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1호 기업은 어디?…한화오션·현대제철 주목
노란봉투법 첫날 ‘원청 교섭’ 촉구 봇물
‘1호 기업’ 부담 큰 재계…상황 예의주시
엇갈린 전망 “혼란 없어” VS “분쟁 확산”
2026-03-10 14:38:37 2026-03-10 14:48:54
[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의 본격 시행을 맞아 원청 교섭을 요구하는 노동계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노사 관계가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습니다. 노란봉투법 시행 첫날 다양한 노동자 단체들이 원청 교섭을 촉구하는 집회와 기자회견에 나서면서 본격적인 투쟁 모드에 돌입하고 있는 반면, 재계에서는 산업 현장에서 혼란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로 긴장감이 흐르는 모습입니다. 특히 원청 교섭 ‘1호 사업장에 대한 부담감이 큰 까닭에 재계에서는 일단 상황을 지켜보는 분위기가 감지되는 가운데, 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판례가 나온 한화오션과 현대제철의 교섭 상황에 이목이 쏠립니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법률) 시행을 하루 앞둔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노동계와 재계 등에 따르면 노란봉투법 시행 첫날인 10일 다양한 노동자 단체들이 원청 교섭 촉구 행동에 나섰습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 여러 지부와 서비스연맹 택배노조 등은 이날 일제히 원청 교섭을 촉구하는 기자회견과 집회를 열었습니다. 또한 현대모비스와 포스코 등 하청 노조도 이날 원청 본사 앞에 집결해 단체교섭에 응하라고 요구했고, 현대차와 HD현대중공업 하청 노조 등도 이날 3번째 교섭 요구서를 보내는 등 원청과의 교섭을 위한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통해 오늘 법 시행은 내 노동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자가 곧 사용자라는 상식을 23년 만에 법치주의의 이름으로 확인받은 승리의 선언이라며 원청 사용자들은 더 이상 하청 노동자의 요구를 외면할 근거가 없다. 교섭 테이블로 나오라고 촉구했습니다. 민주노총은 법 시행과 맞춰 원청 기업들을 상대로 단체교섭 요구 공문을 발송한다는 계획입니다. 민주노총은 900여개 사업장 14만명 규모의 조합원이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한국노총도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라 이날 ‘200만 조직화 사업단선포식을 열고 하청 근로자와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까지 본격적인 조직화 사업에 착수한다는 계획입니다. 매년 10% 이상의 조합원 확대 사업을 전개해 그동안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 노동자들의 권리가 현장에 온전히 안착될 수 있도록 활동한다는 목표입니다. 이날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노란봉투법으로 하청 노동자가 실질적 사용자인 원청과 당당히 교섭할 수 있는 역사적 길이 열렸다법의 변화가 현장에서 하청 및 플랫폼 노동자의 실질적인 단결권과 교섭권 보장으로 이어지도록 신속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 도심에 위치한 기업들의 모습. (사진=뉴시스)
 
재계에서는 산업 현장에서 혼란이 이어질 수 있다는 여전한 우려의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가 빗발쳐 경영상 어려움이 빚어질 가능성과 무리한 교섭 의제와 뒤따를 파업 등으로 분쟁과 갈등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법 시행 전부터 하청 노조가 원청이 교섭에 나올 것을 요구하며 사업장 점거 농성을 하는 등 불법적인 실력 행사를 통해 회사를 압박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일부 노동계는 사용자성 인정 가능성 여부와 무관하게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고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은 교섭 의제에 대해서도 교섭을 요구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사용자 범위와 교섭 의제를 두고 노사 간 분쟁이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했습니다.
 
재계 주요 기업들은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가 늘어날 것을 대비해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등 대응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기에 하청 노조와 교섭 테이블에 앉을 ‘1호 기업에 대한 부담감으로 일단 상황을 지켜보는 기류도 읽힙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이 별도의 대응을 할 수 없는 데다 하청 노조의 동시다발적 교섭 요구가 예상되는 등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며 노란봉투법 1호 기업이 될 경우 다양한 요구가 들불처럼 번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라고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화오션과 현대제철이 이번 노란봉투법의 ‘1호 사업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이미 법원에서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일부 인정하는 판례가 나온 까닭입니다. 두 기업은 최근까지도 원청의 사용자성을 부정하며 하청 노조의 교섭에 응하지 않았으나, 법 시행 이후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에 따른 중앙노동위원회의 사용자성 판단이 이른 시일 내에 나올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노동계도 이를 겨냥하고 나섰습니다. 민주노총은 이날 원청 교섭 쟁취를 주장하는 투쟁선포대회를 연 뒤 한화를 찾아 한화오션에 대한 원청 교섭 촉구 항의 서한을 전달한다는 계획입니다.
 
포스코의 상황도 주목 받고 있습니다. 포스코는 양대 노총 소속 다수의 하청 노조가 조직돼 있어, 교섭 단위 분리 등 노란봉투법의 핵심 쟁점과 큰 연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날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은 하청 노조 34곳의 위임을 받아 원청 포스코에 교섭을 요청했습니다. 재계 일각에서는 포스코의 경우 대표적인 소유분산기업으로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특성상 노란봉투법 모범 사례로 하청 노조와의 교섭 테이블에 가장 먼저 앉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 1월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원청교섭 쟁취!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쟁취!' 2026년 민주노총 신년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처럼 노란봉투법 시행 첫날 노동계의 교섭 요구가 빗발치고, 재계의 고심이 깊어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립니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은 초기 진통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노사 간 교섭 과정에서 나오는 변수를 잡아 나가는 등 큰 혼란은 없을 것이라며 혼란의 정도는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기에 이를 과장해서는 안 되고, 생겨날 수 있는 진통을 그 자체로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반면,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용자성 판단 문제뿐만 아니라 교섭 사항과 관련된 임금 문제 등 다양한 분쟁들이 산불처럼 번질 가능성이 크다하청 노조에 노란봉투법이란 무기를 쥐여줘 불균형한 노사 관계가 돼버린 만큼 정부가 법 집행 책임을 지고 하청 범위 최소화와 노동쟁의 범주 제한 등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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