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두고 정국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인터넷(IP)TV의 날' 행사가 예정대로 진행됐습니다.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빅테크 위협으로 존폐위기까지 거론될 정도로, 실마리 찾기가 시급한 까닭입니다. 참석자들은 국내 미디어 시장 발전에 기여한 IPTV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한편, 글로벌 경쟁이란 거대한 과제를 맞닥뜨리고 있는 IPTV의 해법 찾기에 나섰습니다.
이병석 한국IPTV방송협회장은 12일 호텔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 열린 2024 IPTV의 날 행사에서 "국내 미디어 사업자는 24년 전인 2000년 제정된 방송법이라는 구시대 낡은 규제 적용을 받고 있다"며 "두 다리에 모래주머니를 차고 거대 플랫폼과 경쟁하는 형국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병석 한국IPTV방송협회장이 12일 IPTV의 날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국내 미디어 시장을 집어 삼킨 유튜브와 넷플릭스와 공정하게 경쟁할 '룰 셋팅'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병석 협회장은 "아무런 제약없는 무풍지대처럼 자유롭게 활보하고 있는 글로벌 디지털 플랫폼과 규모의 경제, 자본력, 기술력 등에서 체급 차이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는 글로벌 디지털 플랫폼에 무너져 가고 있는 국내 미디어 시장의 생존과 지속 가능성을 위해 해묵은 규제를 개혁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글로벌 사업자들이 미치는 사회적 영향력에 비례한 책무를 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IPTV3사 가운데
KT(030200) 경영지원부문장인 임현규 부사장이 업계를 대표해 위기 상황 진단에도 나섰습니다. 임 부사장 역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IPTV 성장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진단했는데요.
임현규 KT 경영지원부문장 부사장이 IPTV의 날 행사에 참석해 특별 강연을 진행하고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임 부사장은 "글로벌 가입자가 2억7000만명에 달하는 넷플릭스와 국내 OTT는 똑같은 돈을 투자하더라도 투자 효율성이 다르고, (넷플릭스 탓에) 제작비도 급격히 올라 국내 사업자는 위기에 빠지고 있다"며 "넷플릭스만 돈을 번다는 우스개가 나올 정도"라고 지적했습니다. 글로벌 OTT가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고 있는 점도 꼬집었는데요. 그는 "넷플릭스가 구독료를 기습 인상했지만 이와 관련한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점도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국내 미디어 시장을 포획하고 있는 OTT가 유료방송과 경쟁구도로 옮겨지고 있는 점도 위협 요인으로 봤습니다. 그는 "모바일에서 OTT 이용 비중이 감소하고 있지만, TV에서 OTT 이용률은 증가하고 있어 유료방송과 OTT 간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강도현 과기정통부 제2차관이 IPTV의 날 행사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IPTV 업계가 감지한 위기요인에 대해 정부도 변화를 인지, 정책적 지원을 다양화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날 축사에 나선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은 "IPTV를 비롯한 유료방송사업자들이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신적인 서비스로 위기를 극복하고 산업 발전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해 도약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에 나서겠다"며 "불필요한 규제를 혁신적으로 개선하고, K-콘텐츠·미디어 전략 펀드, 인공지능(AI) 기술혁신 및 인력양성 등 다양한 지원 정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IPTV의 자체적 노력도 당부했는데요. 투자 확대를 통해 국내 미디어 시장 전체의 상생과 협력을 도모하기를 독려했습니다. 강 차관은 "IPTV가 16년전 출범 때처럼 미디어 시장에 과감한 투자를 해 IPTV 자체만이 아니라 미디어 시장 전체적인 상생과 협력을 도모해주기를, 한번쯤은 양보하고 한번쯤은 앞서가 주기를 바란다"며 "미디어 시장 전체에 있어 상생과 협력을 도모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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