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와 금리인하 이슈로 부동산 시장이 뜨겁습니다. 최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서 지난달 서울 집값이 하락했다는 자료를 내놓았는데요. 현장에 있는 공인중개사들이 실시간으로 실거래가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만큼 협회 시세는 현실을 더 빠르게 반영합니다. 협회 측은 8월이 휴가철이라 일반적으로 매매가가 부진한 계절적 특성이 있고 최근 가격 상승에 따른 피로감, 8·8 부동산 대책,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 정부 정책 여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매수 심리가 관망세로 돌아섰다고 분석했습니다. 아파트 거래량과 초기 분양률도 주춤한 모습입니다. 분명한 것은 그간 과열됐던 수도권 시장 분위기가 한풀 꺾였다는 점인데요.
변수는 금리인하입니다. 미국의 통화정책 전환으로 우리도 기준금리 인하는 시간 문제가 됐습니다. 이달 들어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눈에 띄게 둔화하고 급등한 서울 아파트 가격이 진정되는 분위기를 보이면서 다음 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 상황인데요. 금리가 내린다면 부동산 투자 심리를 자극하는 영향을 주는 게 일반적이죠.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하게 된다면 지역에 따라서는 부동산 투자 심리를 자극해 시장이 다시 요동칠 수 있습니다.
수도권과 지방, 서울 내 지역의 주택가격 비동조화도 여전한 상황이죠. 호재와 악재 아랑곳없이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신고가 경신 사례가 잇따르는데요. 100억원 이상 초고가 거래가 1년 새 3배 가까이 급증했다는 통계도 나왔습니다. 실제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단지에선 '국민 주택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가 60억원에 거래됐습니다. 집값이 주춤했던 8월 거래된 사례입니다. 공급면적으로 보면 3.3㎡(평)당 1억8000만원인데, 시장에선 벌써 '2억원 시대'가 도래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반면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서울 외곽 지역은 매매가격이 오히려 내리면서 지역 간 집값 편차는 더 벌어진 상황입니다. 양극화가 더 공고해진 셈입니다.
그간 집값을 잡겠다고 수많은 대책을 내놨지만 언제나 뒷북이고 실효성이 떨어져 집값이 오히려 상승하는 역설적인 상황을 경험해 왔습니다. 주택공급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몇 년 전부터 있었지만, 일시적으로 늘리는 것은 한계가 있죠. 그래서 대출 규제를 강화해 돈줄을 죄는 방법이 가장 손쉬운 수요억제책이었는데요. 현실은 현금 부자들의 잔치가 벌어지고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꿈은 멀어지는 상황이 되풀이됐습니다. 정부 부동산 정책의 목표는 국민이 집 걱정 없이 안심하고 사는 주거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죠. 시장을 고려하지 않은 단기적 방안으로 부작용과 피해가 언급될 때마다 아쉬운 마음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의도는 좋은데 효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정책과 규제는 정부에 대한 신뢰감을 저해하는 요인이 됩니다. 세심하게 챙기지 못했던 부분을 지금부터 차분히 메꿔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강영관 산업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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