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 원인 조사 본격화…쟁점 포인트 셋
①랜딩기어 ②콘크리트 둔덕 ③새떼 충돌
조사위, 급박했던 조종실 음성 기록 분석
2025-01-03 16:17:35 2025-01-03 16:17:35
[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제주항공(089590) 여객기 참사 직전 조종사와 관제사의 교신 내용이 담긴 음성파일이 복원되면서, 그동안 참사 원인으로 추정된 3가지 요인들(①랜딩기어 ②콘크리트 둔덕 ③새떼 충돌)에 대한 규명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입니다.
 
2024년 12월 30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소방대원들이 전날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잔해를 수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고조사위)는 3일 무안국제공항에서 유가족을 상대로 브리핑을 열고 "12단계로 구성된 참사 조사 중 현재 4단계인 기본이 되는 관련 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현장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동시에 사고 원인 규명에 핵심 단서인 비행기록장치(FDR)는 조만간 미국으로 보내 분석에 돌입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앞선 2일, 사고조사위는 사고기 음성기록장치(CVR)에서 추출한 자료를 음성 파일로 전환하는 작업을 마쳤습니다. 기장과 관제사의 교신 내용 등이 담긴 2시간 분량의 CVR는 사고 당시 급박했던 조종실 내부 상황을 알 수 있는 핵심 자료입니다.
 
사고 원인 규명에 속도가 붙으면서 참사 직후부터 의문점을 낳았던 랜딩기어 미작동된 원인에 대해서도 실마리가 풀릴 것으로 기대됩니다. 1차 착륙 시도 때는 내려온 듯한 앞바퀴 랜딩기어가 비상착륙 때는 왜 작동되지 않았는지도 중요한 지점입니다. 사고기는 오전 8시54분 무안국제공항 01 활주로에 1차 진입을 시도했습니다. 이때 랜딩기어 일부인 앞바퀴가 내려온 정황이 영상으로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9분 뒤인 9시3분께 동체착륙할 때는 브레이크 장치인 앞·뒷바퀴가 모두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를 두고 사고 최초 원인인  ‘버드스트라이크(조류 충돌)’로 인해 엔진이 손실돼 랜딩기어 작동이 어려웠을 것이란 추정이 나왔습니다. 수동으로 작동할 수 있지만, 9분이라는 시간이 짧았을 것이란 추측도 제기됐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여기에 참사를 키웠다고 지목된 둔덕의 콘크리트 소재 여부를 조종사가 모르고 있던 것은 아닌지에 대한 부분도 규명돼야 합니다. 항공고시보를 포함해 그 어떤 항공정보에도 무안공항 콘크리트 둔덕의 위험성이 고시돼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콘크리트 둔덕이 공항시설법이나 국제권고 기준을 철저히 따랐는지도 규명되어야 합니다. 콘크리트 둔덕 설치가 규정에 맞게 설치됐는가에 대한 국토부의 명확한 입장은 여전히 “확인중”입니다. 활주로 중간 지점에 터치다운(접지)한 사고기는 고속으로 미끄러진 뒤 착륙 유도 장치 로컬라이저를 받치고 있는 콘크리트 둔덕에 부딪히며 화염에 휩싸였습니다. 
 
아울러 참사 직후 가장 먼저 원인으로 꼽힌 조류 충돌과 이후 대처 과정에 대해서도 규명이 이뤄져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 참사 열흘 전인 지난달 19일, 무안공항에서 조류 충돌 예방위원회 회의가 열렸으나 제주항공은 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당시 회의에는 한국공항공사, 무안공항출장소, 취항사 진에어(272450) 등이 참석했습니다.
 
한 대학의 항공학과 교수는 “엔진이 모두 손실돼도 랜딩기어를 작동할 수 있는 방법이 제작사 매뉴얼에 나와 있다”며 “둔덕의 소재 여부를 조종사가 미리 알았는지와 새떼 충돌 대응 상황 등 명확한 사고 경위는 CVR, 비행기록장치(FDR)를 분석해야 알 수 있다”고 했습니다.
 
FDR은 항공기의 비행 경로, 고도, 조작 상태 등을 기록하는 장치로 항공기 사고발생 시 기술적 규명에 결정적인 역할과 증거자료로 활용되는 블랙박스입니다. 사고기 FDR은 전원 공급과 데이터 전송 기능을 가진 커넥터 분실로 국내에서 자료 추출이 어려워 조만간 미국으로 보내집니다. 사고조사관 2명은 미국 워싱턴 교통안전위원회(NTSB) 본부에 가서 이들과 함께 FDR 분석할 예정이며, 분석에만 수개월이 걸릴  전망입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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