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이 좌절되면서 중견·중소기업계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혹여 추가 비상계엄 등 또 다시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하면 가뜩이나 불경기에 여력이 없던 이들 기업이 받을 영향은 더욱 커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수출 중심 기업에는 불안정한 정세가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부를 전망입니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사회대개혁! 범국민촛불대행진'에서 참가자들이 탄핵안 표결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안이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투표가 불성립하자 중견·중소기업계는 예상치 못했다는 분위기입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중견·중소기업계는 조속한 정국 정상화를 촉구해왔습니다. 업종에 상관없이 정국이 불안해지는 것은 중소기업 입장에서 결코 좋은 신호가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주식·환율 불안정 우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 불발로 9일 원화 가치가 급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을 내놨습니다. 구체적 이유로는 불확실성 장기화가 꼽혔습니다. 국내 상황이 부정적으로 그려지는 가운데 계엄 및 탄핵정국 파장은 더욱 길어질 전망입니다.
중견·중소업계 역시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앞서 비상계엄 사태 때 그랬듯 이번에도 주식시장이 요동치고 환율이 오르게 될 것으로 기업들은 예상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되면 수입, 수출 기업 모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제조업이 많은 중견·중소기업의 특성상 해외에서 원자재를 수입해 물건을 제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환율이 오르면 원재료 수입가격이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수출하는 기업이라 하더라도 협력업체들의 제품을 납품받아 제품을 생산하는 경우 협력업체의 고환율 부담을 간접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7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에 대해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투표 불성립'을 선언하자 의원들이 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조업이 아니더라도 환율 영향은 곳곳에 미칩니다. 여행업계에도 고환율은 장애물로 작용합니다. 환율이 높아지고 나라가 어수선하면 여행을 미루거나 기피하는 이들이 늘어납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탄핵안이 가결되지 않으면 문제가 된다. 또 계엄령이 나올 가능성도 있기에 리스크를 안고 가게 된다"며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외국인의 국내 여행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인바운드 여행사의 경우 직접적인 여행 예약 취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 인바운드 여행사에 한국의 안전을 묻는 문의와 예약 취소가 이어진 바 있습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주요국가에 위험국가로 낙인이 찍혔기 때문에 당분간 직·간접 영향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사업 계획 차질…장기 불황 속 겹악재
지난 6일까지만 해도 윤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는 분위기로 흘러가면서 중소기업계는 한시름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주식 시장과 경제가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탄핵을 통해 사회적 안전제도를 보강하고 적법한 절차를 통해 전체적인 나라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점쳤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기대가 수포로 돌아가면서 중견·중소기업은 다시 긴장 상태입니다. 현재 기업들은 내년도 신년 계획을 짜고 있는데요. 불확실성이 짙어진 가운데 어떤 전략을 짜야할지 당분간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장기화된 불경기 속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중견·중소기업의 경우 돌발 상황이 언제 벌어질지 알 수 없어 신사업이나 투자를 기피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자금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마당에 겹악재까지 더해지며 허리띠를 졸라매는 비상경영을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지난 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인근에서 시민들이 '탄핵'이라 적힌 보이그룹 NCT 응원봉을 들고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집회에 참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수출 중심의 사업을 펼치고 있는 중견기업들은 자칫 사업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며 우려했는데요. 대외 수출이 많은 기업의 경우 정세가 불안하면 해외 딜러들이 공급 차질 등을 우려해 국내 기업 제품을 기피할 수 있습니다. 값이 비싸거나 규모가 큰 사업일수록 이런 지장이 더 큰데요. 해외 판로로 먹고 살아가는 기업의 경우 이번 여파로 전체 매출이 빠져버릴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2차 계엄으로 인한 셧다운 불안감이 해소되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을 앞두고 외교 장벽, 보편적 관세 등에 대한 대응 전략이나 방안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절실한데…"라며 말끝을 흐렸습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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