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탄핵 정국으로 인해 정세 불안이 지속되는 가운데 건설업계가 공공건설 국책사업 지속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특히 주요 국책사업을 관장하는 기관들을 중심으로 입찰이나 사업 지연에 대한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국가철도공단 등 주요 발주처는 사업 지연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지만 정국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이마저도 안심할 수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LH·국가철도공단 등에 발주 문의 빗발…내년 사업계획 타격 우려
11일 업계에 따르면 대형 공공공사 발주처인 LH와 국가철도공단 등에 사업 발주 일정 지연 등에 대한 문의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비주택 분야 공공공사와 기술형 입찰 사업에 중심을 두는 건설사들도 상당히 혼란스러운 모습입니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의 한 지식산업센터 건설현장. (사진=뉴스토마토)
한 A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공공건설사업은 해당 정권의 사업 진행 의지나 지원 여부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입찰을 타진하는 업계 입장에서는 현 상황을 주시할 수 밖에 없다"며 "만에 하나 공공건설사업 입찰 등이 늦어진다면 사업계획 등을 전면 시정해야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B 중견건설사 관계자도 "위례신사선 등 경전철 사업도 공사비 급등으로 인한 사업성 문제로 예타를 통과하지 못해 표류하는 일도 있는데, 정세불안까지 겹치면 의사결정을 하기가 더 어려운 상황으로 변할 수 밖에 없다"며 "내년도 SOC(사회간접자본) 예산도 올해 대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공공건설사업 추진 안정성이 떨어질까 우려하는 업계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C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 건설사도 대규모 인사 교체 시즌을 맞고 있는데 정세 불안까지 겹치면서 사업 지속성에 대한 걱정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며 "사실상 국정 공백인 상황인데 대형 국책 사업을 주도할 공공기관 주요 인사가 늦어질 수도 있고 이렇게 되면 사업 지연 가능성을 염두에 둘 수 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주요 발주처에서는 현 정세와 관계 없이 예정대로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국가철도공단 관계자는 "건설업계에서는 정세가 불안하다보니 국책 사업 지연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최근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도 관련 공공기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흔들리지 말고 소관업무를 추진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공단 이사장도 정세 불안과 관계 없이 기본 계획, 실시 설계, 환경영향평가 등을 정상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습니다. LH 관계자도 "현 시국과 상관 없이 정해진 일정대로 각종 사업을 차질 없이 진행할 방침이다"고 밝혔습니다.
일단 당장 발주를 앞두고 있는 대형 공공건설 사업이 정세 불안 속에 예정대로 진행될 지 관심이 쏠립니다. 주요 사업으로는 국가철도공단이 발주하는 1조7600억원 규모의 가덕도신공항 접근철도 제1·2공구 건설공사를 비롯해, 최근 그린벨트 해제 지역으로 발표된 서울 서초구 서리풀1·2 공공주택지구 전략환경영향평가·재해영향성검토 용역(LH 발주, 총 16억3000만원 규모) 등이 있습니다. 여기에 고양 은평선 광역철도 1, 2, 3공구 건설 등 지자체가 발주하는 광역철도·경전철 사업도 발주를 눈앞에 둔 상황입니다.
정세 불안 지속 시 공공건설분야 타격 불가피
업계에서는 과거 노무현·박근혜 탄핵 정국 당시에도 정부와 주요기관의 공공건설사업이 지연된 사례가 있었다며 사업 지연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의 한 지식산업센터 건설현장. (사진=뉴스토마토)
전문가들도 다소나마 회복 움직임을 보이는 공공건설 시장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약 5년전 1인당 GDP가 4만달러 미만인 OECD 가입국가들은 불안정한 정치상황이 지속될 경우 비주택, 특히 토목분야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적 있는데 지금도 우리나라는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본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될 수록 기업들이 전반적인 투자를 꺼리는 현상이 어렵지 않게 관찰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대부분의 국책사업들은 정해진 스케줄대로 진행될 것이다. 다만 규모가 큰 사업은 상위급 기관에서 다양한 상황에 대한 의사결정을 해야할 필요가 있는데 이 부분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며 "그럴 경우 기업입장에서 상황을 관망하는 현상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공장이나 상업용 빌딩 건설 분야의 경우 올해 크게 위축됐다가 내년 2분기부터 어느정도 회복이 예측됐는데 이마저도 정세 불안으로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내년 SOC 예산 감소도 또 다른 변수"라고 덧붙였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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