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특별 취재팀은 지난 11일부터 일주일 간 베트남 하노이 현장 취재를 다녀왔습니다. 국내 금융사의 활약과 금융 환경 등을 취재하기 위해서입니다. 가파른 경제 성장률에도 불구하고 금융 보급률이 낮은 베트남의 환경은 금융사로 하여금 '기회의 땅'으로 여기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렇다고 기업환경이 녹록한 상황은 아닙니다. 이미 한국계뿐만 아니라 일본계, 대만계, 중국계 등 많은 해외은행들이 베트남에 자리를 폈고, 우량기업 유치를 위해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베트남 현지 은행도 우량기업 유치를 위해 한국계 마케팅 인력을 채용해서 '코리안 데스크'로 활용하는 등 기업금융 분야에서 경쟁은 심화되고 있습니다.
베트남 금융시장의 또 다른 복병은 현지 금융당국의 인허가 지연입니다. 지점 설립 등 당국 인허가가 언제 떨어질지 알 수 없고,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하는 환경입니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은행이 모두 베트남에 진출했지만 그 형태와 영업 방식이 다른데요. 국내 금융사들이 이상적으로 꼽는 최종 사업 모델은 법인입니다. 베트남 인가 정책상 외국계 지점은 2개까지만 개설할 수 있고 동일차주 신용공여 한도 등으로 영업 확대에 제약이 있기 때문입니다. 법인의 경우 지점 설립 제한이 없습니다.
문제는 베트남 당국이 외국계 법인을 허가는 데 10년 가까이 걸린다는 점입니다. IBK기업은행은 지난 2017년 법인 전환 신청서를 낸 이후 8년째 베트남 총리실의 결정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베트남 정부는 지금 현지 부실 은행 처리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건전성이 양호하다고 평가받는 상위 5개 은행도 부실채권(NPL) 비율이 우리나라 은행의 2~3배에 달합니다.
베트남 정부가 생각한 묘수는 외국계 은행에 부실 처리를 맡기는 것입니다. 현지에 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현지 은행을 인수하거나 지분 투자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인데요. 우리 금융사를 비롯해 외국계 입장에서는 난색입니다. 최종적인 선택지가 은행 또는 외국은행 지점을 설립하는 방식인데, 베트남 입장에서는 적극적일리 없습니다.
타지에서의 영업 환경이 쉽지 않은 것은 어디서나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베트남 주재원들은 한국 본사의 조급증에 대해서도 한소리씩 했습니다. 한 주재원은 "한·베 정상급 회담에서 얘기가 잘 됐는데 인허가 속도는 왜 더딘 것이냐는 독촉이 한국에서 들어온다"며 "현지 상황을 모르는 얘기"라고 말했습니다.
현지 규정상 법인설립 신청이 들어오면 60일 내에 처리하도록 돼있지만 실제로는 수년이 걸리는 것이 현실입니다. 다른 주재원은 "베트남 당국으로부터 '곧 처리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받더라도 한국 본사에 있는 그대로 보고할 수가 없다"며 "언제 어떻게 일정이 틀어질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한국과 베트남 수교가 올해로 32주년입니다. 대기업과 1~3차 벤더 기업까지 9000개에 달하는 기업들이 나가 있습니다. 한국계 기업의 진출 초기와 성단 단계에서 꼭 필요한 것이 한국계 금융사의 지원입니다. 나아가 현지 금융사로서의 입지를 단단히 굳혀야 하는 중요한 기로에 서있습니다. 우리 금융사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실질적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긴 호흡'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이종용 금융산업부 선임기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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