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챗GPT는 ‘글쓰기의 전자계산기’
2024-10-23 06:00:00 2024-10-23 06:00:00
얼마 전 대학교수를 하는 지인이 내게 고민을 털어놨다. 학생들이 리포트를 제출하는데 이게 본인들이 직접 쓴 글인지, 챗GPT가 작성한 것을 베낀 건지 알 수 없어 평가하는데 애를 먹는다는 이야기였다. 난 그에게 간단한 해결방법이 있다고 조언했다. 모든 학생들에게 챗GPT 활용을 허락하면 문제는 끝난다. 그렇게 하면 챗GPT에 나온 대로 베낀 글, 챗GPT를 심층적으로 활용해 작성한 글, 챗GPT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생각을 더 확장한 글로 나뉠 것이고 그에 따라 변별력이 생길 것이다.
 
챗GPT를 활용한 글쓰기는 이제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조건이다. 과거 과학자, 수학자들은 연산을 잘해야 자신의 연구를 발전시킬 수 있었다. 대형 칠판에 복잡한 수식을 가득 채우고 그 앞에서 '인증샷'을 찍은 과학자, 수학자의 사진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전자계산기를 활용하기 때문에 과학자, 수학자들에게 연산 능력은 그렇게 결정적으로 중요하지는 않게 됐다. 과학자, 수학자들은 연산을 전자계산기에 맡기는 대신 더 고등한 과학, 수학 문제를 풀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들일 수 있게 됐다.
 
글쓰기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챗GPT가 나오고 난 뒤 몇몇 지인들이 앞으로 글쓰기 강의가 필요 없겠다며 나를 걱정해주는 소리를 했다. 챗GPT가 글을 다 써주는데 굳이 글을 잘 쓰기 위해 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겠느냐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난 그들에게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챗GPT의 등장으로 글쓰기의 수요는 더욱더 커질 것이라고. 
 
과거에는 아예 한 편의 글을 완성할 수 없는 사람들이 인구의 절반 이상이었을 것이다. 챗GPT의 등장으로 이런 사람들도 챗GPT를 이용하면 최소한의 글은 쓸 수 있게 됐다. 과거에는 글을 전혀 쓰지 못하는 게 기본이었다면, 이제는 챗GPT로 글을 쓰는 게 기본이 된 것이다. 그리고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은 챗GPT를 활용해 더 잘 쓸 수 있게 됐다. 글쓰기의 수준 자체가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챗GPT는 어떤 주제에 대해 글을 쓸 때 내용에 포괄해야 할 범주를 설정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 블렛 방식으로 1, 2, 3, 4 번호를 매겨가면서 글에 포함돼야 할 내용의 범위를 핵심 키워드로 알려준다. 물론 핵심 키워드 하위 내용은 일견 그럴 듯해 보이지만 ‘하나 마나 한’ 것들이라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럴 땐 1, 2, 3, 4의 핵심 키워드로 추가 프롬프트를 작성하면 마찬가지로 아주 괜찮은 내용을 범주화시켜 보여준다. 이렇게 핵심 키워드를 계속 생성하다 보면 글 전체의 범주 설정뿐만 아니라 하위의 세부적 내용까지 도움받게 된다. 핵심 키워드를 보고 내 경험과 사고의 한계로 누락했던 내용을 보완할 수 있다. 챗GPT는 아주 뛰어난 내용 요약과 번역 능력도 갖고 있다. 
 
챗GPT는 전자계산기가 과학, 수학 분야에서 일으킨 변화를 글쓰기 영역에서 만들어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챗GPT는 ‘글쓰기의 전자계산기’라고 불러야 마땅하다. 글을 쓰려고 하는 사람들은 챗GPT의 다양한 기능을 익히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챗GPT 페이지에 접속해 가입하고 프롬프트 창에 무엇이라도 써보길 권한다. 챗GPT에 의존하다 인간의 고유한 글쓰기 능력을 뺏길까 봐 두려워하지 말라. 챗GPT는 오히려 글쓰기의 발판을 더 높게 만들어 인간의 글쓰기를 더 높게 도약시킬 것이다. 
 
백승권 비즈라이팅 강사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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