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을 조사한 결과 공정한 경쟁을 제한하고 소비자 이익을 침해할 구조적 요인이 발견됐습니다. 시장지배력을 가진 소수 사업자가 등장하면서 경쟁법 위반 가능성도 높아진 건데요. 공정거래법·소비자법 규율 가능성 등 제도 개선을 검토한다는 방침입니다.
경쟁질서 확립 위한 AI 분야 첫 보고서
공정위는 경쟁·소비자 이슈를 선제적으로 분석해 시장 참여자들의 예측가능성을 도모하는 '생성형 AI와 경쟁 정책보고서'를 발간했다고 17일 밝혔습니다. 향후 시장 내 경쟁질서 확립을 위한 정책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발간된 공정위의 첫 보고서입니다.
생성형 AI 개발에는 대규모 자본과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고 규모의 경제·네트워크 효과 등 구조적 특성이 나타난다는 점 등으로 인해 시장지배력을 가진 소수 사업자가 등장하고 있는데요. 이로 인한 경쟁 제한 우려 역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미 유럽연합(EU), 미국, 영국, 프랑스 등 해외 주요 경쟁당국들은 생성형 AI 시장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바탕으로 시장연구를 통한 보고서를 발간하거나 경쟁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조사 등을 진행하는 상황입니다.
예를 들어 'AI 반도체' 분야는 높은 수요 선호를 보이는 엔비디아를 필두로 인텔·AMD 등 해외 사업자, 사피온코리아·리벨리온·퓨리오사AI 등 국내 사업자가 시장에 참가한 상태입니다.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도 아마존 웹서비스·마이크로소프트·구글 등 해외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사(CSP)가 네이버클라우드·KT클라우드·NHN클라우드 등 국내 CSP에 비해 상대적 우위를 보였는데요.
이로 인해 상당한 지배력을 가진 사업자가 가격·물량 등 거래조건을 이용해 필수요소 접근을 제한하거나 다른 상품과 묶어 팔기를 강요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단독행위·기업결합 등 면밀 감시
공정위는 AI 시장에서 △단독행위 △기업결합 △소비자 이익 저해 등 측면에서 경쟁·소비자 편익 저해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단독행위의 경우 상당한 지배력을 가진 사업자가 거래상대방에 상품 구매를 강요하는 등 결합 판매가 강제될 경우 경쟁 저해 등이 발생할 우려가 있습니다.
AI 반도체·클라우드 AI 인프라와 등 AI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사업자가 AI서비스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자사 AI 인프라 구매를 강제하는 경우 경쟁 제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기업결합의 경우 AI 시장에서 자금력이 풍부한 수직통합 사업자가 스타트업 등에 상당한 규모로 투자하거나 사업자 간 파트너십 체결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데요. 전통적인 자본 투자 및 지분 취득 외에도 인력 채용, 기반모델 라이선스 확보 등 여러 형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소비자 이익 저해의 경우 AI 개발사, AI 서비스 제공 사업자들이 데이터 수집·활용을 위해서는 이용자 동의가 필수적인데요. 동의 방식은 포괄적 동의, 서비스 접근 시 개별 고지 등을 통한 동의, 이용자의 선택 동의 등 다양한 방식이 존재하지만 AI 사업자가 데이터 수집시 실질적 동의를 받지 않는 행위가 소비자 이익을 저해한다는 우려도 존재합니다.
공정위는 내년부터 데이터 수집·활용과 관련한 AI 사업자의 행위가 소비자 이익을 침해하는 우려에 대해 공정거래법·소비자법 규율 가능성 등 제도 개선을 검토할 예정인데요. 기존 기업결합과 유사한 효과를 가지는 파트너십 등 새로운 형태의 기업결합에 대한 제도개선 필요성도 들여다볼 예정입니다. 특히 국내 AI 생태계에서 발생하는 경쟁제한 우려가 나타나는 행위 등에 대해서는 면밀한 감시가 필요하다는 설명입니다.
이준헌 공정위 경쟁정책국 시장감시정책과장은 "AI 규제에 대한 정책보고서를 준비하면서 반드시 새 규제틀을 적용하려고 시작한 것은 아니며 경쟁 상황을 분석한 후 모니터링 강화에 나설 것"이라며 "기업결합의 경우 새 파트너십이 사전 규제에 들어갈지는 내년에 심층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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