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산재보험 가입을 거부당한 개인보험대리점 설계사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 결과가 오는 12월19일 나옵니다. 특수고용직의 산재보험 가입 문턱이 낮아지고 있는 가운데 개인보험대리점 설계사에게도 길이 열릴지 주목됩니다. 개인보험대리점 소속 설계사와 법인 소속 보험설계사가 동일 업무를 수행하는 지 여부가 쟁점으로 알려졌습니다.
근로복지공단 "산재 대상 아냐"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1인 개인보험대리점을 운영 중인 A씨가 자신의 산업재해보상보험 가입 신청을 기각한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지난 24일 양측의 최종 변론이 끝났는데요. 오는 12월 19일에 1심 선고를 앞둔 상황입니다.
A씨는 대형 보험사 소속 보험설계사로 근무하다가 지난 2002년부터 1인 개인보험대리점으로 전환해 근무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 근로복지공단에 노무제공자로서 산재보험 가입을 신청했습니다. 같은 해 12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노무제공자 미해당 결정을 통보받았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1인 사업자인 개인보험대리점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시행령 제83조의5에서 정한 보험설계사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산재보험 대상자가 아니라고 결정했습니다. 해당 시행령은 보험업법 제83조에 명시된 '보험설계사'를 노무제공자로 인정합니다. 보험업법 제83조는 보험설계사, 보험대리점, 보험중개사, 보험회사 임원을 보험 모집 가능인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A씨는 지난해 산재보험법이 개정되며 노무제공자의 적용 대상이 대폭 넓어졌기 때문에 1인 개인보험대리점도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현행 산재보험법 제91조15는 '노무제공자'를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해 자신이 직접 노무를 제공하고 그 대가를 지급받는 사람"으로 규정합니다. 지난해 7월 법이 개정돼 주로 한 사업 운영에 필요한 노무를 상시 제공해야 한다는 '전속성' 요건은 폐지됐습니다.
A씨는 그러면서 법인에 소속된 보험설계사와 1인 사업자인 개인보험대리점의 업무가 동일하고 동일한 조건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1인 개인보험대리점은 보험회사의 사업을 위해, 보험회사로부터 요청을 받아, 직접 보험모집이라는 노무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위탁계약에 따른 수수료를 지급받기 때문에 개정 산재보험법에서 정한 노무제공자 개념에 부합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개인보험대리점 설계사는 일반 보험설계사와 마찬가지로 보험회사나 법인판매대리점(GA)과 위촉계약을 맺고 지점에서 근무합니다. 사무실로 출근한다는 점도 같습니다.
아울러 보험설계사와 개인보험대리점은 등록요건에 있어 이수해야 하는 연수과정과 관계 업무 종사 년수에 외에는 특별한 차이점이 없습니다. 특히 법인보험대리점에 소속돼 근무하려는 보험설계사의 경우에는 개인보험대리점의 등록요건을 갖춰야 합니다. 이 경우에는 보험설계사와 개인보험대리점의 등록요건이 같습니다.
1인 개인보험대리점을 운영 중인 A씨가 자신의 산업재해보상보험 가입 신청을 기각한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양측은 지난 24일 최종 변론을 끝내고 오는 12월 19일 1심 선고를 앞둔 상황이다.(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 "대리점별 설계사 수행업무 같아"
그간 특수고용직의 산재보험 가입 문턱은 점차 낮아졌습니다. 관련법 개정으로 특수 형태 근로자와 플랫폼 노동자도 산재보험의 적용 대상이 됐는데요. 탁송기사·대리주차원, 관광통역안내원, 어린이통학버스기사, 방과후학교강사, 건설현장 화물차주(살수차, 고소작업차, 카고크레인 기사)를 비롯해 모든 일반화물차주도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보험대리점 보험설계사는 여전히 산재보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옵니다. 보험설계사와 같은 사무실에서, 같은 회사의 지시 아래 보험상품을 판매하지만,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유사 자영업자로 분류돼 산재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보험대리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개인대리점 소속 설계사 수는 2만7865명에 달합니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1인 개인보험대리점을 만든 이유는 보험 업무에 차등을 두는 게 아니라 종속성을 제거하기 위해서"라며 "하지만 실제로는 특정 회사와 주로 위탁 계약을 맺는 등 실제 업무는 회사에 소속된 보험설계사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산재보험법이 개정되기 전엔 전속성이 없기 때문에 가입할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해당 요건이 폐지된 상황에서 형식상 문제를 이유로 산재보험 가입을 반려하는 건 불합리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개정되며 배달라이더를 포함한 특수고용직의 산재보험 가입문턱이 낮아졌다. 하지만 개인보험대리점은 여전의 법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사진=뉴시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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