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 주어진 임무였고, 저에게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수행한 것은 저의 역할이다. 계엄령이란 것은 대통령의 명령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의 명령이 위중하다고 생각하고, 경찰공무원으로서 대통령에 소속된 행정 공무원으로서 그 명령에 대해서는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임무를 수행할 당시에 위법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지난 3일과 4일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 당시, 국회 외곽 경비 총괄 책임자인 목현태 국회 경비대장은 국회의원들의 국회 진입을 막았습니다. 우원식 국회의장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 등 국회 의원들은 국회 담을 넘어야 했습니다.
극적인 국회 표결로 내란 시도가 실패한 4일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회 사무처에 목현태 대장의 국회 출입을 금지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국회 출입을 막은 데 대한 추궁이 이어지자 목현태 대장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그는 "왜 하필 내게 이런 일이 벌어졌나"하고 원망했을 겁니다. 그는 1997년에 대법원이 12·12 군사반란 사건 재판에서 "국회의원의 국회 출입, 회의 소집을 막으면 헌법기관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므로 그 자체가 내란 범죄"라며 전두환에게 사형, 노태우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한 사실을 알려줘도 "명령을 충실히 수행했을 뿐"이라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위기 상황에 군인들은 명령을 따라야 한다고 강하게 생각한다. 위기 상황이니까 1분, 2분, 10분, 20분 사이에 파바박 돌아가면 해야 할 일이 진짜 많다. 저희는 내려온 명령을 '맞나 틀리나' 따지기가 쉽지 않다."
이번 내란 사건의 핵심 혐의자인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언론에 한 '변명'입니다. 목현태가 전체 상황을 모른 채 말려들었을 '하수인'이라면, 윤석열, 김용현의 충암고 후배인 '3성 장군' 여인형은 김용현과 함께 이번 내란 사건의 핵심기획자로 의심되는 인물입니다. 계엄이 성공했다면 계엄사 합동수사본부장으로 등장해 비판자들을 짓밟았을 인물입니다. 전두환이 12·12때 합동수사본부장으로서 내란을 주도한 것처럼 말입니다. 그럼에도 '명령 복종은 군인의 의무'라는 방패 밑으로 숨었습니다.
글로 박제돼 있다고만 생각했던 '악의 평범성'이 바로 눈앞 현실로 튀어나온 순간입니다. 총을 든 채로 말입니다. 그 밤에 '목현태들' '여인형들'이 더 '충실'하게 '명령을 수행'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그 밤에는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도 있었습니다. "방첩사령부의 정치인 체포를 도우라"는 윤석열의 지시를 받고 여인형에게 연락합니다. 체포 대상 명단을 읊는 여인형을 "미친놈이구나"라고 생각하고 묵살해버립니다. 그러고는 통쾌하게도 "도저히 지시를 따를 수 없어 아무 일도 하지 않다가, 계엄이 해제된 뒤 새벽에 퇴근"해 버렸답니다. 육사 출신으로 1992년에 국정원에 들어와 차장까지 올랐습니다. 평소 "윤 대통령에게 평소 직접 보고를 자주 했고, 신뢰받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부당한 명령을 따를 수가 없었답니다.
황방열 선임기자 hb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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