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승훈 선임기자] 서울시 산하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의료인 10명 중 1명 이상이 최근 1년간 병원 내에서 성희롱이나 성폭력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해자 10명 중 7∼8명은 환자였습니다. 더구나 피해자 10명 중 6∼7명은 이런 피해를 겪고도 그냥 참고 넘어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서울시내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수술 준비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14일 서울시의회는 지난 7월11일부터 24일까지 서울시 산하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의료인 300명을 대상으로 병원 내 성차별과 성범죄 현황, 성평등 수준 등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조사 결과 최근 1년간 병원 내에서 성희롱·성폭력 피해를 경험했다는 응답 비율은 11.3%(34명)였습니다. 환자로부터 피해를 겪었다는 응답이 76.5%(복수 응답)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상급자(20.6%), 환자 보호자(17.6%) 등의 순이었습니다.
응답자 성별로는 남성은 7.1%, 여성은 12.0%가 성희롱·성폭력 피해를 경험했습니다. 성희롱·성폭력 피해 때 어떻게 대처했는지 묻자 '참고 넘어갔다'는 답변이 64.7%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당시 상황에 대해 동료나 친구, 가족과 상의했다'(26.5%), '가해자에게 문제 제기하고 사과를 요구했다'(23.5%) 등 순이었습니다.
병원 내 고충처리(상담) 창구 등에 신고했다는 답변은 2.9%에 그쳤습니다. 특히 관련 기관(여성가족부·국가인권위원회 등)이나 수사기관(경찰·검찰)에 신고했다는 응답자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 피해를 신고하지 않은 이유로는 '신고하더라도 병원·기관에서 아무런 조치도 취할 것 같지 않아서'(42.4%)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습니다. 또 전체 응답자의 32.3%는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사건을 신고할 수 있는 병원 내 공식· 비공식 절차에 대해 잘 모른다'고 답했습니다.
다만 병원 내 성평등 수준 및 제도화 정도에서는 비교적 양호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소속된 병원 내 조직문화를 살펴본 결과, '성차별적인 발언을 자주 한다'(7.3%)거나 '외모나 옷차림, 화장 등에 대해 성적인 평가나 대화가 자주 오고 간다'(10.7%)는 응답 비율은 10% 내외로 낮았습니다. 또 조직 내 성희롱·성폭력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져 '음담패설이나 성정 농담, 외모 평가 등에 대해 조심하는 분위기'라는 데 72.3%가 동의했습니다.
하지만 '고위 행정업무(보직)에 여성보다 남성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15.3%)'는 항목에는 동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와 여성의 승진을 가로막는 이른바 ‘유리천장’이 여전히 존재함을 보여줬습니다.
아울러 병원 내 수직적 위계질서나 권위적 문화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상급자에게 업무에 대한 자유로운 의견 제시가 어렵다'에 대한 동의 비율은 39.7%, '조직의 발전을 위해 개인의 희생을 감수하는 분위기가 있다'에 동의한 비율은 48.3%에 달했습니다.
오승훈 선임기자 grantorin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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