 논의했습니다. 두 사람은 이른바 '채 상병 특검법'(순직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과 '전 국민 25만원 지원', '금융투자소득세' 등 굵직한 현안을 놓고 90분 넘게 격론을 벌였는데요. '빈손 회담'은 피했지만, 국민적 주목을 받았던 '채 상병 특검법'과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에 대해선 합의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다만 금투세 손질, 양당의 민생 공통 공약을 추진하기 위한 협의 기구 운영 등은 의견 일치를 이루며 성과로 남겼는데요. 주요 협상 의제로 꼽혔던 '채 상병 특검법',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에 관해 가시적 성과를 도출하지 못하면서 '보여주기식' 회담에 그쳤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최대 쟁점선 '평행선'…서로 입장차만 확인 
 
곽규택 국민의힘·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일 오후 국회에서 여야 대표 첫 회담 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동 발표문을 발표했습니다. 여야 대표는 당초 계획했던 90분을 넘겨 약 135분간 회담을 가졌는데요. 회담에는 양당 정책위의장과 대변인이 배석했습니다.
 
우선 정치권의 주목과 국민적 관심을 받은 '채상병 특검법'의 경우 이 대표가 '제3자 방식 추천 특검'을 수용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한 대표는 국민의힘 내부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혀 결국 합의엔 이르지 못했습니다. 
 
회담에 앞서 이 대표는 모두발언을 통해 "전 국민의 관심사인 해병대원 특검법을 한 대표도 공언했고 진심이라고 생각한다"며 "제3자 추천 특검을 말씀하셨는데 저희가 적극 검토하고, '증거조작'도 특검하자고 했는데 수용하겠다"고 밝혔는데요. 그러면서 한 대표에게 "입장이 난처한 것은 이해하나 국민을 대표하는 정치인이라면 자신이나 주변의 특별한 문제 때문에 국민적 대의를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잘 알 것"이라며 "이제 결단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여야는 회담 후 "허심탄회한 토론이 있었지만 아쉽게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며 서로 원론적 입장을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고 전했습니다. 아울러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에 관해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하진 못했습니다.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에서 일방적으로 설정하는 기한에 맞춰 당의 입장 낼 수 없다는 얘기를 나눴다"며 "그 부분에 대해선 국민의힘 내부에서 계속해서 논의해나가는 과정이라는 말씀드렸고 그에 대해선 어떤 합의는 이루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채상병 문제와 관련해 논의가 있었고 지금 제3자 특검 추진과 관련해 저희 의견 말씀드렸고 토론이 있었지만 아쉽게도 합의를 하진 못했고 각자의 생각에 대해 확인하는 수준이었다"며 "국민들께 좋은 소식 전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전했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이재명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접견실에서 양당 대표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투세 추가 협의…민생 협의 기구 운영
 
여야 대표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도 논의했지만, 결론은 내지 못하고 주식시장의 구조적 문제 개선 등 주식시장 활성화 방안과 함께 추후 종합적으로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즉 내년 1월 금투세 시행을 앞두고 폐지 또는 완화 등 구체적인 개편책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는 못했는데요. 그럼에도 '추후 종합 검토'라는 여지를 남겨두고 금투세 손질 가능성은 열어뒀습니다.
 
아울러 두 사람은 민생 공통 공약을 추진하기 위한 협의 기구 운영을 포함해 8개 사항에 대해 합의했는데요. 특히 현재 의료 사태와 관련해 추석 연휴 응급의료 체계 구축에 만전 기할 것을 정부에 당부하고, 국회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외에도 △반도체 산업·인공지능(AI) 산업·국가기관 전력망 확충과 관련한 지원 방안 논의 △가계와 소상공인 부채 부담 완화 위한 지원 방안 적극 강구 △저출산 대책과 육아휴직 확대를 위한 입법 과제 신속 추진 △딥페이크 처벌과 예방 위한 제도적 보완 방안 신속 추진 등에 의견을 같이 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성과에도 굵직한 현안에 대한 뚜렷한 성과를 도출하지 못하면서 '보여주기식' 회담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오는데요. 앞서 정치권에선 채상병 특검법 등은 여야 간 이견이 큰 사안인 만큼, 협상 타결 여부가 양당 대표의 리더십을 가늠할 잣대로 여겨졌습니다. 특히 회담의 시기와 방식, 의제 조율을 놓고 약 2주간 끝없는 줄다리기를 이어왔지만, 결국 뚜렷한 성과 없이 마무리되면서 '보여주기식' 회담 비판은 피할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한편 대통령실은 이날 여야 당 대표 회담과 관련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대통령께서도 누차 밝히셨듯이, 이번 대표회담이 국회 정상화의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대통령실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회담에 앞서 모두발언에서 언급한 '계엄령 준비설'에 대해선 "말도 안 되는 정치공세"라고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앞서 이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최근에 계엄 얘기가 자꾸 얘기되고 있다"며 "계엄 해제를 국회가 요구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회의원들은 계엄 선포와 동시에 체포 구금하겠다는 그런 계획을 꾸몄다는 얘기도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왼쪽)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여야 대표 회담에서 발언을 마친 뒤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