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22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가 다음달 예정된 가운데, 국내 방위산업 노동자들이 현행 노조법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목소리를 냈습니다. 이들은 3년전 헌법재판소에 신청된 현행 노조법의 위헌 여부 결정을 촉구하고 국회를 향해 헌재의 늑장대응에 대한 문책을 요청했습니다.
방위사업노동자위원회(방노위)는 2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노조법 위헌 여부 신속 촉구 및 방위사업노동자 노동3권 확보를 위한 법 개정 요구' 기자회견을 개최했습니다. 방노위는 국내 주요 방산업체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 LIG넥스원, 국방과학연구소, 국방기술품질원 노동자들이 소속돼 있습니다.
방노위는 이날 "방산업 노동자들은 방위사업에 종사한다는 이유로 노조법, 국방과학연구소법, 방위사업법 등 각종 법령에서 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제약받고 있다"며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회사와 교섭은 가능하지만, 노조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1조 2항에 따라 단체행동권이 전면 부정당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이들 방산업체 노조 조합원들은 현행 노조법 위반 혐의로 사측으로부터 법적 조치를 당했습니다. 노조활동을 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한화창원지회(한화에어로스페이스 노조)는 지난 2018과 2019년 노조 임시총회를 열어 사측으로부터 노조법 41조 2항을 위반했다며 고소를 당했습니다.
다만, 이 사건을 맡은 창원지법은 지난 2021년 6월 해당 법의 조항이 노동자 권리를 제한하는 정도가 심하다며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청구했습니다. 문제는 위헌심판 청구 이후 3년이 더 지난 현재까지도 헌재가 이번 사건의 심리조차 열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방산 노동자들에 대한 노조법 위헌법률심판제청에 대한 헌재 판결이 심리조차 열리지 않고 길어지는 중"이라며 "헌재가 늑장을 부리고 있기 때문에 국회가 입법권을 통해 방산업 노동자들에게 노동3권을 마련해 줘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헌재의 노조법 위헌 여부 결정 시간이 길어질 수록 사측으로부터 소송을 당하는 방산업 노동자들의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한화오션 노조)는 지난 7월 쟁의권을 확보하고, 거제사업장에서 7시간 파업을 단행했습니다.
그러나 사측은 이 중 특수선사업부 소속 노조 조합원들이 이 파업에 참여하자 노조 간부들을 비롯해 특수선 소속 조합원들 총 46명을 노조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한화오션 노조는 "한화자본은 매년 노조 파업지침에 참여했던 특수선 조합원을 대상으로 불법이란 프레임을 씌워 무더기 고발로 조합원을 겁박하고, 노조를 뿌리에서부터 말살하려는 행태들을 서슴없이 자행하고 있다"며 "방산 노동자의 쟁의권 제한이 과연 헌법정신에 맞는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아직 내려지지 않았고, 이를 한화가 모를리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조선업 노동계 관계자는 "헌법은 노동자의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등 노동3권을 보장하고 있다"며 "방위산업 종사자의 경우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방위산업의 특성을 고려해 단체행동권 등을 법률로써 막고 있지만, 이러한 제약은 매우 엄격하고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헌법 정신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방위사업노동자위원회(방노위)가 2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노조법 위헌 여부 신속 촉구 및 방위사업노동자 노동3권 확보를 위한 법 개정 요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이승재 기자)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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