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여사하고 대통령한테 다 까발리겠다고 했다"
"다 터자뿌겠다" 협박…"겁이 나서 발표를 못 하는 것"
명태균 캐비닛 '휴대전화' 주목…"책 내면 다 죽는다고 했다"
2024-10-02 06:00:00 2024-10-02 09:25:25
[뉴스토마토 박현광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22대 국회의원 총선거 과정에서 명태균씨로부터 협박을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2일 <뉴스토마토>가 확보한 음성 파일에 따르면, 명씨는 지난 2월26일 E씨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 내외를 협박했다고 말했습니다.  
 
2월26일 오전 11시4분(명태균-E씨 간 통화)
E씨 : 여보세요.
명태균 : 여보세요.
E씨 : 네.
명태균 : 내가 화내서 미안한데, 그 김영선이하고는, 그러면 안 되는 거요. 그 3개월 됐어. 내가 방향 다 가르쳐줬어. 정보 다 알아갖고. 끝끝내 말 안 듣고, 끝끝내 말 안 듣고. 그때 김해갑에 갔으면은 영웅이에요, 영웅. 제일 먼저 험지 가서. 지금은 김영선이 컷오프요. 끝난 지 오래됐어. 왜 발표 안 하냐? 내 땜에. 내가 여사하고 대통령한테 다 까발리겠다 그랬거든. 내가 대통령하고 여사한테 그래가 되겠어요? 어? 왜 가르쳐주는 대로 안 하는지 내가 잘 모르겠고. 또 이거 저 금전적인 것도 그래요. 예? 그러니까, 그 여보세요?
E씨 : 네.
명태균 : 여론조사 하든가 말든가, 나는 방법을 가르쳐 줬으니까 그건 알아서 그 김영선이하고 의논해요. 내한테 금전 얘기하지 말고. 내가 대통령, 여사 그 어 내가 얼마나 심한 얘기 한 줄 알아요? 00이 하고 다 물어보면 알 거여. 내 XX 가만히 놔두나. 내 XX 다 터자뿌겠다고. 내가 이렇게 뭐 협박범처럼 살아야 되겠어요? 그러니까 그래서 지금 그게 겁이 나서 발표를 못 하는 거예요. 의창하고 김해. 알겠습니까? 끊어요. 하여튼.
(통화 녹음은 2일 <박지훈의 뉴스인사이다>를 통해 공개됩니다.)
 
 
 
해당 통화가 이뤄지기 8일 전인 2월18일 오후 10시21분, 5선 중진이던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역구(창원의창)를 옮겨 경남 김해갑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명씨가 김 전 의원의 창원의창 컷오프 정보를 김 여사를 통해 사전에 입수하고, 김 전 의원의 지역구 이동에 관여한 정황을 앞서 단독 보도한 바 있습니다. 명씨 지시에 따라 2월19일 배포 예정이던 김해갑 출마 보도자료가 2월18일 밤 언론에 급하게 전달됐고, 명씨는 지역지 등에도 직접 전화해 기사를 유도했습니다. 명씨는 해당 기사를 김 여사에게 전달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2월14일부터 3월8일까지 13회에 걸쳐 경선 대상자를 발표했습니다. 경남 창원의창과 김해갑 경선 대상자는 3월2일 같은 날 발표했고, 김 전 의원은 경선 기회조차 얻지 못했습니다. 해당 발표는 명씨 말대로 경남에서 가장 늦게 이뤄졌습니다. 결국 명씨는 김 전 의원의 김해갑 컷오프 사실을 공관위 발표 최소 닷새 전에 알았고, 그 사이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협박했다는 게 명씨의 육성에 담긴 정황입니다.
 
'협박'과 관련해 당시 명씨와 매우 가까웠던 D씨는 '명씨의 휴대전화'를 주목했습니다. 윤 대통령 내외와 주고받은 통화와 메시지들이 명씨의 휴대전화에 고스란히 담겼고, 그 내용들이 밝혀질 경우 정부에 치명타가 될 것이란 게 D씨를 비롯한 복수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일종의 '명태균 캐비닛'인 셈입니다. D씨는 지난 2월29일 지리산 칠불사 회동에도 햠께 했습니다. 명씨의 육성에서 특이점도 보입니다. "여론조사 하든가 말든가, 나는 '방법'을 가르쳐 줬으니까"라는 대목으로, 일각에서는 명씨가 관여한 여론조사에 대한 의문을 거두지 않고 있습니다. 
 
D씨는 "정치자금법 관련 수사가 시작되기 전 (명씨가) 낌새를 차리고 전화기를 별도로 만들어서 기존 (파일을) 다 옮겨 놨다. 그걸 언젠가 써먹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라며 "'책을 내니 어쩌니', '이 책을 내면 다 죽느니' 그랬다. 그걸 터트릴 수도 있다는 식으로 여기저기 얘기하고 다녔다. 그 시점이 칠불사 회동 무렵"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게 터지면 (정권에) 엄청난 (부담이) 된다는 걸 자기도 알고 있고, 위(대통령실)에서도 알라고 정확하게 의사전달을 했다"며 "명태균이 직접 해준 얘기"라고 전했습니다. 
 
명씨는 지난 4·10 총선 기간 김 여사로부터 김 전 의원 관련한 국민의힘 공천 정보를 사전에 획득하지 않았다고 해명한 바 있습니다. 지난달 29일 <SBS>와의 전화 통화에서 "(하위) 30%가 되면 마이너스 점수 받고 경선 가는데, 하위 10%라서 (김영선) 당신은 컷오프야(라고 말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김 여사로부터 정보를 받은 것이 아니라,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의 당무감사 결과를 보고 김 전 의원의 컷오프를 예상했다는 겁니다. 당시 김 전 의원은 당무감사에서 하위 10%에 속했습니다.
 
명씨가 SBS에 했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명씨는 비공개 정보를 사전에 획득한 꼴이 됩니다. 국민의힘 당무감사 결과가 발표된 시점은 2023년 11월27일입니다. 김 전 의원 보좌진이기도 했던 E씨는 "하위 10%는 공개되지 않는다"면서 "2월21일부터 대상자들에게 개별 통보가 갔다"고 말했습니다. 명씨 육성("3개월 됐어. 내가 방향 다 가르쳐줬어. 정보 다 알아갖고.")대로라면, 명씨는 당무감사 결과 개별 통보 최소 3개월 전에 김 전 의원의 창원의창 컷오프 사실을 알고 김해갑으로의 이동을 서둘렀다는 말이 됩니다. 하지만 김 전 의원이 지역구 이동을 꺼리면서 시간이 지체됐다고 E씨는 부연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명씨를 잘 아는 또 다른 관계자는 "김 여사가 봉하마을을 방문했을 때 기차를 타고 갔는데, 그 열차 안에 명태균이 타고 있었다"며 "민간인이 여사 일정에 동행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김 여사는 지난 2022년 6월13일 경남 김해의 봉하마을에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습니다. 이때 민간인 신분의 일행이 동행해 논란이 됐습니다. 명씨 또한 당시 김 여사가 이용한 기차에 타고 있었다는 것이 그의 주장입니다.
 
E씨는 "대선 이후 명태균과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각별하게 가까워졌다"면서 "특히 김 여사하고 (더 가까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러쿵저러쿵 사적인 대화도 나누면서 (김 여사가) 약점이 많이 잡힌 것 같다"고 의심했습니다. 명씨는 지난 20대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국민의힘 후보였던 윤 대통령에게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하며 판세를 읽는 능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에 관여했으며, 윤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대통령 내외가 거주하던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와 코바나컨텐츠도 찾는 등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는 게 주변의 일치된 전언입니다. 
 
한편, 명씨는 휴대전화가 꺼져있어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이 압수수색에 나섰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앞서 명씨는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한 해명을 요청하자 "앞으로 저에게 연락하지 말라"며 강한 불쾌감을 내비친 바 있습니다. 대통령실은 반론 요청에 아무런 답을 전해오지 않았습니다.
 
박현광 기자 mu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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