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국내 패션·의류 업계가 올해 3분기 전반적으로 부진한 실적 성적표를 받아 들었습니다. 주요 업체들 상당수는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하락하며 좀처럼 반등 기회를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인데요. 내수 침체 심화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는 현상이 강해진데다 이상 기후 여파로 늦더위가 지속되면서 단가가 높은 겨울 의류의 매출 판매 부진이 이어진 점이 원인으로 꼽힙니다.
(인포그래픽 제작=뉴스토마토)
21일 업계에 따르면 패션 업계 '빅 5' 기업들 중 맏형 격인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난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이 4330억원으로 전년 동기 4560억원 대비 5% 감소했습니다. 또 영업이익은 210억원으로 전년(330억원) 대비 36.4% 줄었습니다.
또 현대백화점그룹 패션 기업 한섬은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142억원, 60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3%, 31.4%씩 내렸습니다. 아울러 신세계인터내셔날은 3분기 매출이 2960억원, 영업이익은 2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3%, 65.4% 감소했는데요.
적자 폭이 확대된 사례도 있습니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의 경우 3분기 매출이 2305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2479억원보다 7% 빠졌고,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149억원으로 전년(99억원)보다 50.5%나 급증했습니다.
반면 LF의 경우 올 3분기 빅 5 중에서는 유일하게 전년 대비 실적이 개선된 흐름을 보였는데요.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4810억원으로 1년 새 1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538억원을 거두며 무려 272% 급증했습니다. 코람코 금융 부문의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 매각에 따른 보수 증가, 소비자들의 반응에 맞춘 제품 생산 확대 등이 주효했다는 것이 LF 측 설명입니다.
LF를 제외한 패션 업계가 전반적으로 3분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경기 침체 장기화로 소비 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의복 등 준내구재 판매액지수는 작년 2분기(-1.7%)부터 올해 3분기(-4.7%)까지 6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여기에 올해 역대급 폭염이 장기화하며 최근까지 이어진 점도 업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요. 통상적으로 겨울에 판매되는 의류는 다른 계절에 비해 단가가 높다 보니, 겨울철 자체가 패션 업계에 있어 대목으로 꼽힙니다. 하지만 이상 기후 여파로 물리적으로 겨울철이 단축되면 업체들은 이 같은 특수를 전혀 누릴 수 없게 됩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실 고물가 기조 장기화로 전 산업에 걸친 불황이 지속되고 있고, 패션 업계도 이에 대한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다"며 "사계절이 뚜렷해야 의류 구매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고, 이에 따른 공급도 탄력을 받기 마련이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계절성이 사라지다 보니 의류 구매에 대한 민감도가 점점 떨어지는 실정"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서울 소재 한 백화점의 남성복 코너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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