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오세훈·박형준 22년 여론조사도 '조작'…'가짜 표본' 무더기
지역조사에 '안심번호' 아닌 'RDD'…전문가들 "현실적으로 불가능"
2024-12-03 06:00:00 2024-12-03 09:33:44
오세훈(오른쪽)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 8월23일 부산 해운대구 동서대 센텀캠퍼스 컨벤션홀에서 특별대담을 갖기에 앞서 나란히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한동인·차철우 기자] 명태균 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했던 '미래한국연구소'가 2022년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부산시장 선거 여론조사를 조작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2021년 4·7 보궐선거는 물론 2022년 지방선거에서도 여론조사를 조작하며 여론 왜곡을 시도한 것입니다. 명씨는 표본에 손을 대는 등 기존 조작 방식을 그대로 차용했으며, 특히 전국 단위에서 사용하는 RDD(무작위 추출)를 지역 조사에 적용하는 과감성도 보였습니다. 미래한국연구소에서 여론조사 실무를 맡았던 강혜경 씨는 "조작이 맞다"고 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확인된 113건 중 54건 허위…45건은 '다른 지역' 거주 
 
3일 <뉴스토마토>가 미래한국연구소의 2022년 1월 초와 4월 초에 진행된 서울시장 여론조사 2건과 같은 해 4월 초 진행된 부산시장 여론조사 1건 등 총 3건의 비공표 여론조사 '로데이터'(미가공 자료)를 분석한 결과, 상당한 표본이 가짜로 확인됐습니다. 보고서에서 응답 완료로 표기된 전화번호 당사자들 중 113명에게 일일이 확인한 결과 54건이 가짜 표본이었으며, 이 중 45건은 해당 지역 선거와 관련이 없는 다른 지역 거주자로 나타났습니다. 또 40건은 미래한국연구소 여론조사에 응하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이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잘 모르겠다"고 불확실한 답을 제외한 수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22년 1월3일 하루 동안 조사가 진행된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 보고서'의 원본 데이터 자료에선 <뉴스토마토>가 확인한 45건의 원본 데이터 가운데 20건이 가짜 표본이었습니다. '서울 은평·마포·서대문·종로·용산·중구'에 사는 '60대 남성'으로 기재된 응답자에게 직접 전화했더니 '대전'에 거주하는 '50대 남성'(이하 2022년 기준)이었습니다. 또 '서울 서초·강남·송파·강동구'에 사는 '50대 남성'은 '부산'에 사는 '60대 남성'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들 모두 당시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응답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해 4월 2~3일 이틀간 진행된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 보고서' 역시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뉴스토마토>가 전화 통화로 확인한 28건 중 13건이 가짜 표본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성별이 뒤바뀐 경우도 3건 존재했습니다. '서울 동남권 거주 여성'은 '경기도 거주 남성'이었고, '서울 서남권 거주 여성'으로 표기된 한 응답자는 '남성'으로 확인됐습니다. 
 
4월3일 하루 동안 조사가 진행된 부산시장 선거 여론조사 또한 원본 데이터와 다른 결과가 다수 발견되었습니다. 전화 통화로 확인한 40건 중 21건이 가짜 표본으로 드러났는데요. 서울과 경기, 대전, 울산 등 부산이 아닌 다른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는 사람들만 17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사진=2022년 1월초(왼쪽)와 4월초 서울시장 선거 관련 미래한국연구소 비공표 여론조사 보고서 표지)
 
응답자 수 2배 '뻥튀기'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와 통계표의 응답자 수도 달랐습니다. 이른바 '표본 부풀리기'를 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인데요. 2022년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 관련 1월4일(작성 기준) 보고서에 나온 응답자 수는 2176명, 4월4일 보고서에 나온 응답자 수는 1519명이었습니다. 하지만 1월4일 원본 데이터에 기록된 응답자 수는 1088명으로, 보고서에 표기된 응답자 수보다 정확히 2배 적었습니다. 또 4월4일 원본 데이터에 표기된 응답자 수는 1017명으로, 보고서에 기재된 응답자 수보다 502명 적었습니다. 
 
이에 대해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완전히 뻥튀기한 것"이라며 "실제 응답자 대비 2배가량 표본을 늘렸다는 것인데, 데이터를 조작한 것이다. 아무리 비공표 조사라도 이런 경우는 금시초문이라 황당하다"고 했습니다.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 제보자이자 미래한국연구소에서 여론조사 실무를 맡았던 강혜경 씨는 "서울·부산시장 비공표 여론조사 표본도 명태균 씨 지시에 의해 조작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명씨가 조작을 지시한 의도와 보고서 전달 경위 등에 대해선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답했습니다.
 
2건의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모두 오세훈 시장이 오차범위 밖에서 압도적으로 높게 나왔습니다. 1월4일 보고서에 기재된 서울시장 적합도는 오세훈 39.5% 대 박영선 15.4% 대 추미애 15.3% 대 홍준표 8.3% 대 나경원 8.2% 대 박주민 6.1%로, 오 시장의 지지가 크게 앞섰습니다. 4월4일 보고서에는 오세훈 대 송영길, 나경원 대 송영길 가상대결 결과가 나왔는데요. 특히 국민의힘 후보 적합도에서 오세훈 52.3% 대 나경원 17.9%로, 오 시장의 지지세가 압도적이었습니다. 1건의 부산시장 선거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박형준 시장이 54.7%의 지지를 받아 다른 후보들을 압도했습니다. 
 
지역 조사에 RDD?…"시간·비용 감당 안 돼"
 
지역 단위 선거 여론조사에 무선 RDD 방식을 사용한 것을 놓고도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전국 단위에 적용하는 RDD를 지역 단위에 사용할 경우 시간과 비용 면에서 크게 불리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지역 단위 조사에는 안심번호(가상번호) 활용이 보편적입니다. 
 
김봉신 '메타보이스' 부대표는 "부산이 우리나라 인구의 5~6%가량 되는데, 무선 RDD로 했을 때 시간과 비용 문제가 워낙 크게 발생한다. 지역 단위에 RDD 조사는 사실 말이 안 된다"면서 "실제로는 허위 기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인구가 1000만명에 육박하는 서울의 경우 (이론적으로) 가능하지만, 회선과 전화비용의 문제 등으로 실제 적용은 어렵다"고 했습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 경우 비용만 최소 1000만원 이상, 수천만원에 이른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여론조사 조작 의혹에 대해 2022년 6·1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당대표였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뉴스토마토> 측에 설명할 내용은 없다"고 했습니다. 지방선거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었던 김종인 전 위원장은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적 없다"고 했습니다. 당시 여의도연구원장이었던 지상욱 전 의원은 관련 질의에 답하지 않았습니다. 오 시장 측 관계자는 지방선거 과정에서 관련 여론조사 보고서를 전달받았는지에 대해 "그런 일은 없었다"고 부인했습니다. 다만 국민의힘 한 당직자는 "비공표 여론조사의 경우 당 지도부끼리 통상적으로 공유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미래한국연구소의 여론조사 조작 의혹은 2021년 4·7 보궐선거 과정에도 제기된 바 있습니다. 선거를 두 달여 앞둔 2월23일 실시된 서울시장 보궐선거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힘 후보 경쟁관계였던 오세훈 대 나경원 적합도에서도 표본이 688명에서 1366명으로 2배가량 확대되면서 '나경원 우세'에서 '접전'으로 양상이 달라졌습니다. 
 
미래한국연구소는 과거에도 검증되지 않거나 오염된 표본을 활용한 여론조사로 법적 제재를 받은 바 있습니다. 정체가 불확실한 전화번호 데이터를 활용, 2020년 총선과 2022년 지방선거 여론조사를 실시한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3차례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고발 등의 처분도 확인됩니다. 미래한국연구소는 2019년 4월 재보궐선거와 21대 총선, 2021년 4월 재보궐선거, 2022년 지방선거까지 총 4건의 선거에서 8건의 위법 행위가 확인됨에 따라 고발 4건, 과태료 1건, 경고 3건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표본의 대표성 미확보 등 표본 조작 의심이 주된 이유였습니다.
 
박주용·한동인·차철우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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