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고공행진하는데…"정부 태도, 2017년 머물러"
13일 열린 'D-CON 2024'…학계·전문가 모여 가상자산 논의
비트코인 ETF 출시 이후 미국 주도로 시장 변화
"정부, 2017년 가상통화 규제 머물러" "시장 발전 속도에 차이"
2024-11-13 16:49:45 2024-11-13 17:56:55
[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효과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9만달러를 돌파했습니다.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국내 가상자산 학계 및 산업계 전문가들이 건전한 가상자산 시장 조성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자리가 마련됐습니다. 가상자산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가 2017년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과 함께, 이용자 보호 및 산업 발전을 위해 법령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 개진됐습니다.
 
두나무가 진행하는 'D-CON 2024'가 13일 오후2시 서울 장충동 서울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렸습니다. 올해 2회째를 맞은 디콘은 가상자산을 연구하는 학계 및 산업계 전문가들이 최신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가상자산 산업 발전을 모색하는 학술 행사입니다. 
 
이석우 두나무 대표가 13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두나무 가상자산 학술행사 '디콘 2024'에 참석해 개회사를 하고 있다.(사진=두나무)
 
행사에 앞서 이석우 두나무 대표는 개회사를 통해 "2024년은 길었던 여름만큼이나 가상자산업계에 뜨거운 소식들이 많다"며 "가상자산만을 규율하는 최초 법안인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이 지난 7월 국내에서 시행됐으며 유럽에서도 가상자산법안인 미카(MiCA)가 시행됐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 대표는 "미국, 홍콩, 영국 등에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를 승인해 가상자산의 본격적 제도권 편입을 알렸다"며 "주요국들의 가상자산 정책 움직임에 따라 우리 제도도 함께 변화해야 하고, 글로벌 가상자산 기업과 경쟁할 수 있게 국내 가상자산 산업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올해 디콘엔 국내 대표적 가상자산 전문가들이 참석해 가상자산의 법적 성격,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논의는 크게 '가상자산 활용 사례와 경제적 효과', '가상자산 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방안', '가상자산 법적 성격에 관한 쟁점과 과제' 등 3개 세션으로 나눠 진행됐습니다. 
 
첫 세션 '가상자산 활용 사례와 경제적 효과'에는 임병화 성균관대 핀테크융합전공 교수,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정석문 프레스토리서치 센터장, 김동환 원더프레임 대표 등이 참석했습니다. 
 
먼저 글로벌 기업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 및 사업 추진 상황에 대한 공유가 이뤄졌습니다. 임 교수는 "2024년 5월 기준 포춘 100대 기업의 39%는 온체인 프로젝트 규모를 증가했고 포춘 500대 기업 중 56%가 온체인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다"며 "글로벌 금융회사는 가상자산 관련 자산관리, 자산운용, 수탁, 인프라, 투자 및 제휴 등 다양한 사업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이어 임 교수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2024년 1월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 승인 이후 기관투자자들의 가상자산 시장 진입이 본격화되면서 미국 ETF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며 "더불어 스테이블코인이 온오프라인에서 결제 수단으로 활용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달라진 국제 트렌드에 발맞춰 국내 정부도 대응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민 교수는 "정부는 2017년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당시 정부가 긴급 대책으로 환치기 금지, 본인 확인 계좌 등을 내놨는데 여전히 정부 태도는 2017년 가상통화 규제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정 센터장도 "이번 미국 대선을 통해 우리 정부도 자극을 받을 것"이라며 "이런 자극이라도 없었다면 10년이 지나면 더 심각해질 것이다"고 짚었습니다.
 
한서희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가 두 번째 세션 '가상자산 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두번째 세션 '가상자산 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방안'에는 한서희 변호사, 이종섭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조재우 한성대 사회과학부 교수, 김재진 DAXA 상임부회장이 참여했습니다. 
 
이 세션에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해외 이용자 유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한 변호사는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현재 38개 국가에 진출했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해외 이용자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로 유입하도록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한 변호사는 "비트코인 ETF 출시 이후 가상자산 시장이 미국 주도의 시장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현재 글로벌 시장은 비트코인 ETF와 기관 투자가 가능한 국가와 불가능한 국가로 양분돼 시장 발전 속도에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마지막 세션 '가상자산 법적 성격에 관한 쟁점과 과제'에는 신지혜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강지성 광주지방법원 판사, 고유강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상중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황성민 서울회생법원 판사가 나섰습니다. 
 
이 세션에선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이 시행중이지만 아직 가상자산 본질을 꿰뚫는 법적 규율은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이 공유됐는데요. 신 교수는 “사법통일국제연구소의 디지털자산원칙은 원칙에 합치되는 입법을 채택하도록 권장함으로써 국제 거래에서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자 제정됐다”며 “디지털자산원칙은 가상자산을 법적으로 규율하고 가상자산의 재산적 가치를 인정하고자 한 점에서 높게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신 교수는 “우리나라는 이미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이 시행 중이지만, 가상자산의 본질을 규율하는 입법은 쉽지 않은 현실”이라며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한 거래를 중심으로 강제집행 절차를 정비하고, 파산 시 기준을 마련하는 데 힘을 쏟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13일 두나무 가상자산 학술행사 '디콘 2024' 행사 무대 전경.(사진=두나무)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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