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선임기자] 현대차 북경법인(북경현대기차유한공사)의 손실이 누적돼 장부가치가 사라졌습니다. 현대차가 지분법을 중단해 추가 손실분은 앞으로 재무에 반영되지 않습니다. 그동안 북경법인 5개 공장 중 2개를 매각했던 현대차는 장부가가 영(0)원이 됐음에도 법인 매각이나 청산 계획은 없다고 못박았습니다. 현재 북경법인은 내연기관차와 신에너지차 비율을 조정하면서 현지 시장전략을 수정하는 중입니다.
수년에 걸친 장부가 감액…0원까지
22일 현대차 관계자는 분기보고서상 3분기말 북경법인 장부가가 삭제된 데 대해 “손실이 누적돼 영원으로 수렴됐다”며 “이후 추가 손실분은 회계상 지분법사용중단 개념으로 반영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북경법인은 베이징자동차와 50%씩 합작한 공동기업입니다. 지분가치 이상 손실이 커지면 장부가가 0원이 되고 추가 손실분은 반영하지 않습니다. 지분법손익 반영도 중단됩니다. 이후 이익이 생기면 그동안 손실분을 제외하고 다시 반영하게 됩니다.
공동기업의 지속적인 손실이 반영되지 않아 투자자들이 기업 성과를 예측하는 데 어려움이 생기지만, 현대차 재무상 해당 손실이 늘어나지 않는 부분은 긍정적입니다. 북경법인은 2021년 베이징 1공장, 올초 충칭공장을 매각해 자산을 축소해왔습니다. 남은 베이징 2공장과 3공장 등에 대한 매각설도 돌았지만, 현대차는 북경법인에 대해 “청산이나 매각 계획은 없는 상황”이라고 분명히 했습니다.
현대차는 지난해 북경법인에 대해 지분법손실 5243억원을 인식했었습니다. 전년 손실 3944억원에서 적자폭이 확대됐습니다. 같은 기간 장부가치도 5252억원에서 94억원 정도로 축소됐습니다. 현대차는 3분기말 기준 94억원을 지분법 손실처리하고 장부가를 없앴습니다. 회사는 북경법인의 사용가치 하락 등의 사유로 2020년과 2021년에도 장부가를 거듭 감액했었습니다. 부실이 장기화된 지 오래입니다.
한때 북경법인은 베이징자동차와의 성공적인 합작사례로도 꼽혔습니다. 하지만 사드 사태 이후 판매량이 줄면서 코로나19를 거쳐 갈수록 쇠락했습니다. 여기엔 로컬기업을 우선하는 중국의 편향적인 정책이 한몫했습니다. 2021년에 매각한 베이징 1공장도 이미 2016년부터 현지 당국으로부터 퇴출 위기에 몰렸습니다. 중국 당국이 환경규제를 명분으로 베이징 공장을 도심 외곽으로 몰아냈습니다. 이후 전기차의 배터리 보조금도 자국산에 한정하면서 현대차가 현지 신에너지차 시장을 뚫기 어려웠습니다.
지난 4월25일 중국국제전람중심 순의관에서 열린 '2024 베이징 국제 모터쇼' 현대차 프레스 컨퍼런스 모습. 사진=뉴시스
중국 생산비중도 한 자릿수…내년엔 반전 도모
승용 완성차 기준으로 중국내 현대차 생산량은 2021년 33만4700대, 2022년 25만5000대, 2023년 24만1300대로 점점 감소했습니다. 전체 글로벌 생산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8.7%, 6.4%, 5.6% 순으로 줄었습니다.
중국 내 전기차 시장은 로컬업체들이 점령하다시피 하고 있고 성장률이 둔화된 데다 미국 트럼프 2기 출범에 따른 견제도 성장률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그러면 북경법인의 지분법이익이 현대차에 반영될 시점도 기약하기 어려워집니다. 현대차는 이미 인도에 새로운 아시아 거점을 구축했으며 중국과 달리 성장세를 보입니다. 3분기 북경법인의 총포괄손실은 4784억원에 이르렀습니다. 전년 3009억원에서 적자가 누적됐습니다.
그럼에도 현대차 북경법인은 신에너지차 비중을 늘리는 쪽으로 사업 전략을 수정해 영속성을 유지하려 합니다. 최근 열린 광저우 모터쇼에서 북경법인은 수소연료 콘셉트카와 순수전기차 등을 선보였습니다. 전기차, 자율주행 등 미래지향적 신차 전략을 강화해 시장 입지를 회복한다는 복안입니다. 현대차는 중국에 R&D센터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북경법인은 이와 연계해 신에너지차 역량을 강화하는 중입니다. 연장선에서 북경법인은 내년 순수 전기차 신형 모델을 출시할 계획입니다. 성장률만 회복되면 중국은 여전히 현대차에게 매력적인 시장입니다.
이재영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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