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올해 경제정책방향은 대외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통상환경 대응과 산업 경쟁력 강화에도 초점을 맞췄습니다. 정부는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운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지원을 위한 '신대외경제전략'을 내놨는데요. 다만 연이은 탄핵정국 속 경제 수장의 '1인 4역'으로 인해 정작 통상 정책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보호무역주의 심화…수출 다변화 지원
기획재정부는 2일 '2025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의 산업·통상 정책을 공개했습니다.
우선 정부는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통상 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장관급이 참여하는 대외관계장관 간담회를 개최합니다. 산업, 통상, 경제안보 등 발생할 수 있는 정책 시나리오와 영향을 분석하고 행동계획을 마련한다는 방침입니다.
미·중 경쟁으로 촉발된 보호무역주의 심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사우스(남반구 개도국) 등으로 통상 네트워크를 확산하고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중남미 등 신흥시장까지 저변을 확대합니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에 대응해 국내 기업의 부담을 완화하고, 미국의 해외오염관세법안(FPFA) 등에 대응합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을 전략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인 360조원의 무역금융도 공급합니다.
특히 원전, 방산, 콘텐츠 분야에서 펀드를 신설해 신수출 사업을 육성하고 수출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법인세·세무조사 등 세정지원 패키지를 1년 연장합니다.
중소·중견 기업 피해를 최소화에도 나섭니다. 상반기 '긴급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신설해 대출 금리를 최대 1.2%포인트(p) 낮추고, 대출 한도는 최대 10% 확대합니다.
환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시중은행과 협의해 외화 결제·대출 만기를 탄력적으로 조정해주고, 긴급 경영안정 자금과 수출바우처 제도 등을 통한 피해 지원에 나섭니다.
공급망 리스크 대응을 위한 지원도 강화합니다. 경제 안보 품목과 서비스의 경우 국내 공장 신·증설 시 외국인투자·지방투자 보조금 지원을 확대하고, 공급망 위기 시 경제·산업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품목에 대해서는 수급 안정 지원 프로그램을 신설합니다.
향후 3년간 공급망 기금 공급 규모를 30조원으로 확대하고, 중소·중견 대상 기금 대출과 보증을 연계하는 '공급망 우대 보증 프로그램'도 신설합니다.
정책금융 등 산업별 맞춤 지원 강화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주도권 확보를 위해 반도체특별법 제정을 지원하고, 기반 시설과 연구개발 등에 대한 추가 재정·세제 지원 방안을 구체화합니다.
특히 용인·평택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전력을 확보하기 위한 송전선로 지중화 비용 중 기업 부담분의 절반 이상을 국가에서 분담하고, 용수, 도로 등 기반 시설을 신속히 조성합니다.
반도체 기업에 대한 투자세액공제 공제율을 5%포인트 상향하고, 2%대 저금리 정책금융 14조원 지원을 추진합니다.
트럼프 정부 들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혜택 축소가 예상되는 이차전지는 대미 통상 대응 체계 구축, 정책금융 공급 확대,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내 기반시설 국비 지원 등을 추진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심을 보이는 조선 분야는 군함 등 유지·보수·정비(MRO)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우대금융을 지원하고 조선업 인력난 해소를 위해 외국인력 허용 비율 특례 규모를 내국인의 20%에서 30%로 늘립니다.
철강 분야는 한국형 수소 환원 제철 실증기술 개발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를 진행하고, 철강 덤핑 수출 등 불공정 무역행위에는 반덤핑 조사 등으로 적극 대응합니다.
자동차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고, 위기를 겪는 석유화학 분야의 사업재편을 위해 관련 심사 기간을 기존 최대 120일에서 90일로 단축하는 등 사업재편 분위기 조성에 나섭니다.
트럼프 행정부 상대할 리더십 '부재'
한국 경제를 둘러싼 각종 리스크 요인이 커지면서 경제 충격을 수습하기 위해 경제 사령탑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인데요. 하지만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대통령·국무총리 권한대행에 이어 '재난 총괄'까지 맡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경제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할 리더십에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정부의 경제 대응능력 약화는 물론, 통상 정책 추진 동력을 잃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정부가 그동안 친기업 정책을 펼쳐 왔기 때문에 이번 경방도 수출 관련 정책은 비교적 많이 제시가 됐고 준비가 돼 있는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잘 살펴보면 규제 완화나 감세 차원 위주이지 '통상' 정책에 대한 내용은 잘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세제 혜택 등 기업 지원에 대한 내용이지, 통상교섭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빠져 있다는 설명입니다.
정부와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밀착 대응을 했어야 하지만 갑작스럽게 터진 계엄과 탄핵 사태로 정부 차원의 소통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정 교수는 "트럼프 측과 적절하게 통상교섭이나 교류를 시작했다는 얘기는 없고 오히려 잘 만나지 못했다는 얘기가 들리는 상황"이라며 "통상과 대외정책 기조는 트럼프 정부 초기 6개월에 세팅돼야 하는데 최상목 대행이 여러 역할을 맡아 바쁘다보니 별로 안 담긴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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