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귀환은 연초부터 '내우외환'에 직면한 국내 산업계에 최대 암초가 될 전망입니다. 공식 취임도 하기 전 "모든 미국 수입품에 10~20%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점은 수출이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을 부정적으로 바라봤던 트럼프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도 손 볼 것을 예고했습니다. 이 역시도 한국의 주력 산업군인 자동차와 배터리 업계에 먹구름을 드리웁니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 일수록 기본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12월22일(현지시간) 미국 청년 보수단체 '터닝포인트 USA'가 주최한 '아메리카페스트'에 참석해 청중들을 지목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위대한 미국' 외치며 돌아온 트럼프
2025년 1월20일(현지시간)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은 그의 대선 슬로건이었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ian, MAGA)에서 출발합니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줄곧 맡아왔던 '세계의 경찰' 역할에서 한 발 물러나 미국의 이익에 보다 집중하겠다는 겁니다.
이는 결국 최대 위협국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김도희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는 모든 문제를 거래적 관점에서 바라보며 손익에 민감하다"며 "미국에 이익이 되지 않는 것에 무관심하고 손해인 일은 회피하거나 적극적으로 시정한다"고 했습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를 이유로 중국산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촉발된 미중 무역분쟁이 2기 행정부에서는 더욱 격화될 것이란 관측인데요. 이미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수입품에 10~20%의 보편적 기본 관세 부과 △항구적정상 무역관계(PNTR) 종료를 통한 평균 60%의 대중국 고율 관세 부과 △트럼프 상호무역법(TRTA) 제정 등의 대선 공약을 이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관세, 대미 수출 최대 13.1% 위축
이를 바라보는 국내 산업계는 고심이 깊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한국의 양대 수출 효자품목인 자동차와 반도체 분야의 수출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됩니다. 자동차의 경우 트럼프 당선인이 전기차 의무화와 전기차 보조금 등 친환경 정책에 부정적 입장을 고수해 온 점도 걸림돌입니다. 산업계뿐 아니라 일부 공화당 의원들도 IRA 폐지에는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어 완전 무력화는 어려울 수 있지만, 전반적인 정책 기조가 청정 투자를 축소하는 쪽으로 흐를 수 있습니다.
실제로 트럼프 당선인 정권 인수팀은 바이든 행정부가 전기차 충전소 건설을 위해 쓰려던 75억달러 규모의 예산을 배터리 소재 가공과 '국가 방위 공급망' 등에 투입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아울러 배터리, 핵심 광물, 충전 부품 등 이른바 '전기차 공급망'에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도 관련 문건에 담긴 것으로 전해집니다.
미국의 대중 수출규제의 핵심인 반도체 산업은 기회와 위협이 상존합니다.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업체들을 억누르는 틈을 타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도 있지만, '반도체과학법'(CSA)의 해외기업 보조금 지급 규정을 탐탁치 않아했던 그가 보조금 규모를 일부 축소할 여지도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미국 정부로부터 약 6조9000억원, 약 6600억원의 설비투자 보조금을 확보했는데, 트럼프 행정부에서 해당 보조금이 정확히 지급될 수 있을지 우려가 나옵니다.
아울러 반도체 업계는 미국의 대중 압박에 대항한 중국의 반격에도 촉각을 세워야 합니다. 중국이 자국 내 매장량이 풍부한 갈륨·게르마늄, 흑연, 안티몬 등 핵심광물의 수출 통제로 공급망을 마비시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같은 상황에 재계 관계자들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를 '예방주사' 삼아 2기 행정부에서는 불안 요인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경영 전략을 짜고 있습니다. 연말 인사에서 주요 보직에 '미국통'을 앉히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을 것을 주문합니다. 김예경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한국은 미중 전략경쟁의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며 "중국과의 공급망 대화 활성화,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 가속화, 첨단산업·과학기술 협력 모색 등을 통해 새로운 협력 모델로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미·중 전략경쟁 격화와 탈중국 기조하에서는 새로운 소재·부품·장비 공급망과 생산·판매 지역 다변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는데요. 이어 그는 "한·중 산업협력 관계의 본질적 변화에 대응한 새로운 중국 활용 전략의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부연했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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