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해야 산다"…리테일 미디어 강화 나선 유통가
롯데·신세계, 광고 사업 신성장 동력으로 활용
유통 업황 침체…치열한 생존 경쟁 산물
신사업 모델 모색 속도 붙을 듯
2024-10-28 15:57:38 2024-10-28 16:45:56
 
[뉴스토마토 김충범·이지유 기자] 롯데, 신세계 등 전통 유통 강자들이 최근 신성장 동력으로 광고 사업을 낙점하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이는 유통 채널의 온·오프라인 통합 가속화에 따라 업황이 급변하고 고물가 기조 장기화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업체들이 기존 방식만으로는 시장을 공략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조치로 풀이되는데요. 전문가들은 앞으로 유통 시장의 향방을 좀처럼 가늠하기 어려운 만큼, 이 같은 유통 공룡들의 신사업 모색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습니다.
 
롯데, RMN 사업 박차…신세계는 디지털 사이니지 공식 운영
 
28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 유통군은 '리테일 미디어 네트워크(RMN·Retail Media Network)' 사업을 구체화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RMN이란 온라인 쇼핑몰의 검색 창과 배너뿐 아니라 오프라인 매장의 다양한 채널에 광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입니다.
 
RMN은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마케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유통업체는 이에 따른 수익을 올릴 수 있어 전 세계에서 신규 사업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추세이기도 합니다. 아마존, 월마트와 같은 글로벌 유통 업체는 이미 RMN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고, 매년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세계 시장 규모는 약 200조원으로 추정됩니다.
 
현재 롯데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계열사 통합 RMN 플랫폼을 만들고 있고 이를 연내 론칭할 예정입니다. 브랜드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환경을 구축하고 수익성 확대의 동력으로 삼아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 나가겠다는 목표도 세웠습니다.
 
세부적으로 백화점, 마트, 슈퍼, 롯데온, 하이마트, 세븐일레븐 등 사업부별로 흩어져 있는 온라인 쇼핑몰과 오프라인 매장의 리테일 미디어 환경을 통합, 롯데 유통 계열사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초개인화 된 맞춤형 쇼핑 환경을 제공한다는 방침입니다.
 
롯데 관계자는 "월 평균 2500만명이 방문하는 40여개 커머스,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과 전국의 1만5000여 오프라인 매장을 바탕으로 한 온·오프라인 통합 플랫폼을 마련할 것"이라며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RMN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신세계백화점도 내달 1일 공개할 서울 중구 본점의 디지털 사이니지(공공장소나 상업 공간에 설치되는 디스플레이)로 광고 수익을 넓힌다는 방침입니다. 신세계는 그간 크리스마스 시즌에 한정해 외벽에 370만여개 발광다이오드(LED) 칩을 붙여 선보였던 미디어 파사드 영상을 앞으로 상시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디지털 사이니지 구축은 지난해 12월 명동이 제2기 옥외광고 자유표시 구역으로 선정된데 따른 것입니다. 신세계 측은 이번 사업으로 백화점 테마 영상과 브랜드 광고, 공익 광고 등을 매달 다양하게 운영하고 이에 따른 수익 창출이 발생할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리테일 미디어 비즈니스 성장성 주목
 
업계가 이처럼 광고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오프라인 유통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섭니다. 유통 시장의 패러다임이 오프라인 중심에서 온·오프라인 통합으로 바뀌고 있고, 경쟁자 증가에 따른 소비자들의 눈높이도 보다 까다로워지면서 기업 입장에서 신성장 동력 마련은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특히 전문가들은 업계가 아마존 등 해외 업체들의 리테일 미디어 비즈니스의 성장성에 주목하고 이를 국내 토양에 맞게 이식해 사업을 확대해나가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오프라인 리테일이 국내 시장을 주도하다 보니 가격적인 측면에서 좀 비싸게 판다 해도 수익을 내는 일이 가능했다"며 "하지만 현재는 온라인 유통이 가세하면서 가격 경쟁이 심해지고, 최저가 마케팅을 펼치는 경우 이익을 내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교수는 "업체들은 광고를 전개할 경우 소비자들의 제품 구매로 직결되는 사례가 많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며 "유통 기업들이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매장 광고를 통한 리테일 미디어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아마존이 선제적으로 리테일 비즈니스의 공식을 만들었는데, 현재 상대적으로 부진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국내 유통 기업들이 이 같은 리테일의 성장성에 주목하고 사업을 확대해 나가는 것 같다"고 진단했습니다.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외벽에 미디어 파사드를 활용한 크리스마스 장식 영상이 불을 밝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이지유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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