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들어올 거면 맞다이로 들어와!" 12일 낮 12시35분. LA 다저스 모자를 눌러쓴 여성이 소리치자, 장내가 떠나가도록 함성이 쏟아집니다. 여기는 민희진 어도어 대표 기자회견장이 아닌, 판교 엔씨소프트 사옥 1층 집회 현장입니다.
용기 내 소리치던 김모씨는 "이렇게 말하고 싶지만 무섭다"며 "남들 앞에 나서는 걸 무서워하는 저를 여기까지 나오게 한 회사가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엔씨소프트 노조 조합원 김모씨가 12일 판교 사옥에서 열린 첫 집회에서 사측의 분사 결정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창사 이래 첫 집회가 열린 이날, 김씨는 사측의 분사 결정에 울분을 토했습니다. 김씨는 "우리는 소문을 듣고 분사 대상인 것을 알았고, 우리의 의사는 단 한 톨도 묻지 않았다"며 "분사해도 정말 똑같은 엔씨냐, 3년 뒤에 우리만 사라질지도 모르는데 뭐가 똑같느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앞서 엔씨소프트는 지난 5월까지 권고사직을 진행한 데 이어, 8월 임시주총에서 엔씨QA·엔씨IDS 분사를 결정했습니다. 게임 품질 보증과 시스템 통합 분야를 나눈 겁니다. 분사 법인은 다음달 1일 출범합니다. 분사 법인으로 옮겨지는 인원은 3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노조는 분사 법인 폐업 시 직원들의 본사 복귀 보장을 요구했는데요. 사측은 그 기한을 3년으로 제시했습니다. 3년 뒤 폐업하는 법인의 직원은 본사 복귀가 불가능하단 겁니다.
12일 엔씨소프트 첫 집회 구호. (사진=이범종 기자)
이에 고용 불안을 느낀 직원 100여명이 사상 첫 집회를 열고 분사 철회를 촉구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김씨는 "인센티브와 창립 기념일도 똑같냐, 왜 단체협약은 승계 해주지 않고, 3년이 아닌 폐업시 본사 복귀는 무시당한 거냐"며 "우리가 다 똑같은 엔씨라면 그 말을 한 COO님(구현범 최고운영책임자)도 같이 분사하라"고 외쳤습니다.
송가람 엔씨 노조 지회장은 "우리는 엔씨라는 배를 타고 열심히 노를 젓고 있는 노동자"라며 "소수의 경영진이 방향을 정하는데, 배가 산으로 가면 열심히 노를 젓고 있던 우리의 잘못이라며 우릴 보고 배에서 내리라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12일 엔씨소프트 직원들이 창립 이래 첫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분사 직원의 본사 복귀 가능 시한을 3년으로 둔 사측의 방침에 맹점이 있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송 지회장은 "회사를 일부러 폐업시키지 않는 이상 분사하고 3년 안에 망하는 게 쉽겠느냐"며 "돈 못 버는 회사도 자본금 깎아먹고 있으면 3년은 버틸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최근 비공개 IR 간담회에서 (사측이) '내년에도 권고사직을 계속 할 거고, 비용절감을 위해 아웃소싱을 계속하겠다'고 얘기했다고 한다"며 "회사가 우리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2차 3차 집회가 예정돼 있다"고 예고했습니다.
엔씨 노조는 추석 이후 2차 집회와 기자회견을 열 예정입니다. 이날 집회에는 네이버와 카카오, 스마일게이트, 웹젠, 한컴 노조 관계자들이 함께 모였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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