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인연대 "영진위 가치 훼손돼"…합의제 원칙 회복 촉구
이해충돌방지법 징계 조치로 진통
영진위 위원장, 징계 규정 개정 후 징계
영화인연대 "다른 기관서 찾아볼 수 없는 사례"
2024-10-23 14:50:46 2024-10-23 17:34:04
[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영화인연대가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가치가 훼손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현재 영진위는 영진위 위원의 이해관계충돌방지법(이해충돌방지법) 위반에 따른 징계 조치로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영화인연대는 한상준 영진위 위원장이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과 정관 등에 근거하지 않은 징계 규정 개정으로 영진위 거버넌스를 훼손했다고 주장합니다.
 
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는 23일 성명을 내고 "영진위의 거버넌스가 훼손되고 있다"며 "합의제 민간자율기구의 철학과 조직 원리를 회복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영진위 위원회 2~3인 안건 의결 '규탄'
 
영화인연대는 2024년 위원회의 안건 심의·의결이 3인, 더 나아가 2인만으로 행해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영비법 15조에 따르면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이 이뤄져야 합니다. 영화인연대는 최근 법원에서 방송통신위원회의 2인 의결에 대해 위법 결정이 내려진 사례를 들며 "영진위 2~3인 의결 역시 합의제 기구의 조직 원리에 위배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영화인연대는 2023년 12월 이해충돌방지법 감사 이후 의결 절차에 해당 법령을 과도하게 확대 적용하면서 영진위 2~3인 의결이 진행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가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멀티플렉스 등 극장에게 불공정 정산 행위를 중단하고 스크린 독과점 해결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기사와 무관)
 
앞서 지난해 10월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영진위 위원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행위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감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배 의원은 이들이 자신이 소속된 단체에 대한 예산을 교부하고, 지원 받은 예산 중 자신의 인건비를 자체 수령했으며, 본인이 소속된 단체를 영진위 지원사업 대상자로 선정한 점 등을 지적했습니다. 
 
이후 문체부는 영진위 감사를 통해 지난 6월 위원 3명에 대해 징계 절차에 착수하라고 영진위에 통보했습니다. 영진위는 자체 감사를 통해 또 다른 위원 1명이 이해충돌방지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본래 영진위 재적 인원은 비상임위원 8명, 상임위원장 1명 등 총 9명입니다. 9명 중 4명은 문재인정부 때 문체부 장관이 임명한 이들로, 내년 1월로 임기가 끝납니다. 이번에 이해충돌방지법 징계 대상이 된 이들 역시 이들 4명입니다.
 
해당 위원들은 위원 위촉 전부터 영진위와 공동 사업을 하는 단체장 활동을 해왔던 이들이기도 합니다. 이들은 위촉 당시 영진위 사업과 관련해 제척 사항을 검토 받았으며 문제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은 바 있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영비법 아닌 하위 규정으로 위원 해임" 지적
 
영화인연대와 해당 위원들은 영진위가 영비법이 아닌 하위 규정으로 위원 해임을 정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영비법에 따르면 영진위 위원의 임명권자는 문체부 장관입니다. 해당 위원들이 법 위반시 기존 법령을 준용해 문체부가 해임·조치 권한을 갖습니다. 이 때문에 영화인연대는 문체부 대신 영진위가 정관도 아닌 하위 규정으로 해임을 정하는 것은 영비법 취지에 어긋난다고 주장합니다. 
 
영화인연대는 "한 위원장이 취임 한달 후인 7월부터 위원 징계 관련 안건을 총 4차례 발의·보고했다"며 그 과정에서 한 위원장이 영비법과 정관 등에 근거하지 않은 채 위원에 대한 징계 규정을 개정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상준 영화진흥위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어 영화인연대는 "징계 규정 개정은 위원의 직무 독립성을 침해하고 영진위 거버넌스를 훼손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규정 개정시 영비법에 따라 예고를 20일간 해야 한다는 위원 다수의 의견을 묵살한 채 16차 임시회의에서 통과됐다. 이는 여타 기관에서 찾아볼 수 없는 최초 사례"라고 설명했습니다. 
 
"압박 목적·책임 소재 명확히"
 
영진위는 1973년 영화진흥공사로 출발해 1999년 제2의 창립을 선언하며 민간자율기구로 새롭게 출범했습니다. 영비법에 따르면 영진위 위원은 영화 예술·산업에 경험이 풍부한 영화인들로 균형 있게 구성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위원의 직무상 독립 및 신분과 더불어 민간기구로서 독립성과 자율성 확보를 보장합니다.
 
영화인연대는 "문체부가 권한을 행사하지 않고 영진위에 여타 기관에 사례 없는 비상임 임원에 대한 징계 기준(안) 신설을 압박했다면 그 압박 목적과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함께 영화인연대는 "우리는 지난 과거 블랙리스트의 상처를 딛고 호선제를 부활하며 거버넌스를 정상화하고자 한 영화계와 영진위의 노력이 다시 짓밟히지 않도록 주의해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 CI.(이미지=영화진흥위원회)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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