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초유의 비상계엄 사태가 2시간 반 만에 종료됐습니다. 계엄 발동과 동시에 국회로 모여든 190명의 의원들이 만장일치고 계엄 해제 요구안을 통과시켰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한 시간이 넘도록 아무런 반응을 내놓고 있지 않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3일 저녁 서울역TV에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일 밤 10시15분경 용산 대통령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민주당의 일방적인 예산 삭감 등을 비판하던 윤 대통령은 10시28분께 돌연 비상계엄을 선포했습니다. "체제 전복을 노리는 반국가 세력의 준동으로부터 국가의 자유와 안전 그리고 국가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며 미래 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설명이 뒤따랐습니다. 계엄이 선포된 것은 지난 1981년 1월 이후 처음입니다.
윤 대통령은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고 국가를 정상화시키겠다"며 "오로지 국민 여러분만 믿고 신명을 바쳐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내겠다"고 재차 결의를 다졌습니다.
윤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계엄 선포에 정치권은 발칵 뒤집어졌습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제 정당은 일제히 의원총회를 소집했습니다. 여당인 국민의힘조차 대통령실과 사전 교감이 없었던 탓에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같은 시각 국회의 모든 출입문은 페쇄됐습니다. 출입증을 소지하거나 신분이 확인된 국회의원, 보좌진, 출입기자들의 출입이 일시 허용되기도 했으나 이내 다시 통제됐습니다. 비상계엄 직후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국회로 와달라. 국민 여러분께서 이 나라를 지켜달라"고 호소했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 역시 국회 출입문이 아닌 담장을 통해 경내로 진입하는 모습이 영상에서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약 30분 후인 밤 11시 계엄사령부는 박안수 계엄사령관 명의의 포고령을 발동했습니다. 포고령에 따라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이 금지됐습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거나 전복을 기도하는 일체의 행위와 가짜뉴스, 여론조작, 허위선동도 금지됐습니다. 언론과 출판도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고 공지됐습니다.
포고령과 동시에 무장한 계엄군이 국회 경내로 진입했습니다. 동시에 아수라장 같은 상황을 뚫고 여야 의원들도 속속 국회로 모여들었습니다. 헌법 제77조 5항에 따라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국민의힘은 추경호 원내대표가 국회 진입이 어렵다는 이유로 국민의힘 당사로 의원총회를 소집했으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일부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은 국회 본청으로 향했습니다.
자정께 우원식 국회의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는 헌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조치하겠다"며 "모든 국회의원께서는 지금 즉시 국회 본회의장으로 모여주시기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우 의장 주재로 국회는 4일 0시48분 본회의를 개의했습니다. 정당한 절차에 따라야 한다는 우 의장의 뜻에 따라 오전 1시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상정됐고, 재석의원 190인 중 찬성 190인으로 통과됐습니다. 1시3분 우 의장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됐다"고 선언했습니다.
우 의장은 "국회 의결에 따라 대통령은 즉시 비상계엄을 해제해야 한다. 이제 비상 계엄 선포는 무효다"라며 "국회는 국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말했습니다. "국회 경내에 들어와 있는 군경은 당장 국회 바깥으로 나가주시기 바란다"고도 덧붙였습니다.
2시간 반 만에 무력화 된 계엄령에 각 정당 대표들은 잇따라 규탄의 메시지를 쏟아냈습니다. 이재명 대표는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헌법이 정한 요건을 갖추지 않은 불법이고 위법이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군인과 경찰들을 향해서 "불법 계엄 선포에 따른 대통령의 명령은 불법 명령"이라며 "불법 명령을 따르는 것은 그 자체가 불법이다"라고 일갈했습니다.
이 대표는 "국회는 주권자 국민이 위임한 권한으로 국회를 지키면서 민주 공화국 대한민국 헌정질서를 굳건히 지켜나가겠다"며 "이번 불법 위헌 계엄 선포로 악순환을 끊어내고 다시 정상 사회로 돌아가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저희가 목숨 바쳐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재차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 꼬집었던 한동훈 대표 역시 "집권여당으로서 이런 사태 발생해 대단히 유감이다. 이번 국회 결정으로 지난밤 있었던 위헌위법 계엄선포는 효과를 상실했다"고 짧게 말했습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만약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 의결을 따르지 않는다면 그 자체로 불법이고 범죄다"라며 "이 사태가 정리되고 난 뒤 윤 대통령과 김용현 국방장관은 처벌돼야 하고 탄핵돼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된 지 한 시간을 넘긴 오전 2시15분 현재까지도 대통령실은 묵묵부답입니다. 대통령이 계엄 해제를 선포해야 상황이 완전히 종결되는 만큼, 본회의장에 모인 의원들은 계속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국회 정문도 여전히 통제 중입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