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이재명 '징역 1년형'…"올바른 법원" 대 "사법부 정상 아냐"
법원 앞서 편 갈라 집회…보수 '이재명 구속', 진보 '이재명 무죄'
중형 선고 나오자 표정도 엇갈려…보수 '축제', 진보는 '초상집'
소음에 고개 저은 시민들…"더 정제된 표현으로 의사 표시해야"
2024-11-15 17:52:18 2024-11-15 17:52:18
[뉴스토마토 신태현·강석영 기자] "법원이 올바르게 판단했다."(71세 박권일씨)

"법원이 다 죽였다. 정상적인 사법부가 아니다."(64세 여성 이경원씨)
 
15일 서울중앙지법과 서울중앙지검을 양쪽으로 둔 서울 서초구 서초동 법원 삼거리엔 구름처럼 사람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이날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법에서 선고를 받는 날입니다. 재판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아침부터 시민들은 편을 갈라 법원 앞 도로에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보수 쪽에선 '이재명 구속'을, 진보 쪽에선 '이재명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법원삼거리에서는 자유통일당이 '참 나쁜 이재명 대표 구속 촉구' 기자회견을 주최했습니다. 이에 맞서 더민주전국혁신회의와 민주시민 국민항쟁 추진 연대 등은 서울중앙지검 서문에서 이 대표의 무죄를 촉구하는 집회를 개최했습니다.
 
자유통일당이 15일 서울 서초동 법원삼거리에서 주최한 '참 나쁜 이재명 대표 구속 촉구' 집회에서 참여자들이 구호가 적힌 종이를 들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재판 시작 전. 서로 목소리를 높여 구호를 외치다가 자유통일당 집회 참가자들과 이 대표 지지자들이 충돌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한 할머니가 시위자들에게 "XX끼들아"라고 외쳤고, 군복을 입은 참여자들은 "방해하지 마세요"라고 응수했습니다. 보수 쪽 집회에 반발하는 중년 여성에 대해선 "좌파들 끌어내라"라는 외침이 터져 나오기도 했습니다.
 
양 진영의 충돌을 우려한 경찰은 이 대표가 출입하는 법정 출입구에 펜스까지 쳤습니다. 혹시 모를 난입과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겁니다. 이 대표 지지자들이 "이재명 무죄"라고 외치자, 이 대표의 구속을 촉구하는 시민들은 "이재명 구속"이라고 외치며 맞불을 놨습니다.
 
자유통일당이 15일 서울 서초동 법원삼거리에서 주최한 '참 나쁜 이재명 대표 구속 촉구' 기자회견의 사전 행사에서 강신업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오후 2시15분. 이 대표가 법정 앞에 도착하자 '무죄'와 '구속'을 외치는 목소리들은 커졌습니다. 박찬대 원내대표 등 민주당 의원 수십명은 이 대표를 맞이한 후 재판 결과를 기다렸습니다.
 
오후 3시. 이 대표가 허위사실 공표에 따른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애초 법조계는 100만원 벌금형을 예상했으나, 재판부는 중형을 선고한 겁니다. 이 대표의 선고 결과가 전해지자 민주당 의원들과 이 대표 지지자들의 표정이 굳어졌습니다. 눈물을 흘리는 사람, 법정을 향해 욕설을 내밷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초상집' 분위기였습니다. "내일 광화문으로 모이자.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자"가 주요 구호로 등장했습니다. 이어 "이재명은 무죄다", "윤석열 탄핵", "정치검찰 해제하라", "국정농단 규탄한다" 등의 소리도 이어졌습니다.
 
법원 앞을 떠나지 못하던 이경원(64·여)씨는 "법원 너네가 다 죽였다. 정상적인 사법부가 아니다"라며 "윤석열 탄핵을 위해 내일 광화문에 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김민수(75)씨도 "악마같은 정부 탄핵을 위해 대표님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며 "오늘의 억울함을 잊지 말고 광화문으로 총집결해야 한다. 대검은 정권 바뀌는 날 반드시 해체된다"고 강조했습니다.
 
15일 오후 서울중앙지검 서문에서 더민주전국혁신회의와 민주시민 국민항쟁 추진 연대 등이 주최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 무죄 촉구 집회에서 참여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반면 보수 쪽 시민들은 축제 분위기였습니다. "이재명을 구속하라"고 외치며 피켓 들고 모여서 춤까지 췄습니다. 손을 번쩍 들고 환호하며 서로 '하이파이브' 동작을 취하기도 했습니다. 보수 유튜버들은 시위 차량 위에 올라가 1인 방송 하면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박권일(71)씨는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이재명·문재인·조국 다 똑같다. 모두 구속시켜야 한다"며 "법원이 올바른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필순(54·여)씨 역시 "거짓말쟁이는 감옥에 가야 한다"며 "충북에서 여기까지 온 보람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15일 오후 서울중앙지검 서문에서 더민주전국혁신회의와 민주시민 국민항쟁 추진 연대 등이 주최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 무죄 촉구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이미지를 땅에 끌고 다니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한편, 재판에 관심이 없는 시민들은 소음에 지쳐있는 모습이었습니다. 대학생 김모(20대)씨는 "검찰도 법원 앞도 평소에 시끄러운데 오늘이 더 시끄럽다"며 "양측이 더 정제된 표현으로 의사를 표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집회 소리가 나는 쪽을 쳐다보던 자영업자 이모(50대 후반)씨 역시 "검찰 쪽에서 (집회)할 때는 검찰 쪽이 시끄럽고, 법원 앞에서 할 때는 법원이 시끄러운데 오늘 유난히 더 시끄럽다"고 탄식했습니다.
 
"서초동이 왜 이렇게 된 거야"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시민도 있었습니다.
 
신태현·강석영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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