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호랑이 한 마리가 동굴에서 한갓지게 낮잠을 자고 있습니다. 그런데 난데없이 손님이 나타나 단잠을 방해하네요. "신문 넣는 사람이 왔나?" 상대는 저도 모르게 "2개월도 괜찮다"고 답했다가 황급히 말을 거두는 등 횡설수설입니다. "난 종교 따윈 일체 관심 없으니 다른 데나 가봐요"라고 일갈하는 호랑이에게 "이대로는 세상이 망한다"고 답하는 손님. 끄떡 않는 호랑이를 향해 손님은 다시 심기일전해 문 좀 열어달라고 간청하는데요. 누굴까 곰곰이 생각하던 호랑이는 어느샌가 얼굴이 새파래진 채 외칩니다. "설마 수신료...? 나, 집에 없어요!"
신문 구독 권유도 아니고 종교 때문도 아니면 혹시 수신료 징수? (이미지=환세취호전 온라인 실행 화면)
4차원 대화를 한참 주고받던 동굴 주인 '아타호'가 성화에 못이겨 끝내 문을 열자, 반가운 얼굴 '린샹'과 '스마슈'가 나타납니다. 밀레니얼이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유쾌한 만담으로 각인된 바로 그 게임 '환세취호전'이 '환세취호전 온라인'으로 돌아온 겁니다.
14~1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지스타 2024'에선 '환세취호전 온라인'을 포함한 넥슨의 신작 다섯 종을 엿볼 수 있습니다. 게이머들은 300 부스에 마련된 시연장에서 캐주얼 RPG '환세취호전 온라인'과 액션 RPG '프로젝트 오버킬', 소울류 '퍼스트 버서커: 카잔', MOBA(다중 사용자 전투 아레나) 배틀로얄 '슈퍼바이브'를 직접 즐길 수 있습니다. 서바이벌 슈터 '아크 레이더스'는 영상으로 출품됩니다.
데드 드래곤이 아타호 일행만 '지스타 2024'에 출연하는 걸 못마땅해하며 공격한다. (이미지=환세취호전 온라인 실행 화면)
만담 코미디의 귀환
슈퍼캣이 개발 중인 환세취호전 온라인은 일본 컴파일의 1997년 작 '환세취호전'을 2020년대 감성으로 재해석한 PC·모바일 게임입니다. 도트 그래픽으로 원작 캐릭터의 개성을 살리면서 배경은 3D로 재현해 입체감을 키웠습니다.
이번 지스타 출품판은 15분간 즐길 수 있었는데요. 제작진은 전투 체제 개편을 위해 캐릭터 등장 순서를 바꿨습니다.
원작을 하신 분이라면 처음 아타호를 찾아온 손님이 달라져 의아했을 겁니다. 원래대로라면 호랑이 마을 사람이 찾아와 무투대회 참가를 권유해야 했는데, 린샹과 스마슈가 대신 나타나 놀라셨을 거예요.
이는 길 가다 갑자기 턴제 전투가 시작되던 기존 '랜덤 인카운터' 방식을, 제작진이 실시간 협동 전투 체제로 바꿨기 때문입니다. 슈퍼캣은 캐릭터들이 실시간으로 도움을 주고받게 해 게임의 속도감을 높였습니다.
아타호가 '가는 날이 장풍' 식의 고차원(?) 개그로 게이머의 눈을 공격한다. (이미지=환세취호전 온라인 실행 화면)
하지만 역시 이 게임의 매력은 등장인물의 만담입니다. 이들은 지스타에서 자기 이름을 띄우려고 무리수를 두는데요. 거대 괴수 데드 드래곤이 "너희끼리만 지-스타에 출연하려 하다니"라고 따지며 "내가 이 게임의 주인공이 되어주겠다"고 외칩니다.
아타호 일행은 환세취호전 온라인이 '환세용용전 온라인'이 되는 걸 막기 위해 전투에 돌입합니다. 결국 데드 드래곤은 자신의 짧은 출연을 아쉬워하며 쓰러지는데요. 이 틈을 타 개 캐릭터인 스마슈가 게임 이름을 '환세취견전'으로 바꿔 부릅니다.
이 때문에 원작을 해본 게이머들은 자동 전투 위주로 진행하며 새로 변주된 만담 개그를 감상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지스타 뿐 아니라 정식 출시 이후에도 많이 보게 될 화면. (이미지=카잔 실행 화면)
골라 즐기는 던파 IP
넥슨의 변주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넥슨은 마블처럼 자사 대표 IP(지식재산권) '던전 앤 파이터'를 '던전 앤 파이터 유니버스(DNF Universe)'로 확장하고 있는데요. 소울류 게임 팬인 '망자'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퍼스트 버서커: 카잔'이 대표적입니다. 게이머들은 던파 주요 인물인 대장군 '카잔'이 펼치는 복수극을 이번 지스타 때 체험할 수 있습니다.
이번 지스타 체험판은 최근 진행된 TCBT(기술 클로즈 베타 테스트)와 달리, 게임 초반부 '하인마흐' 지역 탐험뿐 아니라 두 가지 보스전(볼바이노·랑거스)을 골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보스전에선 카잔이 중무장하고 나타나지만, 방심은 금물입니다. 상대는 그만큼 더 강하기 때문인데요. 저는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하고 엑스박스 컨트롤러를 내려놓아야 했습니다.
벡스코를 찾아온 관람객들 중에는 아마 저와 같은 경험을 하신 분이 많이 계실 텐데요. 2025년 상반기 콘솔·PC로 출시될 제품판을 기다릴 수밖에요.
또 다른 던파 게임도 시연장에 나섭니다. 네오플은 카잔과 함께 '프로젝트 오버킬'도 만들고 있는데요. 게이머는 던파 세계관의 14년 전 시점에서 모험을 시작하게 됩니다. 원작 속 다양한 인물과 만나면서 익숙하지만 새로운 모험을 이어가게 됩니다.
네오플은 원작 던파의 횡 스크롤 액션과 세계관을 이어가면서 3D 그래픽을 구현했습니다. 횡 스크롤·종방향·탑뷰·쿼터뷰 등 전투 상황별로 시점을 바꿔가며 액션을 풍부하게 보여줍니다.
배틀로얄 장르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넥슨 부스를 찾을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북미 게임사 띠어리크래프트가 연내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PC 배틀로얄 게임 '슈퍼바이브' 때문입니다.
슈퍼바이브에선 네 명이 한 팀이 돼 '스카이렐름'에 모인 열 팀 중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난전을 벌입니다. 이 게임에선 소음을 줄이고 멀리 보는 '잠행'이 가능해 전략적인 전투를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지스타에선 2인 1팀으로 20인 스쿼드 모드를 할 수 있는데요. 점프와 글라이더 활공 등 공중 전투와 전장의 다양한 환경 요소 활용으로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