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1998년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출시한 '스타크래프트'는 게임사에 길이 남을 이정표를 세웠습니다. 테란·저그·프로토스 세 종족의 물고 물리는 상성과 감동적인 서사는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RTS)의 표본이 됐습니다. 아류작이 한창 쏟아질 때쯤, 블리자드는 '워크래프트3'와 '스타크래프트2'로 RTS의 새 기준을 제시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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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게임즈(293490)가 2000만 달러를 투자한 '블리자드 출신' 개발사 프로스트 자이언트의 '스톰게이트'가 어떻게 새 바람을 일으킬지 이목을 끌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앞서 해보기(얼리 액세스) 서비스를 시작한 이 게임은 정식판 발매 전까지 고쳐야 할 부분이 많아 보였습니다.
스톰게이트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스타크래프트 시리즈를 연상케 한다. (이미지=스톰게이트 실행 화면)
익숙함 넘어 식상함
블리자드 팬들이라면 스톰게이트의 세계관은 익숙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식상하게 느껴질 겁니다. 이 게임은 지구에 있는 차원 문 '스톰게이트'를 열고 나타난 외계 생명체 '인퍼널'이 침략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는데요. 인류는 인퍼널에 맞설 조직 '뱅가드'를 결성하고, 두 세력 간 다툼에 고대 종족 '셀레스철'이 개입하면서 세 종족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집니다.
세 종족 간 전쟁은 RTS 장르에서 검증된 설정입니다. 문제는 게임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임무를 수행하는 '캠페인'에서도 과거 블리자드 게임의 흔적이 뚜렷하다는 점입니다.
우선 주인공 아마라가 신화 속 무기 '스로노스'를 찾아내고 적의 수괴 말록을 해치우는 과정에서 점차 타락하는 모습은 워크래프트3의 아서스 왕자를 보는 듯합니다. 여기다 성별은 스타크래프트에서 온 우주를 떨게 만든 칼날 여왕 '사라 캐리건'에서 가져온 모습이죠.
서사가 연속성 있게 읽히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기존 스타크래프트 시리즈는 화면에 기본 배경과 현재 상황에 대한 설명을 제시한 뒤 인물 간 대화를 보여줍니다. 반면 스톰게이트는 인물 간에 주고받는 대사를 통해 세력과 인물 관계를 추정해야 합니다.
캠페인 진행 과정 역시 '제한 시간 내 기지 지키기' 등 과거 스타크래프트 시리즈에서 했던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마치 스타크래프트의 저글링이 테란 진영에 쳐들어오는 모습 같다. (이미지=스톰게이트 실행 화면)
그래픽도 9년 전 출시된 '스타크래프트2: 공허의 유산'을 넘지 못했습니다. 임무 브리핑 화면 속 인물들은 입이 움직이지 않고, 임무 돌입 시 선택한 유닛의 초상화도 고정돼 있습니다. 게임 진행 중 대화 장면(컷신)에서도 주인공의 얼굴은 마네킹처럼 굳어있어 몰입이 어렵습니다. 영웅 유닛의 필살기 효과도 밋밋합니다.
이는 블리자드가 26년 전 출시한 스타크래프트 1편에서 임무 브리핑은 물론 유닛 클릭 시 나타나는 초상화에도 생동감을 불어넣은 점과 대조됩니다. 블리자드는 이런 이점을 워크래프트3에 이어 스타크래프트2에서 발전시켰는데요. 두 게임을 만든 개발진이 세운 회사가 2024년에 이런 연출을 한 이유가 궁금해집니다.
이 때문에 굳이 유료 결제를 해 가며 스톰게이트의 캠페인을 이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들게 됩니다. 서사로 보나, 그래픽으로 보나 과거 발매된 스타크래프트 시리즈가 월등하기 때문입니다.
개발사가 향후 인간 외에 다른 두 세력의 이야기에서 반전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스타크래프트와 워크래프트의 흔한 아류라는 평가를 못 벗어날 전망입니다.
주인공 아마라가 고대 신화 속 무기 '스로노스'를 얻는 과정에서 동료의 고통을 외면하는 등 타락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워크래프트3'의 아서스를 보는 듯하다. (이미지=스톰게이트 실행 화면)
'친절한 RTS'는 장점
다만 개발사가 자체 개발한 '스노우플레이' 엔진과 '버디봇' 시스템은 초보자가 환영할 만한 점입니다. 자동 기능에 익숙한 신세대 입장에선, 자원 생산과 기지 건설을 일일이 신경 써야 하는 스타크래프트가 버거울 수 있습니다.
개발사 프로스트 자이언트는 건설 명령을 수행한 로봇이 자동으로 자원을 채취하도록 편의성을 높였습니다. 또 스페이스바를 누르면 모든 전투 유닛이 선택되는 식으로 게임을 설계했습니다. 이 같은 편의성은 렐릭 엔터테인먼트의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4'보다 한 단계 발전된 방식입니다.
스톰게이트는 스타크래프트·워크래프트에 친숙하지 않은 RTS 초보자에게 한 번쯤 권할 만한 게임입니다. 하지만 두 게임의 어중간한 자기복제를 넘어서지 못한다면, 외연 확장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처음 이 게임을 실행하면, 제작진은 작품이 개발 중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제작진은 캠페인 미션 컷신에 대해 "표정 애니메이션과 체형 비율 등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예정"이라며 "앞으로 게임 모드와 유닛 등을 추가하고, 게임 아트의 완성도를 높이고, 편의성을 향상하는 등 게임을 전반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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