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울한 경제지표…경기침체 그늘
정부, 내수 부진에도 반 년째 '낙관론' 주장
소비·투자 부진 '발목'…내수 침체 장기화 우려
2024-10-18 16:49:29 2024-10-18 16:49:29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정부의 낙관론에도 경기침체의 그늘이 한국 경제를 뒤덮고 있습니다. 정부가 반년째 '내수 회복 조짐'을 진단했지만, 경기 둔화를 가리키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습니다. 소비자심리 등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은 가운데, 대내외 기관들도 정부 진단과는 다른 평가를 내놓고 있는데요. 특히 소비·투자 등 실물경기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면서 경기 둔화의 경고음이 커지고 있습니다. 오는 24일 올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발표되는 가운데, 수치상으로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음이 확인되면 재정·통화당국도 책임론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내수 회복 조짐' 외치지만…경기동행지수 '반년째 하락'
 
기획재정부는 18일 발간한 '10월 최근 경제 동향(그린북)'에서 최근 우리 경제에 대해 "우리 경제는 물가 안정세가 확대되는 가운데, 수출·제조업 중심 경기 회복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며 "설비투자와 서비스업 중심의 완만한 내수 회복 조짐 속에 부문별 속도차가 존재한다"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지난 5월부터 6개월 연속 내수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는데요. 기재부는 지난 5월 내놓은 그린북에서 "내수 회복 조짐이 가세하며 경기 회복 흐름이 점차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처음 내수 회복을 언급한 뒤, 서비스업 개선 등을 근거로 이달까지 같은 기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실제 지난 8월 서비스업 생산은 전월보다 0.2% 늘면서 석 달째 증가세가 이어졌습니다. 소매판매도 1.7% 늘어 증가세로 돌아섰습니다. 다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소매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3% 줄어든 수준으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소비자심리지수 역시 지난달 100.0으로, 한 달 전보다 0.8포인트 하락했습니다. 백화점 카드승인액과 할인점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각각 4.6%, 4.8% 감소한 점은 소비 심리가 여전히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투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8월 기준 설비투자는 1년 전보다는 7.8% 늘었지만, 한 달 전보다는 5.4% 줄었습니다. 올해 2분기를 기준으로 보면 설비투자는 전기보다 1.2% 줄었고 1년 전보다는 2.5% 감소했습니다. 건설투자 역시 1년 전보다 0.9%, 전달보다 1.2% 각각 줄었습니다.
 
현재 경기를 알려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1포인트 떨어져 6개월 연속 하락했고, 앞으로의 경기를 전망하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도 0.1포인트 떨어져 보합에 그쳤던 전월과 달리 다시 내리막길로 접어들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중국 성장률까지 '적신호'…대외 악재 '겹겹'
 
대외 상황 역시 녹록지 않습니다. 현재 주요국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중동지역의 분쟁 확산으로 국제유가 등이 출렁이면서 원자재 가격 변동성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실제 이날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3분기 GDP 성장률은 4.6%로 둔화해 '5% 안팎 성장' 목표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중국 등 주요국의 경기 둔화 경고음이 커지면서 향후 우리 경제를 지탱해 주는 수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기재부 역시 대외 여건에 대해 "글로벌 경제가 교역 개선과 주요국 통화정책 기조 전환 등으로 전반적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지역별로 회복 속도에 차지가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지역 분쟁 확산 우려, 원자재 가격 변동성, 주요국 경기 둔화 우려 등 불확실성이 상존한다"고 진단했습니다.
 
이 같은 이유로 시장에서는 정부 판단과 달리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경기 둔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마저 지난 10일 발표한 '10월 경제동향'에서 "건설투자를 중심으로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서 경기 개선이 제약되는 모습"이라고 정부 진단과는 다른 평가를 내놨습니다.
 
뿐만 아니라 골드만삭스·JP모건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을 기존 대비 줄줄이 낮춘 데 이어, 지난달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올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을 기존 2.6%에서 2.5%로 0.1%포인트 내렸는데요. 오는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3분기 GDP 속보치에서 내수 부진 장기화가 확인되면 확장적 재정·통화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시장에서는 3분기 성장률이 0%대 초중반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데요. 앞서 1분기 1.3% 깜짝 성장에 이어 2분기 -0.2% 역성장에 따른 기저효과가 예상되면서 전 분기 대비 0.5% 안팎에 머물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2분기 마이너스 성장에 따른 기저효과가 예상되지만, 민간소비와 건설투자 부진이 발목을 잡으면서 본격 반등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높습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3분기까지 수출이 나쁘지 않지만, 기여도는 떨어질 것"이라면서 "내수는 건설이 좋지 않은 상황으로 소비도 강한 반등이 나타날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내다봤습니다.
 
김귀범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이 1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10월 최근 경제 동향'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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