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두산타워 전경. (사진=두산)
[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 사태 여파로 무산됐습니다. 사업구조 개편의 핵심인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가 추진했던 두산밥캣 분할합병안이 갑작스런 주가 급락으로 백지화된 겁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10일 자사가 보유한 두산밥캣 지분을 두산로보틱스로 이관하는 분할합병안을 의결할 임시 주주총회를 열지 않겠다고 공시했습니다. 당초 임시 주총은 오는 12일 열릴 예정이었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분할합병 승인을 위한 임시 주총을 앞두고 예상치 못했던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주가가 급격히 하락해 주가와 주식매수청구가격 간 괴리가 크게 확대됐다"며 "종전 찬성 입장이었던 많은 주주들이 주가 하락에 따른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위해 반대 또는 불참으로 선회했다"도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에 따라 분할합병 가결요건의 충족 여부가 불확실해졌고, 당초 예상한 주식매수청구권을 초과할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며 "회사는 불확실성을 남겨두는 것보다 빠르게 의사결정을 진행해 회사 방향성을 알려드리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판단해 임시 주총을 철회한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두산에너빌리티는 분할합병 추진 과정에서 주주들의 반대가 심해지자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 떨어지면 약속된 주가에 주식을 사주는 주식매수청구권을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비상 계엄 여파로 약속한 주가와 실제 주가와의 괴리가 커지자 두산에너빌리티는 예상보다 큰 비용 부담을 안게 됐고 이를 철회한 겁니다.
주식매수청구권에 따라 두산에너빌리티가 제공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 6000억원가량은 회사가 이번 분할합병 성공 때 자사 성장산업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한 금액에 육박합니다.
분할합병 계획이 무산되면서 두산그룹이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진했던 지배구조 개편은 좌초됐습니다.
두산그룹은 지난 7월 클린에너지, 스마트 머신, 반도체·첨단소재를 3대축으로 하는 사업 구조 개편을 발표했으며 이러한 개편의 핵심으로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로 편입하는 안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두산에너빌리티는 현금창출원인 두산밥캣의 지분을 넘기며 받은 자금을 자사 성장산업인 가스터빈과 소형모듈원전(SMR) 등에 투자하고, 로봇 및 첨단기술을 이끄는 두산로보틱스는 두산밥캣을 품고 산업자동화. 인공지능(AI) 통합 로봇 설루션 사업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목적이었습니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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