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DI동일, 경영권 방어보다 밸류업 선택…소액주주와 동행 강화
경영권 방어 비판받던 자사주 23.2% 전량 소각
낮은 최대주주 지분율 보완 필요…소액주주와 화해 분위기
동일알루미늄 지분 추가 취득 등 밸류업 속도전
2024-12-04 06:00:00 2024-12-04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12월 2일 17:17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DI동일(001530)(이하 디아이동일)이 보유한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는 등 경영권 방어 수단을 포기하고 밸류업을 선택했다. 디아이동일은 낮은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로 인한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자사주를 활용한다고 비판받았지만, 자사주 소각으로 비판 여지를 없앤 것이다. 다만, 여전히 최대주주 등의 지분율이 낮아 앞으로 우호 지분 확보가 요구된다. 디아이동일은 소액주주의 밸류업 요구 사항을 대폭 수용해 이들의 지지를 확보한 후 낮은 최대주주 지분율의 한계를 극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DI동일)
 
‘경영권 방어용’ 자사주 전량 소각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디아이동일은 보유 자사주를 전량 소각한다는 계획이다. 디아이동일은 올해 3분기 기준 584만4853주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는데 두 차례에 걸쳐 소각된다. 11월29일 378만2350주가 소각됐고, 내년 1월15일에는 나머지 206만2503주도 소각될 예정이다. 소각되는 자사주의 비율은 전체 발행 주식 수의 23.2%에 달한다.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를 소각하는 사안과 별개로 디아이동일은 따로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디아이동일은 NH투자증권과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자사주 매입 규모는 300억원이며, 신탁계약을 통해 확보한 자사주도 전량 소각한다는 방침이다.
 
디아이동일은 그동안 소액주주들의 꾸준한 자사주 소각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바 있다. 증권가 등에서는 디아이동일을 저평가된 회사로 꼽았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자사주 소각 등이 제시되었지만 회사 측은 그동안 자사주 소각 등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에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아 불안정한 경영권 문제를 자사주로 보완한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어 비중이 높을수록 의결권이 있는 주식 수가 줄어드는 효과로 이어진다. 또한 전략적 파트너사와 자사주를 교환할 경우 의결권이 살아나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의결권이 있는 지분으로 바꿀 수 있다. 즉, 회사가 회사의 자금으로 최대주주 지분율을 늘리는 효과를 줄 수 있다.
 
디아이동일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올해 3분기 기준 19.01%)로 회사의 자사주 비율보다 낮은 상태다.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기 쉬운 조건은 회사의 저평가와 낮은 최대주주 지분율인데, 디아이동일은 두 조건을 모두 갖춘 것이다.
 
디아이동일이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면서 스스로 경영권 방어 수단을 내려놓게 됐다. 이에 낮은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을 보완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졌다. 이에 현재 디아이동일의 경영진은 향후 안정적인 경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소액주주와의 협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5일 열린 디아이동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 측은 지분 25%를 결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을 상회하는 지분율로 향후 디아이동일의 경영진이 안정적인 경영환경을 마련하려면 소액주주의 지지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소액주주와 협력...밸류업 가속화 전망
 
디아이동일이 소액주주와 협력을 택하면서 밸류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소액주주의 주요 요구 사항이 기업의 투명한 경영과 소통, 그리고 적극적인 밸류업이었는데, 소액주주들의 요구를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디아이동일은 주주와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IR(주주 소통) 조직도 확충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자사주 소각 외 다양한 밸류업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그중 알짜 자회사로 평가받는 동일알루미늄의 추가 지분 취득이 대표적이다. 소액주주들은 디아이동일의 기업 가치 하락을 우려해 동일알루미늄의 분리 상장을 반대하는 입장이었으며, 디아이동일이 동일알루미늄을 100% 자회사로 두는 방안을 주장한 바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동일알루미늄의 지분 구조는 디아이동일 90.39%, 국민은행 9.38%, 기타 주주 0.23%로 구성돼 있다. 지난 27일 디아이동일은 국민은행이 보유한 동일알루미늄 지분 9.38%(48만7500주)를 307억원에 현금 매입하며 동일알루미늄 지분율을 99.77%로 끌어올렸다. 이에 동일알루미늄을 흡수합병하기 위한 사전 조치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디아이동일은 동일알루미늄의 합병 가능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관련 업계에서는 디아이동일이 앞으로 꺼낼 수 있는 밸류업 카드가 많이 남아 있다고 평가한다. NH투자증권은 자사주 소각과 동일알루미늄 합병 가능성을 제외하고 자산재평가, 불용자산(사실상 사용되지 않는 비유동 자산) 매각을 통한 신성장 동력 확보도 밸류업 기대 요소로 지목했다. 디아이동일은 강남구 삼성동 사옥외에도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역 앞 부지 등 개발 가능성이 높은 부동산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주주 운동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소액주주와 대립보다 협력을 택함으로써 향후 디아이동일의 밸류업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며, 기업 가치가 상승할수록 외부 세력이 경영에 개입할 여지도 줄어들기 때문에 경영 환경도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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