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배달 앱 수수료 갈등, 해법이 있는가
2024-10-17 06:00:00 2024-10-17 06:00:00
배달의민족(배민)의 수수료가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끝나갈 시점인 22년도 3월에 수수료 체계를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개편하여 몰매를 맞았고 지금은 일방적으로 수수료율을 대폭 인상해 지탄을 받고 있습니다. 배민은 지난 8월 중개수수료율을 6.8%에서 9.8%로 3% 포인트 올렸습니다. 인상 폭이 44%에 달하는 파격적 수준입니다.
 
시장점유율 63%를 차지하는 배민의 수수료 인상은 파급효과가 큽니다. 소비침체로 고통받고 있는 소상공인들의 수수료 부담을 가중시키는 조치라는 비난 여론이 거셉니다. 매출의 일정 비율을 가져가는 정률제에서 수수료율을 올리니 문제가 더 심각합니다. 입점업체가 인상된 수수료를 충당하려고 음식 가격을 올리면 그에 비례해 수수료 비용도 증가합니다. 배민은 중개만 해준 것뿐인데 입점업체의 매출에서 또박또박 10%씩 떼어가 수익을 올립니다.
 
그러니 배민의 수수료 인상에 소상공인들이 격렬히 반대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배달 앱 중개수수료를 둘러싼 갈등이 증폭되자 정부가 나서 상생협의체를 구성해 배달플랫폼과 입점업체가 서로 협의해 수수료율을 조정하도록 하였습니다. 여기서 배민은 매출액 기준으로 수수료율을 다르게 적용하는 ‘중개수수료 차등 적용제’를 상생안으로 제시했습니다. 매출액 상위 60% 업체에게는 9.8%의 수수료율을 적용하되, 상위 60~80%는 4.9~6.8%, 80~100%는 2%로 차등 적용하는 것입니다.
 
이런 제안에 대해 소상공인 측은 실효성이 없다고 수용하지 않았습니다. 소상공인들의 핵심적 요구는 수수료율을 일률적으로 낮춰 달라는 것입니다. 수수료 부담 완화효과를 체감하려면 현재의 절반 수준인 5%대로 내려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수수료율을 인상한 배민이 이전보다 낮은 5%로 인하하라는 요구를 받아들일 리가 없습니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대립하면서 정부가 정한 이달 말까지 상생안을 도출하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상생협의체를 통해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정부는 ‘수수료 상한제’를 추진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습니다.
 
경제적 약자인 소상공인들의 배달의존도를 악용하여 과도하게 수수료율을 인상해 폭리를 취하는 배민의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그러나 수수료 상한제와 같은 가격규제가 효과가 있을 것인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가격을 놓고 갈등이 벌어진 사례는 많습니다. 최저임금, 임대료, 대출이자, 통신요금, 전기요금, 대학등록금 등이 대표적입니다. 본질적으로 가격은 양면적 성격을 갖고 있어 이해가 상충됩니다. 가격이 공급자에게는 수익이고 수요자에게는 비용입니다. 그러므로 공급자는 가격을 높게 받고 싶어 하지만, 수요자는 낮게 지불하기를 원합니다. 시장경제에서 가격이 적정 수준에서 책정되는 이유는 경쟁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공급자가 가격을 너무 높게 정하면 수요가 감소하고 경쟁자에게 고객을 뺏기게 됩니다.
 
독과점 시장에서는 지배적 기업에 의해 가격이 부당하게 높아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독과점 구조라 하더라도 가격인상에까지 일일이 정부가 개입하면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합니다. 지금까지 정부가 개입해 성공한 가격규제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배달 앱 수수료 체계가 복잡하고, 광고료, 배달료, 결제수수료 등의 다른 비용이 녹아 있어 가격규제가 쉽지 않습니다. 배달 앱 중개수수료에 상한제를 도입하면 다른 명목의 수수료를 만들어 규제를 피해갈 것입니다. 그때마다 두더지 잡기식으로 새로운 규제를 만들면 규제는 누더기가 되고 그사이에 소상공인들의 피해는 더욱 커지게 될 것입니다.
 
정부는 만능이 아닙니다. 가능한 정부가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시장기능이 자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제도와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독점적 구조의 강고성은 시장에 얼마나 새로운 경쟁자가 진입해 활성화하느냐에 의해 좌우됩니다. 독점 기업이 지배적 위치에 안주해 가격을 올리는 순간에 경쟁자에게는 성장의 창이 열립니다. 현재 배달서비스 시장에는 쿠팡이츠, 땡겨요, 공공앱 등의 경쟁자가 활동하고 있지만 규모는 미미합니다. 배민이 수수료율을 낮추면 오히려 배민의 점유율이 고착화되고 경쟁자들은 성장하지 못합니다. 그럼 소상공인들은 영원히 배민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이악스럽게 수수료를 올려 이익을 극대화하는 배민에게 착하게 상생하라는 요구는 무리입니다. 차라리 상생의지를 갖춘 선량한 다른 배달앱을 소상공인들이 적극적으로 이용하도록 장려하고 지원하는 게 효과적일 겁니다. 시장이 자체적으로 작동하여 가격을 조정하며 균형을 회복하는데 시간이 걸립니다. 갈등이 발생한다고 자꾸 정부가 개입하고 규제하면 절대로 시장이 발전하지 못합니다. 정부는 독과점 구조를 해소하고 시장이 선순환적으로 작동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펴야 할 것입니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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